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 김연아느님이 우승을 했기에 분위기에 편승하여 쓰는 글은 꼭 아닙니다만... ^^

 

   군말 필요없이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감동 그 중독으로 종일토록 몇 번을 돌려 본 동영상의 잔상에서 남은 것은 피겨 전문용어로 규정짓는 그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것이 아닌, 점프 직전 그녀가 짓는 의연한 표정과 그 모든 두려움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당당함에 대한 반함이었습니다. 이것은 하루이틀 장사하다 잠깐 반짝한 잔재주가 아닌, 단순무식하게 난 원래 이것밖에 모르고 그냥 이게 내 삶인 자의 생활(훈련)방식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습관적 고집에서 우러난 '그냥 뭐...'의 초연함이 아닐까 혼자 감상했습니다. 물론 김연아양의 '그냥 뭐...' 는 대다수의 범인들이 가질 수 없는, 범상치 않은 평범한 태도일 수 있지만... 정말 아름답네요.

 

   그리고 저는 김연아양의 모든 경기를 다 보지는 않았지만 이번 레미제라블의 의상의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대개 레드 계통의 의상이 흑발인 동양인 피겨 선수에게 강렬한 안무와 더불어 잘 어울리기도 하고 동계 올림픽 금메달 때의 파랑 의상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 이번에 레미제라블 작품 발표하고 의상 나왔을 때부터, "이야 이건 정말!!!!"  하고 미리부터 감탄했거든요. 웬만해서는 동양인이(?) 멋지게 소화하기도 힘든 회색빛 의상이 자칫 초라해 보일 수도 있었는데, 연아 선수의 유백색 피부와 함께 조화가 훌륭하고 의상 디자인의 디테일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설사 이번 대회에 순위권에 못들었어도 제 개인에겐 베스트로 남았을 법한데, 1위와 더불어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는...!

 

   사족으로, 저는 김연아 선수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지 않은 피겨 문외한이라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기 또한 더더욱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보니 알겠어요. 마오 선수는 김연아 선수와는 완전 다른 (하수)급의 선수라는 것을. 그 중 제가 느낀 하나만을 언급하자면, 마오 선수의 백조의 호수를 김연아 선수가 연기했더라면 정말 다른 그림이 나왔으리라고. 발레로도 이미 너무 대중적이고 음악의 선율만 들어도 대충의 움직임이 그려지는 그 유명한 작품을, 마오는 백조도 흑조도 어느 한 가지도 제대 살리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울 지경이더군요. 게다가 흑조 부분은 오히려 임팩트 강하게 심사위원에게 쉽게 어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모든 아쉬움의 근원은 아마도 마오 선수 자체가 (기술적인 부분만 치중하다보니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의 체화 능력 더 나아가, 작품에서 보여줘야 하는 어떤 색기(라고 쓰고 흡인력과 장악력이라 읽는)가 정말 부족한 선수이고... 그것이 몸을 쓰는 무용수나 또는 비슷한 직업군(피겨, 리듬체조 등등)의 프로선수에게 결여 되었을 때 그것을 보는 관객에겐 어떤 종류의 무감인 지 그 느낌을 되려 확연히 알 것 같아서요. 

 

  스무 살 연아처럼, 경제도 연아처럼... 어쩌면 ㅂㄱㅎ 새정부도 연아처럼, 이라는 망 슬로건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는... 망상을 한 하루이틀이었지만 그냥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와서 연아처럼 뭔가 반짝거릴 수는 없겠지만...  일상을 사는 게 도금을 얹은 것처럼 부자연스럽지 않게, 그냥 꾸준히 뭔가 군말없이 하다보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적어도 그런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런 말 쓰기도 참 난데없지만(그동안 한 개인이 겪었을 숱한 고민과 고통과 번민은 다 짐작도 못한 채로) 그냥 많은 말 필요없이... 저 작품을 빙판 위에서가 아닌 그냥 발레나 컨템을 시전하는 일반 고무판 무대 위에서 공연 했더라도 충분히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작품길이와 시간이었을 텐데, 오히려 들판을 노니는 소녀처럼 너무나 아무렇지 않도록 혹독히 훈련하여,

 

   그래서 저같이 무미건조한 사람에게도 아름다움이 주는 순전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준 김연아 선수에게 참 고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87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5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732
263 독신생활의 즐거움과 괴로움 [13] 살구 2014.10.10 4222
262 난해한 글쓰기에 관한 어떤 변명 [34] soboo 2010.09.06 4184
261 동네 치과와 아는 사람 치과 갔을 때의 차이. [6] Paul. 2011.02.12 4153
260 매일 5백만원씩 쓸 수 있다면? (웹툰 '저스트 원샷' 스포) [29] Jade 2013.05.20 4118
259 마늘밭에 있던 돈.jpg [11] 가끔영화 2011.04.12 4065
258 [벼룩] 여성용 정품 어그(UGG Australia) 6사이즈..230~235 사이즈?(저는 남자입니다만;;) [10] Chekhov 2011.01.14 3985
257 [바낭] 직장 넋두리 - 이직 실패와 재입사 [7] Planetes 2011.11.01 3935
256 롯데팬으로서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보다 더 가슴 아픈건 바로, [34] chobo 2010.10.06 3926
25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혼다와 계약 결국 박지성과... [10] Aem 2011.06.08 3922
254 어제 라디오스타 결정적인 장면 - 왜 김도균이 '기타의 신'인가? [4] soboo 2011.05.20 3900
253 트루 디텍티브 보신 분들께 묻습니다.(스포 듬뿍..) [4] 칼리토 2014.10.06 3828
252 [펌] 주인아 나 쪼기... 쪼거... 좀 줘봐 [8] 재생불가 2012.06.14 3811
251 (바낭) 썰전 속 강용석과 이철희 소장 [10] 방문객21 2013.04.19 3782
250 이름 짓기의 고단함 [29] 남자간호사 2011.05.26 3778
249 김수현 작가 이거 무슨 말이죠 [6] 가끔영화 2010.10.24 3757
248 전 이 두부들이 궁금하더군요. [4] 자본주의의돼지 2013.02.20 3726
247 저도 각오하고 씁니다. [16] Solo 2012.03.27 3712
246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잔인했던 장면(스포有) [7] 쥬디 2014.03.29 3711
245 국정원에 관한 개인적 추억이 있으십니까? [12] drlinus 2012.12.12 3662
244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 이상하네요 [1] 푸네스 2014.05.11 36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