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걸 인터럽티드이죠. 미국에선 1999년 12월 말경에 개봉했고 국내에선 졸리가

오스카 받고 나서도 꽤 지난 2000년 6월 말경에 개봉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개봉 훨씬 전부터

수입사가 임의로 바꿔놓은 '처음 만나는 자유'란 좀 낯간지러운 국내식 제목으로 둔갑했습니다.

방해받은 소녀보단 처음 만나는 자유가 영화의 감성적인 부분을 관객들에게 보다 근접하게 어필할거라고

본 모양입니다. 확실히 방해받은 소녀라고 하면 코미디같기도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자유라고 하면

약간 촌스럽고 감상적이긴 해도 영화의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옮겨주는데에는 더 나았던것같습니다.

 

dvd를 사놓고 한참 묵혔다가 얼마 전에 봤는데 국내 출시된 dvd는 재생시켜보니 제목을 그냥 걸 인터럽티드라고

해놨더군요. 해외에서 한글 자막 처리한걸 그대로 직수입해서 포장만 바꾼것인지...

 

수잔나 케이슨이 1993년 발표한 자전적 동명 소설을 위노나 라이더가 감명깊게 읽고 6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시켰던 프로젝트였죠. 영화를 통한 콩고물은 당시 떠오르던 안젤리나 졸리가 다 먹어버리긴 했지만

이 영화 제작의 일등공신은 위노나 라이더였습니다. 위노나 라이더는 1971년생으로 영화가 결국 촬영에 착수됐을 때는

20대 후반이었죠. 그래서 10대 후반에 정신병원에서 1년 반동안 치료 받았던 수잔나 케이슨 역을 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랐고

영화를 보면 별로 10대 같아 보이지도 않지만 본인이 워낙 배역에 매료가 돼서 출연까지 감행했습니다.

영화는 흥행엔 실패하긴 했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열연 덕분에 화제가 됐고 비평적 성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위노나 라이더의 전성기 시절 끝물 작품으로 남았죠. 이 작품 뒤 뉴욕의 가을과 미스터 디즈 같은 졸작에 출연한뒤

유명한 도둑질 스캔들로 개망신을 당하고 조연급으로 커리가 확 주저 앉았습니다.

 

위노나 라이더는 유령수업과 헤더스를 끝낸 직후 정신적 공허함과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한적이 있었고

수잔나 케이슨은 자신의 경험담이 그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될수 있겠다고 판단, 논픽션에 가까운 자전적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책이 나왔을 당시에도 위노나 라이더는 우울증 때문에 중독된듯 써내려간 일기가 방안에 수십권씩 쌓였던 때였기 때문에

수잔나 케이슨의 동명 소설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의욕적으로 영화화를 기획하여 공동 프로듀서로 명함을 내밀기에 이른겁니다.

 

수잔나 케이슨의 소설은 중편 분량인데 이 작품은 국내식 제목으로 2004년 11월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전 원작이 궁금했었기 때문에 국내 출간되자마자 사서 읽었는데 그게 벌써 거의 10년이 다 지났군요.

영화는 거의 일기식 소설을 각색한 헐리우드 영화고 비교가 많이 됐던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와 달리

중반 이후론 지나치게 감상적인데 원작을 보면 영화에서 극적인 요소로 쓰였던 장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병동에 입원한 소녀들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수간호사와 함께 가는 장면에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성적인 농담을 치는 미친소녀는 나오지만 그 뒤 안젤리나 졸리가 위노나 라이더가 불륜을 맺은 교사의 아내를

모욕하는 장면은 소설에 없습니다.

후반부 안젤리나 졸리와 위노나 라이더가 대적하는 감정씬도 물론 소설엔 없는 부분이고요.

영화는 소설의 상황설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드라마틱하고 감상적인 부분을 추가시킨것같습니다.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만이 거의 유일하게 정신병동에서 퇴원하지 못한것처럼 마무리를 흐리게 처리했지만

실제 소설을 보면 리사는 퇴원하고 아이까지 낳아서 뉴욕 빈민가에서 많이 완쾌된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죠.

 

암튼 영화가 중반 이후엔 삐걱거리긴 해도 배우들 연기도 좋고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은데

관조적이고 절제된 원작이 조금 더 낫습니다.

 

근데 영화 개봉 당시 위노나 라이더가 자주 하고 다니는 숏컷 헤어스타일이 식상했었는데

실제 수잔나 케이슨이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의 모습도 비슷하더군요.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자레드 레토가 위노나 라이더의 남자친구로 나왔었네요.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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