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선배님들..

2013.06.25 23:28

평범한등대 조회 수:3723

기본적으로 징징거리는 글이 될것 같기때문에 미리 죄송합니다..(최대한 짧게쓰려고 노력햇습니다.)


저는 국비유학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와서 현재 동경대 공학부 4학년입니다..

고딩때는 사실 선생님과, 공대진학에서 망설이다가 이 장학생프로그램이 학비,생활비까지 지원하는 데다

운좋게 동경대를 붙었으니 걍 자연스럽게 여기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는지, 일본어를 포함해 공부를 지지리도 안했습니다..

사실 일본어공부를 안한게 모든 문제의 시초이긴 하지만, 일본어랑 상관없는 전공공부조차도 안했습니다.

정말 공부를 지지리도 안해서, 어느순간부터는 공부하기가 싫고,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잇으면 절대 공부안하고 인터넷만 하게된다는걸 스스로도 알면서도 '이번엔 집에서도 할수잇을거야' 라고 자신을

속여가면서 도서관 안가고 집에 있다가 결국 책엔 손도대지 않는 생활을 3년넘게 한것이죠...

시험기간에는 전형적인 '시간을 일에 맞추는' 스타일로 결국 시험전날까지 안하다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막막해서 울기까지도 합니다.


그런데 어찌어찌 진급은 해서 4학년이 되면서 졸업논문을 쓰도록 한 연구실에 소속이 되었습니다..

여기엔 한국인선배들이 아주 많아요. 한중일 비율이 거의 1,1,1 입니다. 선배들은 다들 착하고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그냥 입발린 말이 아니라, 실질적 업적이 대단하다고 하실만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그보다 더 위의 취직등을 하신 선배님들과 하는 얘기나, 기업에서 취업설명회? 같은걸 할때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석사를 졸업하고 자기네 기업을 오면 연봉이 5,6천이랍니다.. 자랑하냐?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거짓말이 아니고,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두려움을 치솟습니다.. 지금까지 공부안하고 굼벵이처럼 살아온걸 보면 제가봐도 제가 참 

애같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않단건 알기때문에 저 돈을 공짜로 주는게 아니란걸 압니다. 애초에 저처럼 공부를 제대로 안한 사람은 붙지도

못할뿐더러, 저 연봉을 계속 받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한 공부와 연구를 계속해나가야겟지요.. 당장 석박사 선배들만 봐도 점점 바빠지면

바빠졌지, 석사졸업했다고, 박사졸업했다고, 취직했다고 더 편해지는것은 없는것 같습니다.(너무 당연한 얘기네요)


전 돈욕심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안써서 돈모으는 타입' 이랄까요.. 그런 제가, 학부생인 지금도 빌빌거리는 제가, 저 연봉에 합당한

전문지식과 노력을 감당해낼수가 있을지 두렵습니다. 마치 최저배팅이 천만원인 도박에 멋모르고 참가한듯한 느낌입니다..

선생님도 쉬운 직업은 아닙니다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전 선생님이 훨씬더 적성에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자연을 끝없이 파헤치면서 성과를 내는것보다 이미 취득한 지식을 어떤식으로 가공해서 전달해야 

아이들이 잘 알아들을까 고민하는 것이 좀더 안정적이면서, 지금의 저에겐 재미있고 보람있게 느껴집니다..


물론, 제가 공대가 뭐하는데인지도 모르고 무난히 전기계를 선택, 프로그래밍을 못하니까 물성디바이스를 선택, 해서 와보니 상상하던

것과 다른 노가다와 센스와 지식이 필요햇던것과 마찬가지로 선생님도 막상 하게되면 상상과 다른점이 아주 많겠지요..

어짜피 이제와서 선생님이 되는길로 들어갈만한 용기나 행동력이 없는것도 저의 현실입니다...뭐 어쩌잔건지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사실 이런 고민을 연구실의 나이 젤 많은 한국인 형에게 살짝 장난섞어 얘기했을때가 있었는데, 그땐, '여기 있는것만으로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너무 쫄지 말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그말을 듣고 한동안 좀 열심히 했엇는데, 역시 지금까지 공부를 안해온 천벌인지

이해도 잘 안되고, 집중이 잘 안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낙심하고 나니 너무 쉽게 다시 슬럼프가 찾아옵니다. 결국 어제,오늘 학교 안갔네요..


어쩌다 제가 이렇게 물러터진 애같은 인간이 되버렸나 한심하고 슬픕니다.. 이젠 제 노력으로 이게 극복되는건지도 의심이 갑니다..

만약 당장은 극복해낸다고 할지라도 지금 공부하는 반도체 공부를 갖고서 평생을 공부하며 벌어먹을 수 있을지 너무 무섭습니다..

물론 다 제 잘못입니다만, 비유를 해보자면, 

어쩌다 운좋게 점프가 높이 뛰어져서 높은 위치에 달라붙었는데, 그걸 유지하고 위로 기어올라갈 힘이 없어서 아래로 추락사 할것같아,

그냥 적당한 높이에서 있을걸... 하고 후회하는 상황이랄까요.. 한심한 비유네요


절 한심하다고 혀를차도 좋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주셔도 좋고, 국비유학생이 세금쳐먹고 공부도 안한다고 화를 내셔도 좋습니다.

그냥 인생선배님들의 이야기가 듣고싶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94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9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271
109361 오세훈 시장은 그냥 울면서 무릎꿇고 큰절할 게 아니라 이걸 했어야 했어요 [16] eltee 2011.08.24 3724
109360 [펌] 오빤요 아이유가 좋은걸~ [6] 01410 2011.01.22 3724
109359 소개팅한 뒤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 주려하던.. [9] 서리* 2010.11.04 3724
109358 오늘 조석 [마음의 소리] [5] nishi 2010.10.26 3724
109357 1996년도에 미국에서 큰 사건이 있었죠 (선생님과 제자사건) [6] 빛나는 2010.10.18 3724
109356 대책없이(?) 회사 그만두는것은 절대 안될까요? [7] 사람 2010.07.05 3724
109355 이런 Geek같은 인생. [11] 바보마녀 2010.06.28 3724
109354 타진요가 증인을 1만불에 매수했다는 해외발 기사가 있네요. [12] 레사 2012.04.25 3724
109353 이런 서울대생 진짜 존재하나요?; [28] Journey 2017.10.11 3723
109352 전세금 빼서 사업하려고 하는 저, 비정상인가요. [19] 꼬마자동차 2015.03.13 3723
109351 [달걀바낭]오늘 조카와 얘기하다 엄청난 세대차이를 느꼈습니다. [20] poem II 2014.06.12 3723
109350 멀미 있으신 분들은 [그래비티] 관람을 숙고해보셔야 할지도... (내용누설 없습니다) [12] 버럭현빈 2013.10.12 3723
109349 [듀나장터] 혹시 블루베리 좋아하시나요? (환단공포증 있으신분들은 사진 조심해주세요) [8] 벼랑에서 살다 2013.07.08 3723
» 인생선배님들.. [27] 평범한등대 2013.06.25 3723
109347 방콕에서의 10일째 하루, 오랜만입니다. [34] shyness 2012.07.12 3723
109346 이 조카녀석들... [28] 여름숲 2012.05.08 3723
109345 아이돌사진)샤이니 온유 티저사진 (살색...없 있나?) [18] 발광머리 2012.03.10 3723
109344 [펌] 아는 형님과의 1박 3일 [6] 01410 2011.11.18 3723
109343 재난에 (기업들이) 대처하는 자세. [13] 스웨터 2011.03.12 3723
109342 인턴생활이 이럴줄이야. 도와주세요. [16] 잠시만 익명. 2011.01.05 372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