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도 그런걸 느낍니다. 이 마음이 너무 넘쳐나고 있다고.

 

원래도 밀당을 좋아하지 않고 하지도 못하지만은 

이 사람한테는 정말 그런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그냥 그 사람이 끄는대로 끌려가고, 밀면 밀리고 그러고 말겠다 라는 생각만 듭니다.

 

아는 선배는 그러더군요. 지금 니 상태는 너 자신의 마음도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니

그 사람을 컨트롤씩이나 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고

게다가 너보다 다섯살이나 많고 연애경험도 많은 사람에게 밀당을 시도한다고 해봤자

잘못하면 밀다가 그대로 그 사람이 밀려나갈수도 있으니 그냥 너는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을 듣고 응. 정답이야. 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정답이에요. 그게 딱 지금 제 상태에요.

 

그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부터 계속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를 어느순간 열어보면 죄다 낯간지럽기 짝이 없는 말뿐인데,

심지어 그 사람이 없으면, 사라진다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문장씩이나 썼더군요.

더 이상한건 정말 이런 무드 따위는 개나주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그 문장들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저 자신입니다.

 

한 번은 그 사람이 나를 왜 그렇게 좋아해? 어디가 그렇게 좋니. 너무 많이 좋아하지 마. 어떡하려고 그래. 그렇게 말하는데

정말 너무 서운해서 미칠것 같은거에요.

그런데 그런 티를 내면 질려할까봐 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그게 제 마음에 쌓여있었는지 어느 날 친구와 술을 먹다가 무지 취한 날

전화를 걸어서 아무데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가면 안되겠니

니가 너무 좋은데 내가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속상하다고 이런 내가 싫지 등등의 말을 씨부렸는데(그랬다고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눈 떠 보니 그 사람이 제 옆에서 와서 자고 있더군요. 깜짝 놀라서 여기 왜 있냐고 하니깐 니가 오랬잖아 ㅠㅠ ..........

아무튼 그러면서  저를 안아주며 그렇게 말해주더라구요. 아무데도 안 갈게. 오빠 여기 있을게. 울지 마.

울지는 않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몸에 힘이 모두 빠져서 그냥 그렇게 안겨 있었습니다.

 

어제는 이 사람이 공연 보러 가자. 어디어디 갔다가 어디 가자.

제가 예전에 춘천에 가고 싶다는 말을 기억해두었는지, 춘천에서 하는 페스티발 같은게 있던데 날짜 맞춰서 같이 다녀오자.

그런 얘기를 해주는데 뭔가 꿈만 같은 거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고, 나와의 데이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니.

무언가 나와 같이 할 것들을 궁리한다니. 그 사실이 너무 행복하고, 뿌듯하고 좋은겁니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이건 진짜겠지. 하면서 가끔 그 사람 볼을 꼬집기도.

그 사람이 왜 그래? 아파 ㅠ 그러면 그 모습조차도 너무 좋고. 그래도 실감 안나고.

 

요즘에 친구들을 만나서 연애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저는 그런 얘기를 합니다.

통제불가능이라고.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예전 남자친구는, 글쎄요. 사귀는 처음부터 한달에 한 두번 만났는진 몰라도

생활이 불안정해지는 일은 없었거든요. 마음이 두근거리고 넘쳐나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사람은 그래도 일주일에 서너번은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정말... 다 망쳐지는 느낌이에요.

 

심지어 길을 걷는 그런 단순한 동작마저도 못하고, 엉망입니다.

그제는 학교 복도를 걸어가다가, 그 사람 생각을 하다가 사물함에 쾅 하고 박은거 있죠.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앞에 뭔가 있을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5년을 걸어다닌 길인데도.

사람들이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봤지만 뭐 그런 시선이야 제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니깐요.

네, 아무런 문제도 안되요. 누가 나를 어떻게 보건 상관없어요.

 

지금 제게 문제가 되는건 오직 그 사람의 시선입니다.

그 사람이 저를 바라볼때 너무 행복합니다. 아니, 행복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합니다.

눈이 아주 맑고, 웃는게 너무 예쁜 사람인데 그렇게 예쁜 눈웃음과 미소를 가진 사람이 저를 사랑스럽다는듯이 쳐다볼때

정말, 깊이, 가득히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느낍니다.

이 사람을 좋아하는것 외에는...

 

그제인가 그그제인가 그 사람이 저를 안고 사랑해, 라고 해주는데

저는 역시 무드따위 밥말아먹은 애교따윈 약에 쓸래도 없는 여자라

우리 사귄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랑해, 라는 말을 그렇게 빨리 하냐고 톡 쏴버렸어요.

그랬더니 그러면 안돼? 라고 하면서 그래도 사랑해, 라고 해주더라구요.

 

아 어쩌다 이렇게 표현도 적극적이고 강하고 빠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아니 사랑하게 된 걸까요.

이 사람에 익숙해지는게 조금 두렵습니다. 이런 강렬한 애정표현에 익숙해지는 제 자신이 걱정됩니다.

이러다가 그 사람이 없어지면, 사라진다면 그 공허함은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그러다가 죽는건 아닐지.

물론 친구는 절대 안 죽어 라고 쿨하게 말해주었고 네 저도 안 죽고 그래도 잘살거란건 알지만,

지금은 그런 느끼한 생각마저 듭니다. 네가 없으면, 난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사람을 좋아할때, 그리고 사귀기로 했을때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근원적인 불안감이 다 지워진것은 아닙니다.

남아있지요. 아직도 저를 옥죕니다, 가끔씩은.

어제도 옥상에서 밖을 바라보는데, 그 사람이 이 공간에 들어오지 않을 날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차갑고 싸해지더라구요. 그 사람이 없는 나, 라니. 그 사람이 더 이상 오지 않는 내 방, 이라니.

모든게 무의미해져버려서 그냥 멍하니 평상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나, 좋아하는데. 사랑하는데.  지금 사귀고 있으면 족한거지, 라고 생각해버렸지만요.

왜 하필 이 사람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더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람이어서 정말 좋다, 너무 좋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은, 조금은 기대도 해봅니다. 그 사람이 방학 끝나고 어디 가자,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럼 취직하고 나서도 지방에 내려가서도 계속 나를 만나주려나? 하는 그런 작은 기대감.

그런 기대감은 가져봤자 좋을게 없는데....최대한 나를 쿨하게 해야 하는데.

포기해버렸어요.

 

길을 내딛는 내 그 얄팍한 돋움에도 생각나는게 너라는걸 그 사람이 알아준다면,

나를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너의 말이 나를 위로하기 위한것인지 아니면 자기보호인지 구분하고 싶지 않은, 구분하지 못하는

이런 나의 처지를 오로지 온전하게 그 사람이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내가 기억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알아주길 원한다면 표현해야 할텐데.

그 사람이 질려하지는 않을까, 질려하지는 않을까. 좋아한다, 사랑한다, 는 말을 많이 하기가 걱정됩니다. 

선배는 몇년만 더 지나면 까먹어서 못하니 지금 마음껏 하라고 하지만,

사랑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사라져버릴것 같아서

꿈에서 깰 것 같아서 두려워요

이게 뭔 거지같은 소리냐 하시겠지요.........

 

아,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좋아져버린건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건지.

누군가를 좋아해서 내 자신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는건, 처음 느껴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아니 사실 어쩌면 대처하고 싶지 않은걸지도요.

저 지금 알바중인데. 알바는 무슨 정신으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습관이란 무섭다고.....

 

 

아무튼 저 그 사람이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일기장에 쓸 내용을 여기다 구구절절히 적어서 아마 저는 나중에 틀림없이 하이킥하겠지만...

왠지 듀나님들은 그래 잘 썼다, 라고 해주실것 같아서.......

쑥쓰러움을 무릅쓰고...(아니 죄송해요... 사실 쑥쓰러움, 낯가림, 이런건 애저녁에 날린듯해요)

낯두껍게도 써봅니다.

 

 

에고.........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너무 두근거리네요. 너무 .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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