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9 12:28
어머니께서 여행을 가셨어요. 짧게 사박 오일 정도. 어머니가 참여하시던 모임에서 가는 거라 아버지와 함께 가시지 못했어요.
제 동생은 약간 느즈막한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끝나는 일을 하고, 그나마도 놀다가 새벽 두 세시에나 들어와요.
자연히 저녁 무렵 집에는 저와 아버지밖에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여행 가시기 전에 저에게 부탁하신 게, 집에 일찍 들어와라. 이거였어요.
대화를 하지 않을 지라도 집에 사람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다르다며. 전 그러겠다고 했죠.
약속은 잘 지키고 있는데 서로 대화가 없어요.
저와 아버지는 사이가 좋은 것 같아요. 아마도.
아버지는 항상 자식들을 묵묵히 챙기시고, 저도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아요. 지나가면서 몇 마디씩은 해도 깊은 대화를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약간은 남자다운 성격이시고 저도 그렇게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의 딸이거든요.
저희 집이 가족 단위로 뭘 해본 일이 거의 없어서 더 그런 걸수도 있어요.
저녁때 아버지와 저는 각자의 방에 앉아 각자 티비를 보고 책을 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안방에 가기도 좀 머쓱한 그런 상태? 라고 할까...
유일하게 같이 하는 저녁식사는 제가 지난 며칠 간 체하고 아파서 같이 하지도 못하고ㅠㅠ...
생각할수록 저희가 정말로 대화가 없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머니는 원래 소소한거 이야기하기 좋아하셔서 그냥 들어드리기만 하면 되는데 아버지는 저에게는 말을 안하세요....아니 생각해보면 어머니 앞에선 수다쟁이신데!
다른 분들은 아버지와 대화ㅠㅠ..란걸 하신다면 대체 무슨 주제로, 어떻게 이야기들 하시나요?
뭔가 소재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어렵네요 새삼.
2012.12.2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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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말 붙일 수 있는 방법은 TV보실 때 옆에서 맞장구 치는 정도예요.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를 많이 보시는데 그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아빠의 흥을 돋는 거랄까요. 당신께서 관심있는 분야는 또 신나서 말씀하시는 게 아버님들의 특징 중 하나 아닐까 싶어요. ㅋ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화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이죠...;; 너무 강박을 가지진 마세요. 어쩌면 혼자인 이 시간을 즐기고 계실지 모릅니다...라고..애써 위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