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Inc.
'이 영화를 보면 마이클무어 스타일이 한 유파를 만들어냈다는게 보인다'는 평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무어 스타일'보다 주관적인 음모론의 톤이 훨씬 적게 스며들어있었습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은 적당히 줄이고 식재료가 식탁에 오르는 단계와 거기에 얽힌 사슬을 단조로운 편집으로 깔끔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내레이션 역시 영화 초반의 비꼬는 말투를 서서히 줄여가며 서술에만 집중하는 느낌으로 갔고요.

당장 미국 식품업계의 발에 떨어진 불은 공급 과잉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영화는 육류와 곡물의 대기업식 공급 문제만 다뤘지만 유제품도 예외는 아니지요. 딴 얘기지만, 해외 유제품 시장을 열기위해 압박하는 미국의 꿍꿍이가 괜히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년 말에 미국 시장에서 우유가 7리터에 3천원까지 떨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주제를 강화시키기 위해 축산공장들과 대조되어 나오는 대형마트의 삐까뻔쩍한 이미지마저도 제 눈엔 그렇게 멋져보이지는 않더군요. 진열된 음식이 너무 많아서 좀 거북하달까요. 영화 허트로커에서 씨리얼 진열대에 서있던 주인공이 느꼈을 법한 감정이 샘솟더군요. 





The Cove
'호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에 완전히 공감합니다. 일급 특수촬영팀이 달성한 몰래카메라의 결과물만으로도 오스카 수상이 무색하지 않아보여요. 

'일본에 대한 일방적인 이미지 공격'과 '고래 멸종에 끼치는 영향력 뻥튀기'라는 비판은 조금 이해가 갈 법도 합니다만, 적어도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비판에는 어느 정도 면죄부를 주고 싶습니다. 세계 최초로 돌고래연기를 가르친 조련수의 고해성사에는 절절한 죄책감이 들어가있고, 그건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할 동기를 충분히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 작은 동네를 고발하는 이 영화에 세계의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게 했던 화제성과 흡인력도 훌륭했고요.

남의 작업장에 들어와 시위하듯 둘러선 호주 서퍼들과 헤이든 페네티어는 전형적인 '젊은 혈기성' 도발 같아 보였어요. 그렇다고 민폐는 아니지만요.

이 영화 이후 IWC(국제포경위원회)와 타이지의 행보가 궁금해 정보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IWC는 꾸준히 언론노출을 줄이는 중이고 타이지에는 국우주의자들이 몰려 방문객을 막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비리현장을 잡아낼 때에 비하면 일본 어부들은 신사적인 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도 욕에 손찌검에 못볼 꼴 많이 보잖아요.   

근데 돌고래가 억지로 웃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냥 입꼬리가 그렇게 생긴거죠. ㅎㅎ 하지만 적어도 인간과 교감했다는 일화들은 사실적이게 느껴집니다. 인간대상 지능지수 테스트로 4살 정도 아이의 반응 능력을 보인다고 어디서 들은 적 있어요.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교훈은 '좀 적게 먹고 살자'였습니다. 뭘 먹어도 무서우니 가려가며 적게 먹는게 최선 같아요. 
 
아무튼 둘 다 아주 잘 만들어진,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괜찮을 다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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