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다가 발견한 최근 대법원 판결 소식. 어떤 사람이 집에서 죽었는데, 다른 사인이라고 할만한 것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에어컨을 계속 켜놓고 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보험에 들어있었는데, 보험금을 주네 못주네 하면서 보험사와 유족간에 싸움이 붙었습니다. 사인에 따라 보험금이 나올 수도, 안나올 수도 있는 상황. 엎치락 뒤치락 했는데 결국 대법원에서는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취지로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지금도 솔직히 좀 무섭습니다. 에어컨 사기 전에는 타이머 맞춰놓고 꺼지게 해놓고 잤는데, 사실 저체온증 어쩌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 두 시간 바람 맞고 있으면 감기 걸리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춥더군요. 여튼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괴담은 fan death 라고 한국만의 괴담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는데, 진실이 뭐건 간에 법원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

 

판결문에 나오는, fan death 에 관한 이야기를 붙이면서 마무리.

 

한국배상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서 알 수 있는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결과에 의하면, 저체온증이란 인체의 심부 체온이 35°C 이하로 낮아지는 증상을 말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람이 사망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심부체온이 8~10° 이상씩 낮아져야 하는데, 건강한 사람의 경우 단지 선풍기나 에어컨 작동에 따른 표면냉각만으로는 인체의 심부체온을 위와 같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낮출 수는 없으며(선풍기의 경우 사람이 시원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선풍기의 작동에 의해 사람의 체온이 저하되기 때문이 아니라 신체 주변부의 공기 대류가 원활해지거나 일부 잠재적인 땀이 기화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또 선풍기나 에어컨은 산소를 소모하지도 않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사람의 코와 입에 직접 맞닿더라도 호흡은 가능하기 때문에 폐쇄된 공간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 놓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산소 부족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질식사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 결과를 담은 위 사실조회결과는 전문가가 전문지식에 기초하여 의학적, 과학적 소견을 밝힌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쉽게 배척할 수 있는 성질의 증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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