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리뷰 게시판에 먼저 올렸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거기 올려둘만큼 진지한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메인게시판으로 다시 옮깁니다.





제가 『폭렬 갑자원』이라는 만화를 처음 본 것은

약 15년쯤 전의 일입니다.

일본 최악의 폭력고교인 카와라자키 공고의 폭력배 학생들이 갑자원에 꿈을 걸고

온갖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을 거쳐 결국 갑자원 우승을 이뤄낸다는 내용의 만화입니다.


15년전 저는 이 만화를 당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던 『멋지다 마사루』의 아류작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다시 만나게 된, 재기 넘치는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가득 찬 이 만화는 

걸작 『멋지다 마사루』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게다가 15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전혀 빛바래지 않는 놀라운 독창성을 지닌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15년만에야 이 만화의 진가를 알게된 것에 기뻐서 떨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런 놀라운 만화를 그려낸 작가라면 분명 그에 뒤지지 않는 후속작을 그려냈을 것임에 틀림없고,

그 후속작 역시 매우 오랜만에 저로 하여금 정신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걸작임에 틀림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속작이 바로 이 『경사청 24시』라는 작품입니다.

일본 경찰 내의 극비 특무 조직 '경사청' 소속 경찰들의 도전과 성장, 모험과 우정을 그린 열혈물입니다.

이 역시 『폭렬 갑자원』과 마찬가지로 극도로 황당하며 폭소를 자아내는 놀라운 아이디어들로 가득찬 작품입니다. 


만화적 재미 자체는 전작 『폭렬 갑자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하겠으나,

작품의 오리지날리티 자체는 앞의 작품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작품, 바로 『대마법고개』(大魔法峠)라는 만화입니다.

이 작품은 오와다 히데키의 창의성이 극한에 다다른 만화이며,

코믹스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지 않아 현재 8부작 OVA로밖에 접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만,

(오와다 히데키 원작의 만화를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의 감독 미츠시마 츠토무가 연출하여 OVA로 만든 것입니다)

OVA만으로도 그 작품성을 알아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렬 갑자원』과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놀라운 독창성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이 『대마법고개』가 그 독창성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마법고개』(大魔法峠)라는 제목에서 이미 우리는 이 작품의 야심을 알 수 있습니다.

『대보살고개』(大菩薩峠)가 가진 극한의 하드보일드 사무라이 액션물의 지위를

바로 "마법소녀물"에서 추구하여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제목인 것입니다.

(아, 정말입니다)


주인공인 마법왕국의 공주 푸니에는 왕국의 계승자가 되기 위한 수업으로

인간세계에서 1년간을 머무르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그녀는 왕국의 보호 없이 

혼자 힘으로 자신을 노리는 수많은 암살자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그녀는 막강한 마법력에 더하여

그녀 스스로가 "타격계 따위는 2류, 관절기야 말로 패자(覇者)의 기술이야"이라고 말하며 

무적을 자랑하는 자신의 서브미션(그래플링) 기술로

자신을 노리는 암살자들을 차례로 무참히 짓밟으며 자신이 마법왕국의 패자임을 증명합니다.


...방금 읽으신 것은 분명 "마법소녀물"의 시놉시스가 맞습니다.

이 작품이 가진 뛰어난 점은 

방금 말씀드린 마법소녀물이라는 장르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극한으로 파고들어 추구해낸 

장르 혼성모방물로서의 완성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버금가는 뛰어난 점으로서,

주인공 마법소녀 푸니에가 그 극한을 추구하는 서브미션(그래플링) 격투의 연출력을 들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통틀어, 이 작품은 지금까지 공개된 가장 뛰어난 수준의 그래플링 격투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므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제가 최근 10여년간 접한 애니메이션 중에 톱 쓰리 안에 들어가는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왔다고 생각하시는 당신께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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