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앞에 있는 메가박스 심야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보고 왔어요. 그래서 그 엄청나다는 첨단촬영기법의 향연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가 없고...

 

초반이 지루하다, 라는 중론이 왜 나왔는지는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 50분만 지루한게 아니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유감스러워요 지금.

 

이건 원작을 아느냐 모르느냐 와도 별문제인거 같습니다. 아마 원작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것 같습니다. 말인즉 이보다 더 짧게 만들 수 있었고 더 짧게 만들었어야 하는 내용을 억지로 늘여놓은 느낌이었어요. 정말 집중하기가 힘들더군요.

 

피터잭슨이 내놓은 중간계 영화의 첫번째가 반지의 제왕이 아닌 호빗이었다면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반지의 제왕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단지 상상만 했던 스펙터클이 스크린에서 실사로 재현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는 짜임새가 부족한 전개를 덮을 정도의 감흥을 제공받을 수가 없었던거죠. 샤이어의 광경이나 눈앞에 걸어다니는 호빗이나 난쟁이, 신비한 요정, 마법사, 이것들은 이미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것들이고 호빗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압축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정말 틀림없이 그렇다고 봐요. 그랬으면 트롤이 등장하는 장면 등등이 더 아기자기하게 꽉 짜일 수 있었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엔 이건 초반부에 에레보르를 스마우그에게 강탈당한 역사를 굳이 보여줬어야 되느냐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전 오히려 모험을 떠나기 전 까지가 제일 몰입이 잘 되고 흥미진진하더군요. 그 다음 본격적인 시작부터가 문제죠.

 

캐릭터도 정말 안살아요. 물론 난쟁이가 13명이나 된다는건 꽤 난제이긴 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영시간은 충분히 길었고 캐릭터를 이렇게 허술하게 다룰만큼 아낀 시간을 딱히 쓸모있는 데에 쓴것도 아닙니다. 예의 그 주욱 주욱 쓸데없이 늘여놓기가 복사 붙여넣기로 반복됩니다. 빌보는 어느 시점에서 휙 하고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그렇다고 트롤들에게 잡혔을때 재치(?)를 발휘하는 장면 같은게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아닙니다(그 부분조차 지루했다!!!!!) 매우 이질적일 정도로 잘생긴 배우가 분한 소린과 킬리, 노련한 노장 참모의 느낌을 주는 할배(이름 까먹음) 정도가 그나마 '눈에 보인다'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 개성이 폭발하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흐릿합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요. 이게 3부작이라는걸로 과연 변명이 될까요.

 

제일 괴롭고 지루하고 졸음이 오는 장면들은 전부 전투씬들이었어요. 싸우는 장면이 그림이 멋있게 안나왔다 잘 못 찍었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아..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그냥 '이쯤에서 한바탕 싸우는 장면이 들어가줘야지'라는 느낌으로 채워넣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단지 실재하지 않는 괴물과 싸운다는 이유만으로 더이상 관객은 매료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번뜩이고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슝슝 들어간 멋진 전투씬인것도 아닙니다. 여튼 진짜 유감입니다.

 

결국 후반부의 고블린들하고 투닥거리는 어느 시점부터 반쯤 정신을 잃어버리는 대참사가............-_- 의식이 돌아오니(?) 소린이 빌보를 껴안고 미안해! 라는 장면이더군요. 닭살돋아서 잠이 깼나봐요.

 

정말 거듭 얘기하지만 정말 정말 유감입니다. 솔직히 제가 과한 기대를 했다고 생각진 않고, 뭔가 좀 이상합니다. 왜 이렇게 해야 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재미가 없었어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피터잭슨...대답좀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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