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에 대하여

2013.01.17 12:26

겨자 조회 수:4143

북한의 간첩으로 1987년 대한민국의 국적기인 대한항공 폭파에 가담, 승객 115명을 살해한 김현희씨를 생각하면, 저는 사람이 이데올로기나 국적과는 상관없이 지켜야할 윤리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됩니다. 김현희는 사건 발생 삼년후 1990년에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풀려납니다. 97년에는 안기부 직원과 결혼해서 대한민국 시민으로 자유롭게 살아가지요. 이렇게 많은 인명을 살해한 사람을 사면했을 때에는, 저 사람은 세뇌가 되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알게 되었으니까 다른 사람이고, 회개했으니 또다른 기회를 주자, 라는 논리가 깔려있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현희가 쓴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읽어본 적 있는데, 그 책에서 김현희는 이렇게 좋은 세상,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죽게 된다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김현희가 티브이에 나온다고 하니 제가 껄끄럽게 생각했던 부분이 다시 떠오릅니다.


어떤 체제하에서 교육받았다고 해서, 혹은 세뇌를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범죄, 양심에 어긋나는 죄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유대인들을 죽인 나치 인사들도 사면을 해줘야하지 않느냔 말입니다. 살인은 결국 자기자신의 결단입니다. 내가 한 행동으로 사람들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내가 그에 가담하느냐 안하느냐는, 내가 받은 교육이나 내가 속한 국가나 심지어 종교, 어떤 것에도 핑계를 돌릴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살인은 궁극적으로 '내'가 (신과 인간 앞에) 저지른 잘못입니다. 나는 그 시대에 그 사회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내가 저지른 범죄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라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저는 김현희를 역사의 증인으로 살려두기 위해서였다면 그녀가 자유의 몸이 되지 말았어야 했고, 무기징역을 살아야 했으며, 아주 아주 오래 늙어서 몇십년 흐른 후에야 사면을 고려받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죄값이라는 것입니다. 국적이나 교육 혹은 미모나 젊고 늙음을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사람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한 사회의 당연한 응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옥에 있어야 할 김현희가 공중파 문화방송에 출연해, PD수첩의 취재 방식에 대해서 비난했다니 하는 말입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22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77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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