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라도 출신인데(출생은 광주고, 전라도 여기저기에서 살았습니다)

광주가 참 싫었습니다.

 

누가 어디가 고향이냐고 하면 티는 안내도 대답하기가 싫을 때가 많았어요 

어릴 때는 아마도 편견에 가까운 선입견의 눈으로 보는 게 싫었고

지금은 지연과 학연을 모두 좋아하지 않는 마음으로 대답을 싫어합니다.

그 역사와 별개로,

대구와 광주는 우리나라의 지연과 학연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일뿐입니다. 사실은 아니에요)

모두 다 그런 경험이 조금은 있을 겁니다.

지연으로 이득보는 것도 손해보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싫어합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과거까지 엮여 저는 다시는 전라도에서 살지는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요.

 

 

싫어하지만,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1980년대를 겪은 선생님들에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역사를 배웠습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현대역사를 수학선생님에게 배웠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독특한 지리를 지구과학 선생님에게 배웠고....

총소리가 들릴 때 이불속에서 숨었다가 부끄러움에 우셨다는 지리 선생님에게 배웠고...

거의 모든 선생님께서 이 땅의 피흘린 민주화에 대해서 덤덤한 목소리로 얘기해 주셨습니다.

 

 

저는 전라도 출신인게 싫어요. 아마 저는 제가 대구 출신이어도, 어디 출신이어도 지역감정의 색이 강한 곳의 출생이라면 싫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명씩 한 명씩 잊겠지요 .

 

5.18을 잊고, 피흘린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리고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대선결과가 당연한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게 두렵습니다.

지금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대부분 모르거든요. 관심도 없고, 듣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누가 바로 옆의 피흘렸던 과거를 듣고 싶을 까요.

제 주위에는 지금 대선 결과를 기뻐하는 20-30대도 많아요.

 

잊혀지고, 잊혀지면

언젠가 나조차 잊어버릴 테니. 이제는 기억해야 겠습니다.

 

하. 참담해서 떠오르는 대로 어딘가에 털어놓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5년을 버티려면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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