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투덜투덜.

2010.09.03 02:41

Eggplant 조회 수:2064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머리는 나쁘지 않으나 노력도 안하고, 결단력이 부족해 평생 뭔가 시원스레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어영부영 대학시절을 보내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취업준비 하면서 알바로 과외를 하던게 직업이 됐어요.

낯을 가리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에, 1대多보다 1대1 관계에 강한 성격이라 이 개인적인 일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강사일을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단과학원을 다니다가 망할 조짐을 느껴;; 퇴사하고

지금 일하고 있는 종합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가 딱 4주차가 됩니다.

 

저는 낯을 좀 많이 가리는 편이고, 사교성도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하루하루가 고역입니다.

수업하는 것 자체보다 아이들과 부드럽게 섞이지 못하는게 문젭니다.

학생이 뭔갈 잘못했을 때 어떻게 어디까지 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루하지 않게 수업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애들이 떠들거나 할 때 애들을 휘어잡을 수도 없고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아직까지는 감정적으로밖에 못 받아들여요.

 

오늘도 학생이 수업 중간에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길래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수학책 안 들고 와서, 집에서) 수학책 갖고 왔는데요, 하고 자기 할일 했다는 어투와 표정으로 얘기를 하는 겁니다.

(참고로 제 과목은 영어)

그걸로 제가 야단을 치는데 표정은 뭐 예의 그 띠꺼운 표정.

안되겠다 싶어 따로 불러 얘기를 하는데도 계속 그 표정을 한 채로 알겠다고 하길래,

알겠다면서 표정은 왜 그렇냐고 했더니

자기는 원래 표정이 그렇답니다.

 

휴. 암튼 쓰다보니 너무 디테일하게 썼는데

아무튼 이것뿐만이 아니라 도대체 이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요.

강사로서의 자질 문제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교력 부족으로 느껴져요 저는.

물론 경험이 쌓이고 하면 나아질 부분도 있겠지만요.

 

제 계획은 작은 영어 공부방을 열어서 운영하는 건데,(그게 제 성향과도 잘 맞고요)

지금은 경험 쌓는다 생각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동시에 과외도 하고 있구요.

 

다음주부터는 시험기간이라고 2~11시까지 근무를 하고 토,일은 2~9시까지 근무를 한대요.

(2학기 동안은 거의 1,2주 빼고는 계속 이런 시스템이라고)

현재 과외 2개와 병행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이 늘게 되면 과외는 자연히 제가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외 수입과 학원 수입이 큰 차이가 없음)

  

계속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난 이 일이 전혀 즐겁지가 않고 사람 많은 것도 전.혀. 즐겁지 않고 이게 앞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나에게 익숙해 질 수 있는 부분인가에 대한 확신도 전혀 없는데

근무 시간도 이런 식으로 늘어나고 또 과외까지 그만둬야 하니까

과연 이게 잘 하는 건가 싶어요.

 

종합학원의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맞지 않고 내 인생과 영혼을 좀먹는다는 느낌까지 드는데 이 일을 계속 하는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뭔가 비겁하게 느껴지고요.

 

결국 공부방을 할거면 차라리 빨리, 아니다 싶은 이 생활을 접고 과외로 돌진하는게 낫지 않은지(과외학생들을 취합해서 공부방 열면 됨)

아니면 힘들더라도 여기서 강의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배우고 사회생활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나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 학원에서 좀 버틴다고 해서 거의 30년을 변하지 않는 성격이 1년만에 바뀔까 싶은 회의도 있고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먹고, 많이 자는 타입인데,

오늘은 11시 경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삼각김밥 1개, 김밥 1줄, 복숭아 1개, 요거트 1개, 콩우유200ml 1개, 라면1개, 밥 반그릇] 을 먹었습니다.

물론 하나 먹고 30분 있다고 또 2개 먹고 또 1시간 있다고 1개 먹고 이런 식이긴 했지만

11시부터 1시 30분까지 저것들을 다 먹었어요.

마지막에 밥을 라면에 말았을 때는 배가 터질 것 같았고 먹는게 전혀 즐겁지도 않았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우느라 계속해서 먹을 수 밖에 없었어요.

 

항상 생각해 오던 거지만, 요즘에는 더욱더, 상담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신과 진료'라고 하면 (편견인 건 알지만) 너무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지고,

그 외국영화에 나오는 테라피스트?를 만나 쏟아낸다는 느낌으로 몇시간씩 얘기를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나와 얽히지 않은 사람한테요.

 

넋두리가 길어졌네요.

피곤해요.

길고 편안하게, 물에 젖은 나무처럼 푹 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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