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즌 1~2 vs 시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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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드 스킨스 시즌 1~2에 대한 위 글을 올렸었는데요,

(대충 이렇게 쩌는 드라마는 처음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즌 3을 보기 시작하고 나서 저는 무척 분노했더랬습니다.

시즌 1~2 에 비해 각본과 연출이 너무 후지고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생각도 없고 매력도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요.


시즌 1~2가 쩔고 시즌 3부터는 좀 떨어진단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까지 추락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거든요.


그랬던 것이 시즌 3 한 8~9화 정도 되어서야 비로소

각본과 연출이 좀 간지가 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저는 시즌 3의 완성도도 (초반은 좀 후지지만) 평균을 내면 시즌 1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오미와 에밀리의 관계가 심화되면서 인물의 내면과 갈등을 그려내는 솜씨가 아주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에피와 삼총사의 관계를 그려내는 부분은 여전히 후지다고 생각합니다)




2. 스킨스가 내게 브리티시 록이 뭔지를 알려주다


그런데 시즌 1~2에 비해 시즌 3~4에서 심화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음악입니다.

특히 시즌 3은 '브리티시 록'이란게 뭔지를 제게 알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1~2의 음악도 물론 최고입니다.

특히 시즌 1 마지막화의 '와일드 월드' 부분은 지금까지 제가 본 모든 영상매체를 통틀어 음악이 가장 대단하게 쓰인 씬이라고도 생각하구요.


그런데 시즌 3에서의 특징은 뭐냐면, 브리티시 록이 좀 더 많이 쓰이고,

그 음악적 특색을 좀 더 찐하게 드러내는 음악들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시즌 1~2에서도 당연히 물론 록이 많이 쓰이긴 했는데, 여하튼 시즌 3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이 스킨스를 보기 전에는, 록이란 음악을 생각할 때

'영국 록'이란 거를 따로 떼어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더랬습니다.


영국이란데를 가본 적도 없었고, 전부터 워낙 '영미'(英美)라고 해서 영국과 미국을 퉁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영화를 봐도 영국과 미국이 그렇게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었구요.

(이 말이 좀 교양 없이 들릴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본 영화들 속에서는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록음악도 원래 미국에서 발원해서 영국으로 건너가서 영국록이 다시 미국을 침략해서 휩쓸었고 등의 역사와

주요 밴드들의 음악도 대충 다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록음악은 (영미 가릴 거 없이) 록음악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드 '셜록'을 보면서 영국 감성과 미국 감성이 엄청 다르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그 감성을 쫓아서 영드 '스킨스'도 보게 되었는데 

이걸 통해서 영국 감성과 '영국 록'이란 것을 훨씬 더 진지하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셜록과 스킨스에서 제가 느낀 영국 감성이란 

(미드에 비해서) 훨씬 더 진지하고 섬세하고 sophisticated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스킨스에는 그러한 각본과 연출에 영국 록 넘버들이 더해지면서 그 느낌이 훨씬 더 제대로 살더군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영국 록의 감성이란 위에 쓴 영드의 느낌에 더해서 뭔가 더 우울하고 허무하고 성숙하고 끈적끈적한 그런 감성을 말합니다.


물론 영국 록의 계보란 록음악 전체의 계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도 있고 저 느낌에 해당 안하는 음악도 엄청 많으므로

위에 제가 말한 감성은 '영국 모던 록'에만 해당하는 느낌을 말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제가 바라보는" 영국 록에서 '에센스'만을 뽑는다면 저런 느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3. OO음악하면 바로 이 영화/드라마지!!


그래서 스킨스란 제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쩌는 드라마가 되면서

또 "브리티시 록"이란 걸 완전 각인시켜 주는 드라마가 되었는데,

다른 궁금한게 생기더군요.

즉 제게 있어 "스킨스 = 브리티시 록"이란 공식처럼

"OO음악하면 바로 이 영화/드라마지!"라고 꼽을 수 있는 영화/드라마를 꼽으면 어떤게 있을까라는 거요.


"스킨스하면 영국 록이지"라는 생각에 비추어 봤더니

<올모스트 페이머스>(카메론 크로우, 2000)는 제게 "미국 록"이 무엇인지에 대한 느낌을 가장 잘 알려준 영화더군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록문화 자체에 대한 느낌까지 다 합쳐서요.


<카우보이 비밥>(와타나베 신이치로, 1998) 은  '미국 음악' 혹은 '미국 자체'라는 느낌입니다.

근데 이게 일본 사람들이 만든 애니란 점이 재미있죠.

작품의 핵심정서로 쓰이고 있는 음악이 재즈와 록인데 이게 다 미국에서 발원한 음악이고

형식의 핵심인 '카우보이'(웨스턴)와 '필름 느와르'도 다 미국에서 발원한 장르들이니까요.

어쨌든 그중에서도 음악, 미국 재즈와 미국 록이 가장 죽여줬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한나>(조 라이트, 2011) 는 제 눈 앞에 대고 "일렉트로닉 음악은 바로 이거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마치 주술이라도 건 것처럼 저를 꼼짝 못하게 사로잡았던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 라이트 감독이라니. 일렉트로닉 음악과는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인데 이것도 이상하죠.

조 라이트 감독에 케미컬 브라더스가 음악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조합입니다만

그래서 덕분에 그 음침한 고딕동화 같은 내용에다 좀 심하게 쩔어주는 음악이 조합된 어마어마한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케미컬 브라더스가 영화에 맞춰 음악을 작곡한다 - 라는게 기본 컨셉이었을텐데

영화를 보면 또 마치 연출을 음악에 맞춘 것 같이 음악과 연출이 심하게 잘 맞아주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조 라이트가 좀 대단한 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나온 이 결과물은 고맙기만 하죠.

어찌된게 국내 흥행은 시망이어서 듣보잡 영화로 되었습니다만

제게는 가장 어마어마한 영화체험을 남겨준 영화 중의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그 외 대충 떠오르는 영화들은

비틀즈 음악하면 <옐로 서브마린> (1968)?

아일랜드 록하면 <원스> (2006)? (아 이건 좀 무리수 같긴 한데 어쨌든 저한테는 그런 느낌으로 남아있네요)

일본 고대음악하면 <공각기동대> (1995)? (아 진짜 무리수네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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