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얼마 전 결혼한 언니 세간살이도 좀 사줄겸 옷이며 신발도 구경하자며 엄마랑 둘이 신나서 남대문시장에 갔어요.

전 원래 시장을 거의 안다녀서 남대문은 태어나서 두번째로 간거고, 저희 엄만 왕년에 시장통 많이 다니셨지만

요 몇년간 지방에서 살다올라오셔서 옛날 남대문 시장 분위기를 생각하고 계셨죠.

 

주차장에 차맡기고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첫 가판대에서 아동복을 팔길래 (쌓아놓고) 들춰보면서 이 옷 저 옷 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그냥 돌아섰는데. 처음부터 옷 만지작 대는걸 기분 나빠하는 듯했던 주인아줌마가 등돌리기가 무섭게

진짜 큰 소리로 신경질 팍팍 내면서 '안 살꺼면서 옷을 왜 다 쑤시고 난리야!' 라는 거예요.

 

저희 엄마는 그런 소리 듣고 그냥 지나갈 분이 아니시기에

더 큰 목소리로 시장통이 떠나가라 응수하셨어요.

 '아니 그럼 옷을 그렇게 쌓아놓고 팔면서 만지지도 말라는거냐. 그 따위로 장사해서 어디 옷이 잘도 팔리겠다'!!'라고.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저희 엄마한테 사람 죽일 기세로 '니가 양심이 있어!!!'라고 발악을....전 너무 놀라서 벙....

옷 들춰보고 안사면 양심없나요..너무 기분 나쁘더라구요.

저흰 정말 마트나 백화점에서 보는 수준으로 옷 몇개 들춰보면서 이건 좀 작다,이건 좀 짧네..하고 이쁜 게 없어서 갔을 뿐이거든요..;

 

거기서 기분 확 잡쳐서 엄마랑 저 둘 다 당황한 기분으로 다른 가게들을 돌아다녔지만 이미 잡친 기분에다

뭐만 쳐다보면 달라붙는 상인들에 (뭐보시게요? 하고 기분좋게 오는게 아니라 감시하듯 눈으로 다가와요;)

애초에 제품질에 비해 당치도 않은 가격을 부르니까 1,2천원 깍아달라 좋게 말하면 싹 표정이 바뀌는 주인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지만 제품 질도 너무 별로고 친절은 개나 주라는 분위기에...계속 많이 당황하다 왔습니다;

질이 별로라도 값이 싸면 사는 거고 값이 비싸도 주인이 좋으면 하나라도 더 사고 싶은 것인데 둘 다 실종.

그리고 닫힌 가게도 많고 정말 낡은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추억의 낡은 느낌이 아니라 진짜 음침하게 낡은 느낌..

(제가 이런 분위기를 좀 무서워해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어요;)

 

나쁜 기분은 잊고 요기를 하려고

먹자골목이란데에 가서 국밥을 먹었는데 와...6천원에 그 맛이라니.ㅠ(나쁜 뜻입니다;)

경기가 안좋아서 다들 예민한 걸까요. 전 너무 손님한테 덤태기나 씌우고 자기 기분 나쁘게 하면 막 대하고

전체적으로 일본인 관광객 잡기에만 혈안되어 있고, 볼거리도, 상품들의 질이나 가격도

남대문 시장이 가진 관광적 가치나 방문인구에 비해 터무니없다는 걸 느끼고 돌아왔네요.

동네 시장은 아직 그래도 재미있고 주인들도 친절하고 싸게 잘사고 올 때가 꽤 있는데 대형시장은 많이 바뀐거 같아요.

(아,아니 옛날부터 그랬는데 저만 몰랐을 수도;;)

 

일본인 관광객은 정말 많더군요. 한 가죽 자켓 파는 아주머니가 웃는 얼굴로 저희 엄마에게

'아줌마한텐 15만원, 일본인들한테 25만원' 이라며. 아휴. 아무튼 재래시장 활성화는 중요한 거지만

전 다시는 안갈거 같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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