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예전 군생활을 하면서 가장 슬펐던 건 폭력적인 규율이나 전쟁 공포같은게 아니라 그걸 우리끼리 노력해서는 바꿀수 없다는걸 깨달았을때 느낀 무력감이었어요.
가혹행위를 당하는 하급자의 입장임에도 선임들의 행동이 이해가기 시작하는건 내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어요.

가끔씩 위에서 받는 압박을 견뎌가며 구타를 금지했던 훌륭한 선임들도 많았지만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유지되는 평화란건 필연적으로 본인의 희생이 수반되고 게다가 너무 '랜덤'이었지요.
'군기가 빠졌네.' 간부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면 상황은 종료되어 버리거든요.


2.가부장제란건 본질적으로 한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후계자 계승을 통해서만 권력이 이양됩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당연히 여성은 계승권이 없고 남성중에서도 장자만이 가능성이 있겠지요.

여기서 시각차이가 나타납니다.
애초에 권력에서 기회조차 배제된 여성의 입장에서는 남성 그자체가 권력집단으로 보이겠지만 남성중에서도 권력 다툼과 먼 남성이 대다수거든요.
기회라는 측면에서 본 관점도 당연히 옳고, 실제 상황이 차이 없는거라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죠.
근데 가장 큰 문제는 권력없는 두 집단이 다투든 협력을 하든 상황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는 거에요.


3.'가부장적 질서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일반 남성이 과감히 권리를 포기해야 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너의 소소한 특권을 버릴수 있어야 한다.
훌륭하죠?

이런건 어떨까요?
'비정규직의 보호를 위해 정규직 특권을 줄여야 한다.'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해 임금 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상대방의 도덕성을 믿고 이익을 버리라는 주장은 정당성을 차치하고서라도 효과성이 의심돼요.
우리사회에서 복지정책이 생겨나는 과정들을 보면 이익을 얘기하지 세금 더 내야한다를 앞세우지 않았어요.
세상을 바꿨던 혁명들의 이면을 보면 나의 (혹은 너의) 이익이란걸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구요.


4.뭐... 딱히 결론이라면 결국 투표하자는 것과 내 정의를 존중받으려면 상대의 이기심을 존중하자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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