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갔을 때 처리했어야 하는 일을 빼먹은 바람에
오늘 다시 광화문쪽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일을 처리했냐하면… 바보같이 이번에도 못하고 와버렸네요. 나 원 참. 뭐 급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냥 광화문까지 나간 김에 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서울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정식 오픈은 내일인데, 오늘 개막 행사도 하고 공연도 했더군요.
아래에도 적었듯이 언-드럼이라는 제목의 사운드 퍼포먼스가 있었지만... 놓쳤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아티스트가 공연을 끝내고 전선이랑 외장 하드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더라구요.

시립미술관 본관쪽을 보니 전시도 관람 가능했던 모양인데,
"오늘 전시는 끝났고 경희궁 본관쪽은 전시가 계속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더군요.
어차피 그 방향으로 가야했기에 처음으로 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을 가봤습니다.



몇몇 작가의 작품들이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제대로 보지는 못하고,
아핏차퐁 감독의 인스톨레이션 중심으로 슬슬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아핏차퐁은 역시 좋더군요. 
'프리미티브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두 개의 방에 다수의 비디오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요.
첫번째 방에는 5개의 단편들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고,
(아 잠깐, 6편이었던가요? 기억이 살짝 헷갈리네요.)
두번째 방에는 2채널짜리 영상물인 '프리미티브'가 상영.
나중에 전시 보러가시는 분들은 첫번째 방만 보고 그냥 나오지 마세요.
어두워서 두번째 방이 있는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울 거 같더군요.

새카맣고 흐릿한 숲속의 물체들, 
흔들리는 카메라와 푸른 하늘,
불붙은 공을 차며 계속 달리는 사람들,
어둠속에 번쩍이는 번개와 공간을 가득채운 벌레 소리들…
시적이고 매력적인 이미지와 사운드 속에, 살짝 숨어있는 역사적 맥락까지.
그러고보면 아핏차퐁만큼 극영화에도, 미디어아트에도 어울리는 감독이 없을 것 같군요.
실제로 이번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에서 틀었던 몇몇 단편영화중에는
두개의 화면으로 영사되었던 미디어 아트 작품의
한 채널만 따와서 극장 상영했던 경우도 있었죠.
즉 극장에서 틀면 단편 영화 전시장에서 틀면 미디어아트인 셈인데,
본래 영화와 미디어아트의 경계라는 게 애매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경계를 넘나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만한 작품은 많지 않으니까요.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지난번 부산영화제에서 봤던 차이밍량의 '얼굴'도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극장에서 상영하는 아트하우스 무비로도 좋았지만,
영화의 각 챕터들을 분리해서 커다란 방에 여러개의 스크린을 걸쳐놓고
동시에 영사해도 좋은 미디어아트가 될 거 같다는 느낌.)


한 공간에 다수의 영상을 배치해놓은 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전시 큐레이터의 선택인지 궁금했는데,
아핏차퐁의 작품들을 소개한 공식 홈페이지를 가보니 본래 이런 형태로 전시하게 된 것인가봅니다.
그러니까 여러편의 단편이 한 세트의 전시물인 셈.

지난번 소마 미술관 아시아 현대미술상 전시에서 보았던
'나부아의 유령들'도 이 작품과 연계된 계획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에 개봉하는 엉클 분미도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을 거에요.

http://www.kickthemachine.com/works/Primitive%20sub_website/Primitive_Project/primitive_project.html




불만이자 궁금증 하나.
첫번째 방에서 보았던 영상물들은 hd(혹은 그렇게 착각할만큼 선명한) 화질로 영사되고 있었는데,
정작 두번째 방의 메인 상영작인 '프리미티브'는 더 큰 스크린에서 영사하는데도 
흐릿한 sd급의 dvd로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이게 본래 작품 소스가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자막 제작 과정이나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본래 그런 거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보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꽤나 갑갑하더군요.
마치 35mm영화를 디지베타로 상영할 때 드는 불만과 비슷하달까요.
특히 극영화도 아닌 미디어 아트의 경우는 내러티브가 아닌 화면 이미지에 더 집중하게 되니, 더 거슬릴 수 밖에요.
그래도 영상에 한글자막까지 넣어준 건 고마웠습니다만.



아핏차퐁의 전시물을 감상하고 나오는데 나오는 길이 어두컴컴하더군요.
다른 전시물들을 찾으러 가는 데 어둠속을 헤메는 거 같았어요.
전시 정보를 적어놓은 패널들조차 안보였으니 본래 전시 의도는 아니고
오늘이 정식 오픈이 아닌 프리뷰여서 그런 거였겠지만
덕분에 꽤나 재미있는 경험을 한 셈입니다.
아핏차퐁의 작품을 보다가 그 작품 속으로 쑥 들어가버린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작품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그 작품들의 커다란 스틸들이
어두운 벽에 붙어 보일락 말락 하고 있었으니까요.



내일부터 정식 오픈이니, 며칠 후에 제대로 가서 관람해야겠습니다.
미술관람과 달리 미디어 아트 전시는 관람 시간을 미리 계산할 수가 없어요.
그냥 그렇다 싶은 작품은 잠깐 구경만 하다 나오면 되지만,
맘에 드는 작품이 있을 때는 시간을 한참 보내게 된단 말이죠.
각 작품마다 30분이 넘는 러닝타임도 있으니,
좋은 전시회의 경우에는 영화제 하나 참석하고 나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립미술관 본관쪽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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