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my baby...

  • fysas
  •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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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모레 5월 15일이면 딱 8살이 되는 우리 찌루가 오늘 새벽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병치례를 많이 했던 아이였어요. 생후 백일 무렵엔 폐렴으로 심장박동이 한 번
멈췄던 적도 있었고.. 병원에서 심폐소생 받아서 다시 살아났죠. 그 이후로 비교적 큰 병은
없이 자잘하게 피부병, 귓병을 달고 살았고 2살 무렵에 다친 뒷다리 때문에 4~5살 무렵부턴
또 관절염을 달고 살았고 그래서 수술을 몇 번이나 했는데도 7살 무렵부턴 거동이 불편해질
정도로 종합병원인 아이였지만 그래도 항상 명랑하고 잘 먹어서 내심 적어도 10살까진 문제
없이 살겠구나.. 싶은 자신감이 있었어요 주인으로서.


그런데 오늘 갑자기 떠났습니다. 병원에서의 진단은 용혈성 빈혈, 일종의 백혈병이래요.
너무 급성으로 와서 손써볼 여유도 없었네요. 아니, 징후는 미리부터 와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말 못 하는 이 아이의 미약한 신호를 제가 알아보지 못했겠죠.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요즘 같이 사는 고모님이 암으로 수술하시고 항암치료
때문에 입원하신 와중에 사촌동생이 맹장염으로 입원하고 해서 좀 정신이 없었거든요. 매일
병원에 들렀다 가니 들어가는 시간도 늦었고 애들이랑 같이 보내주는 시간도 당연히 적었죠.

그래서 그저께 저녁에 밥을 주면 흡입하듯 먹어치우는 먹성 좋은 이 녀석이 물만 마시고 밥은
반만 먹고 넘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변상태도 좋고 해서 그냥 속이 좀 안 좋은가..
싶었죠. 다음 날까지 이러면 병원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그 다음 날이었던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니까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 많은 게 나왔는지 온 방안이 토사물로 가득차 있더라구요.
급하게 병원에 데려갈 때만 해도 기력이 있었는데 병원 도착해서부터 기운을 잃었어요.
늘 붉은빛에 가까운 분홍색이었던 피부가 잇몸까지 죄다 창백하게 질려있는 건 병원에 가서야
알았고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자마자 피가 굳어버렸어요. 병원에선 당장 수혈을 해야 하는데
수혈할 피가 없으니 일단 입원을 시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만 들었죠.

그리고 집에 온지 한 시간도 안 돼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직전, 새벽 1시에
숨이 멎었대요. 무슨 정신으로 거기서 눈도 못 감은 찌루를 보고 원장님 얘기를 듣고 화장을
신청하고 집에 왔는지 모르겠어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개별 화장의 엄청난 가격에 놀라서
머리를 굴리며 계산을 하고 단체화장을 신청했네요. 집에 오니 8년 동안 찌루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반지 녀석은 아무 것도 모르고 저만 두고 어딜 갔다왔냐는 듯 투정을 부리더라고요.
이 녀석은 과연 언제쯤 찌루의 부재를 알게 될까.. 싶더라고요.


마음이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멀쩡하게 제 시간에 회사에 나와 앉아있는 현실도 너무 힘들어요.
퉁퉁 부운 제 얼굴을 보고 어젯밤 라면 먹고 잤냐고 놀리는 직원들한테 대꾸할 기운도 없네요.
그저 아픈 걸 미리 알아주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밉네요.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한 거,
더 사랑해주지 못한 거 등등이 하나하나 생각나서 너무 후회되고 속상해요. 털을 한웅큼 잘라
챙기면서 다음 생에도 꼭 다시 태어나서 제게 오라고, 그땐 정말 더 아껴주고 사랑해주겠다고
말해줬는데 이 말을 숨이 멎기 전에 들려주지 못한 것도 너무 한스럽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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