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요즘 들어 생각나는 음식.

2013.04.03 10:49

엘시아 조회 수:2268

호르몬 때문에 감정의 기복이 생겨서인지 옛날 생각이 종종 나는데요.

요즘은 남편과 데이트할 때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나요.

 

사귀기로 하고 나서 첫 데이트 때 저흰 콩국수를 먹었어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택시기사분들께 할매집이라고 물어보면 다 안다는 맛있는 콩국수 집이었어요.

강원도산 콩을 걸쭉하게 갈아내어 애호박 볶음과 김가루를 올리고 반찬으로는 청양고추가 전부인 집이에요. 늦게 가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답니다.

생각해보면 첫 데이트의 음식으로는 다소 쑥쓰러운 먹거리이긴 한데 남편이 밀가루 덕후라서 제가 그 집을 선택했거든요.

얌전한 척하면서 한가닥씩 먹고, 입가나 치아에 묻을까봐 되게 조심조심해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남편과 관련없는) 이것저것 안 좋은 사건이 많았던 저는 확신이 없었는데요.

남편에게 어느날까지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먹쉬돈나에 가서 떡볶이도 먹고 밥도 볶아 먹자고 했죠.

나중에 신혼집을 구하러 갔을 때 들려서 먹었답니다. ㅋㅋ

 

연애할 때 남편은 평일에 휴일이 있어 종종 저를 만났는데요.

한번은 제가 너무 아픈데도 내려와서 저를 만나려고 하길래 아프니까 쉬고 싶다고 오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기어이 찾아 와서 저에게 홍시를 주더라구요. 감기에 좋다니까 얼른 먹으라구.  달착지근하면서 시원해서 열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그 때가 문득 생각나서 남편 보고 홍시를 사오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때 그 맛은 안나더군요.

 

그 외에 남편이 이직하면서 월급이 더 나왔다고 맛있는 거 사준대서 둘이서 스테이크와 봉골레를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던 기억도...

예물하러 갔다가 기분이 상해서 제가 화를 잔뜩 내고 남편은 달래주고 그러다가 가서 먹었던  트라토리아 몰토의 음식들도 생각이 납니다.

기념일 겸 해서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취소하고 집에 가버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남편이 혼자 살 때 자주 가던 포장마차의 떡볶이 집을 저에게 소개해줬던 기억도 나고...

더운 여름에 하회마을 갔다가 한시간도 못되서 gg치고 시원한 미숫가루를 마시면서 버스 오길 기다렸다가 타자마자 둘이 머리를 맞대고 졸았던 기억도...

 

하지만 지금은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는 게 함정. 하아.

생각나는 추억의 음식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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