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에서 할인으로 팔길래 구매를 해놓긴 했는데... 읽는걸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 3페이지 정도 넘겼습니다. 그러다가 그냥 노예가 되어버려서 지금까지 1200 페이지 정도 읽었네요. 헐리우드 사람들이 속히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너무나 잘 보입니다. 눈을 못떼겠네요.


일단 서두에서도 경고처럼 나오는데, 저자인 아이작슨도 잡스가 죽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하고 있고, 내용을 보면 그 부탁을 잘 들어준 듯 합니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정말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은 들 지언정, '좋은 사람이었구나, 착한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됩니다. 작가나 당사자의 의도도 필요 없을듯 해요. 그냥 맘에 안들면 사람을 짜르고, 남의 공을 가로챘던 팩트가 줄줄 나오는데 좋게 생각해주기가 힘들죠. 이 전기가 잡스의 용비어천가일듯 해서 못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런 점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 사람이 자신의 열정을 위해서 죽을 힘을 향해서 달려왔는가라는 것만큼은 훤히 보입니다. 기술과 인문적인 부분의 접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는 들은바 있지만, 진짜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회유하고 우겨댄 이야기도 정말 재밌고요. 특히 픽사의 설립자인건 알았지만 그가 픽사 애니들을 만들기 위해 디즈니랑 겪었던 부침의 일화들은 IT 일변의 이야기에서 쇼비즈니스의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하고요.


다 읽고나니 4월에 나온다는 애쉬튼 커처 주연의 영화도 기대됩니다. 전기에 있는 이야기 일부만 제대로 반영한다고 해도 정말 볼거리 많은 영화가 나올거 같아요. 

자기가 만든 회사를 통해 개인 컴퓨터 대중화라는 큰 부분을 만들며 이 분야를 키워놨다가 진상짓 해서 쫓겨나고, (전 이전까지는 순전히 운영 부실에 의한 퇴출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려워진 회사를 다시 맡게 된 뒤 음악, 영화, 이동통신을 아우르는 새로운 기기들로 재도약을 시켰다는 것만 해도 분명 범인의 인생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회사에 복귀해서 인간적으로 다시 매력적인 사람이 된 것도 아니고요)



괜히 읽고나니 어수룩한 선견지명이 생기는 듯 한데.... 왠지 최근 잦아진 i-디바이스들의 출시나 다변화 전략이, 만약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허락되지 않을 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쫓겨난 회사로 11년만의 복귀 후 그 동안 다양하게 늘어난 매킨토시의 라인업을 싸그리 중단 시켰다는 일화를 보면 말이죠. (여기에 픽사의 부진까지도 잡스의 부재일까...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전기 일독 강추합니다. 잡스나 애플을 싫어하는 (?) 분, 혹은 삼성 스마트폰을 애용하시는 분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요. 적어도 이건희의 전기보다는 재밌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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