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게시물에서 자연의아이들님이 이창동의 "시"에 관한 글을 올리셨는데..놀랍게도 김추자씨가 몇년전까지 지방의 낡은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는 걸 보셨다는 댓글을 다셨습니다.
저는 김추자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한번도 본 일이 없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데뷔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전성기가 끝난 가수이기 때문입니다. 1981년에 결혼하면서 완전히 활동을 접으셨고, 그전에도 대마초파동에 연루되는등 우여곡절이 많은 가수였었기에 방송에 자주 출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훨씬 나중에 다 커서야 김추자라는 가수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몇 잡지와 책자,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에서 본 글들은 하나같이 전무후무한 김추자의 스타성과 노래의 힘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춤추는 섹시 디바의 원조로서 굳이 계보를 잇자면 나미, 김완선, 이효리 등으로 연결지을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들과 김추자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라는 것은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저도 충분히 짐작가능한 일입니다. 도대체 누가 또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재기 넘치는 유행어의 탄생을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당시의 가수들이 너도나도 미사리에 카페를 내고, 심야시간대의 추억의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데도 "그" 김추자는 왜 아무 소식도 없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자연의아이들님의 댓글을 읽은 것을 계기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김추자의 화려했지만 수많은 사건들로 얼룩졌던 연예계 생활에 대해 좀 알 수 있겠더군요. 결혼 이후 1986년의 KBS 빅쇼 출연 외에는 완전히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절하고 칩거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싶었습니다. 물론 상처나 두려움 때문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성격 때문인 것이 더 크겠지요. 아래 링크한 동아일보의 인터뷰에 최근까지의 근황이 나와 있습니다.
"전설의 디바 김추자 1981년 결혼 이후 최초 인터뷰"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07/06/07/200706070500025/200706070500025_1.html
인터뷰를 다 읽어보니 더더욱 이해가 안됐습니다. 나름 명망있는 대학교수와 결혼해서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지내시는 분이, 수십년 세월동안 방송국의 끊임없는 러브콜과 기자들의 끈질긴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신 분이, 앨범 제작과 컴백 제의와 뮤지컬 제작 등에 호의를 보이긴 했지만 본인 마음에 차지 않는 조건을 두고는 결코 타협하지 않으신 분이 어찌 변두리 나이트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계셨단 말입니까?
저는 자연의아이들님이 뭔가 착각을 하셨거나, 아니면 실수로 거짓말을 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본인은 "연예인의 삶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20대의 자기 노래를 불러야 하는 60대의 공연이 뭐 그리 즐거울까요"라고 하셨지만 자연의아이들님이야말로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별볼일없이 천대받는 가수'라는 영화나 드라마속 클리셰를 가지고 현실에 어설프게 끼워맞춘게 아닐런지요.
'한때 잘나갔지만 나중에는 비참하게 몰락한 연예인'은 물론 현실에서도 존재합니다만 생각처럼 많지는 않습니다. 얼마전 이 게시판에서도 언급되었던 박인수씨나 7,80년대 배우와 감독으로 활약하다 나중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은 손창호씨 등이 떠오르는군요. 하지만 이분들이 불행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병 때문이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자기탓 남탓으로 온갖 풍상을 겪었어도 몸만 건강하게 유지했다면 언제고 컴백하여 나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유명세"라는 커다란 자산이 있으니까요.
김추자씨가 지금이라도 컴백해서 공연을 한다면 잠실 체조경기장 쯤은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시 김추자에 열광했던 이들이 지금은 4~50대의여유로운 계층이 되었거든요. 굳이 모험을 하지 않더라도 소극장 무대나 미사리에서는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고요. 추억의 힘은 강하니까요.
그런 분이 낡은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했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저렇게 수십년간 언론 인터뷰도 거절한 분에 대해 이런 말이 나돈다면 그분에게 큰 누가 되는 일일 것입니다.
자연의아이들님은 김추자씨를 본 것이 혹 본인의 착각은 아니셨는지, 정말 보셨다면 언제 어디서였는지 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사에 제보라도 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