(*오늘 글이 좀 까칠하다고 느껴지시는 분은 아 롯데가 졌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봉피양은 냉면계에서 최근 떠오른 신흥강호(?)입니다. '벽제갈비' 체인의 냉면 전문 서브브랜드죠. 개인적으로는 2년 전 (본점인 줄 알고 갔던) 방이점에서의 인상이 상당히 애매했기 때문에, '괜찮긴 하지만, 이 가격 내면서 굳이 멀리 찾아가서 먹을 필요까지 있나?' 싶은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강남역 본점은 조금 다르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 번 들러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송파 사는 분이 방이점도 꽤 괜찮아졌더라는 제보.)
- 이 곳(본점)이 오래도록 우래옥 주방장이었던 할아버지를 영입한 데라는군요. 본점과 방이점 외에도 도곡점, 신월점이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강남역 4번출구로 나와서 주욱 내려와서, 두 번째 이면도로 귀퉁이 빌딩 1층에 있습니다. 삼성전자 건물에서 머지 않고, 이익훈어학원 뒤쪽? 그 정도로 설명하면 될 듯. 이익훈어학원을 몇 달을 다녔고 심지어 그 옆의 라면집 유타로도 몇 번 갔었는데, 대관절 왜 저게 지나가면서 눈에 안 띄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 (주말은 10시) - 꽤 늦게까지 합니다.
입구. 장애인을 위한 이동권 - 이른바 배리어 프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려는 꽤 좋은 시도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약간 씁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 년 전, 봉피양은 한겨레의 냉면 전문점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었고 지금도 그것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1위를 결정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심사위원 중 하나의 말을 빌려보자면 바로 이 '이동권'에서 가점을 얻었기 때문이었죠. 전 이게 꽤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냉면이 맛으로 말해야지, 한 끗 차이의 승부에서 맛 이외의 변인이 결정적 캐스팅 보트가 되어버리면 어쩌라는 건지...
2위, 3위가 우래옥인가 평양면옥인가 그랬는데 전부 다 고급. 그래서 남대문 시장통에 있는 2층집인 부원면옥 같은 데는 아예 탑랭킹에 올라갈 수조차 없었죠. 전 그 이후로 한겨레의 식문화 관련 기사는 자체 필터링하고 있습니다. 꼭 어거지로 1등 만든 아사다 마오 내지는 작년 LG의 타격왕 박용택을 '만들어 낸' 김재박 같은 이미지랄까... 물론 이건 냉면 맛과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마는. 굳이 저런 식으로 홍보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냉면일진대...)
내부 모습. 약간 좁은 듯한 느낌입니다. 자리가 없어서 조금 기다리고 있었더니 예약석 하나가 펑크가 났더군요. 덕분에 6인 홀 하나를 전세내는 기분으로 먹었.. 으면 좋았겠지만, 거기까진 아니고, 다른 1인 손님 한 분과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차림새는 대학생같아 보였는데 탁자 위에 올려놓은 ID카드의 노끈에는 삼성SDS라고 적혀 있더군요. 위치상 확실히 기업체 사람인 듯한 손님이 많습니다. 주중 영업시간이 긴 것도 아마 샐러리맨 손님들을 위한 타겟팅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뉴를 보면 확실히 업무접대 고객을 염두에 둔 구성이 눈에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가격은 시중가보다 높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밑에 한겨레 어쩌고 하는 게, 위에서 언급한 그 "1등먹었삼" 하는 홍보.) 강남역 인근의 물가를 생각해 보면 그러려니 하게 되긴 합니다.
순면은 방이점 방문 당시 일행이 시킨 적 있습니다만, 일단 인상깊게 남아 있던 것은 잔뜩 얹어나오는 메밀 싹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봉피양 순면은 순(純)면이 아니라 순(荀)면' 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순면이 아닌 일반 평양냉면을 시켰습니다.
면수나 육수가 아닌 그냥 차가 나오는 점은 한일관과 비슷합니다.
평양냉면 상차림. 단촐합니다. 꾸미와 곁들인 찬이 인상적입니다. 이북 쪽은 대개 무를 더 많이 쓰는데... 평양식을 지향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런 건 우래옥의 영향이 엿보입니다. 단, 냉면 맛 자체는 우래옥의 카피는 아니고 조금 구성이 다릅니다.
냉면만 클로즈 업. 육수는 진하고, 적당히 간이 맞습니다. (=닝닝하지는 않습니다.) 맛내기로 고추가루를 얹은 건 정통 이북식이네요.
이 집은 가격대나 포지셔닝에서는 한일관, 그 태생적 배경 때문에라면 우래옥과 계속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적어도 육수 자체는 본가의 개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가를 창설해 냈다는 평을 하고 싶습니다.
- 꾸미로 오이가 올라가 있는 것은 우래옥과 비슷합니다. 그런 반면에, 삶은 계란 대신 계란지단이 올라가 있는 것은 이 집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삶은 계란은 비빔냉면에서는 위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이지만, 물냉면은 뭐 없으면 섭섭한 정도겠습니다.
- 면은 과연 메밀로 만든 면답게 이빨로도 툭툭 끊어지고, 맛 또한 담백합니다. 같은 가격대에서 비교하자면 이런 점에서 한일관보다 확실히 낫고, 우래옥의 순면(업그레이드)과 비등합니다. 여기 봉피양은 기본 그레이드. (그러나 가격대는 이쪽이 더 비싸군요.)
편육은 조금 아쉽습니다. 특히, 사진에서 보이듯 그 질이 좋기에 더욱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원래 벽제갈비가 설화등심으로 유명하긴 합니다마는 - 이 편육 또한 그 풍부한 맛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너무 냉하게 보관해서인지, 그 기름기 감도는 편육이 차게 굳어버려 굳은 기름맛이 살짝 감돕니다. 전에 리뷰한 우래옥에서는 정말 고기 풍미가 진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게 뭐가 문제냐면, 면과 육수, 꾸미, 그리고 편육이 전부 다 하나하나가 최상의 질을 지녔지만 전체적인 어울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신문기사의 1등 평점이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들 비슷한 레벨이지만 굳이 옥석을 가려야 하는 한 끗 차이 랭킹에서 이런 어울림의 부재는 분명 허물일 텐데.) 물론 이건 저-기 구름 위에서 자웅을 겨뤄야 하는 승부의 세계 레벨의 이야기고, 그냥 하루 마음먹고 기분좋은 외식을 하기에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
기본적으로 봉피양 또한 맛이 보장되어 있는 고급 냉면임은 확실합니다. 다만 가격대 성능비는 서울 시내에서 제일 안 맞는 것 같으니 강남역 근처에서 접대받을 일이 있다면 불고기와 함께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곳에도 한일관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가격대의 1인상 점심특선이 있고, 또 다른 여러 코스메뉴가 가격대별로 세분화되어 있더군요. 이런 것은 확실히 비즈니스적으로 괜찮은 부분입니다.
P.S.
예전 봉피양 방이점 방문 당시에 촬영했던 한 컷...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이러지는 마십시다. 목숨이 위험합니다.(....)
(이게 제일 인상적이었단 걸 보면 방이점 방문 당시에는 에징간하게도 별로 인상이 없었나 봅니다. 강남점은 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