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야한 옷 혹은 분방한 행실이 성범죄 발생의 원인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의견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배웠어요. 그와 관련해서 제가 생각할 때 크게 두 가지 짚어야 할 포인트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일단 야한 옷과 성범죄 발생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가가 명확히 있어야 합니다. 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관찰되지 않는다면 이 논쟁은 시작될 필요도 없는 무의미한 낭비일 뿐이죠.

 

그런데 이런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신뢰할만한 통계나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몇 분들이 개인적인 경험이나 추측을 바탕으로 둘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당연히 있다고 가정을 하고 논의가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더 일반화가 가능한 통계 자료가 의미있는 논의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네요. 혹시 이와 관련된 통계 자료를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둘째, 야한 옷과 성범죄 발생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야한 옷이 성범죄를 발생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자동으로 검증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해서 상관관계는 나타날 수 있죠. 인과관계는 상관관계라는 현상 혹은 팩트에 대한 여러 가능한 해석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일 성범죄가 A라는 인구도 많고 상업화도 많이 되어 있고, 문화적으로도 활발한 지역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합시다. 이 지역에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는 여성들도 더 많을 거라는 게 이상하지 않죠. 만일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통계를 보게 되면 야한 옷과 성범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메커니즘에는 야한 옷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포함이 되지 않죠.

 

이런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야한 옷을 즐겨입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리적으로도 더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을 한다고 합시다 (그리 말이 안되는 가정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그만큼 그런 여성들은 성범죄자들과 마주칠 위험도 높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야한 옷 자체가 발생시키는 어떤 유인도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야한 옷과 성범죄와의 상관관계는 나타날 수 있죠. 하지만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가능한 이론을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인과관계 역시 그런 이론들 중 하나죠. 설득력이 있는 이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이론이 상관관계의 실질적 , 핵심적 메커니즘이기(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가정과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검증과정이 필요하죠. 이런 쪽으로 근거가 될만한 연구 결과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역시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유하면 도움이 되겠죠.

 

그 의도야 어떻든 간에 여성들도 스스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는 아주 일반론적인 충고를 넘어서서 여성들이 옷차림을 신경써야 한다거나 어떤 지역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일종의 정책적 수준의 충고를 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자료를 통한 인과관계의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근거로 제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스스로에게 혹은 가족들에게 사생활 간섭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충고를 하는 거야 자유겠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이래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다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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