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 Alien: Romulus (2024)

2024.08.15 23:55

DJUNA 조회 수:2268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았습니다. 페데 알바레스가 감독한 [에일리언] 영화입니다. 왜 굳이 [에이리언]이라고 표기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발음하지 않을 텐데요.

웨일랜드-유타니 회사가 잭슨의 별이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식민지가 배경입니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 해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곳이죠. 생활 조건도 노동 환경도 최악이라서 다들 떠나고 싶어하지만 회사는 온갖 편법으로 사람들을 여기에 잡아놓습니다.

한 무리의 젊은 사람들이 잭슨의 별 궤도 근처에서 버려진 우주선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됩니다. 이 사람들은 이걸 타고 인근 항성계의 식민지로 달아날 계획을 세웁니다. 거기까지 가는 데에 9년이 걸리니 제대로 작동하는 동면 장치는 필수고요. 하지만 그 우주선처럼 보였던 곳은 버려진 스테이션이고 그곳에는 페이스허거들이 다음 희생자들을 노리고 있었지요.

시대배경은 1편과 2편 사이입니다. 영화는 이 두 영화 사이의 갭을 채우는 설정을 몇 개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빈틈이 없는 설명은 아니지만요. [에일리언] 시리즈 전작에 익숙한 사람들이 각본을 썼다는 티도 많이 납니다. 에일리언은 제노모프라고 불리고, 1편부터 4편까지의 영화에서 가져온 것 같은 재료들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된 모 배우가 CG로 부활해 상당히 큰 역할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에일리언] 시리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 때문입니다. 카메론은 이 영화를 통해 전작을 존중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발전시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속편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은 다시 반복되지는 못했지요. 심지어 리들리 스콧 자신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페데 알바레스의 영화는 어떤가요? 이 영화는 꽤 준수한 [에일리언] 영화이고 리들리 스콧이 만든 두 편의 프리퀄보다 더 그럴싸하게 시리즈 안에 녹아듭니다. 좋은 공포물이기도 하고요. 잭슨의 별은 좋은 SF 배경입니다. 일단 주인공들이 여기를 떠나고 싶은 동기가 확실하게 이해되니까요. 잭슨의 별 주변의 거대한 링의 묘사는 솔직히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보기에 아름답고 훌륭한 서스펜스의 도구가 됩니다.

단지 알바레스는 카메론만큼 놀라운 성취는 이루지 못합니다. 일단 위에서도 말했지만 일단 이전 영화들의 레퍼런스가 너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팬픽처럼 보이지요. '합성인간'인 앤디를 제외한 캐릭터들이 그렇게까지 선명하다는 생각도 안 들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정치학에는 조금 안이한 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임신공포를 겪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들인데 그렇다면 이건 너무 이야기를 손쉽게 풀어가는 게 아닐까? 적어도 [에일리언] 시리즈라면 그보다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24/08/15)

★★★

기타등등
모 배우의 등장에 대해서는 많이들 끔찍해 하는데, 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단 그 언캐니 밸리에 걸쳐져 있는 존재감이 호러 영화라는 장르에 썩 잘 어울렸단 말이에요. 원래 배우에게 무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배우의 모습을 빌려 왔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 더 무게가 부여되었던 것이고요.


감독: Fede Álvarez, 배우: Cailee Spaeny, David Jonsson, Archie Renaux, Isabela Merced, Spike Fearn, Aileen Wu, 다른 제목: 에일리언: 로물루스

IMDb https://www.imdb.com/title/tt1841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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