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늘 햄릿을 상연한 적이 있는 오래된 극장의 분장실

 문을 닫은 여관의 복도

 그리고 쓸쓸한 사람들을 실었던 낡은 기차의 객실 안에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이런 곳에서 죽어버린 사람들과 마주친다고 해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들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합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건 그들 자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두려움은 그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들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2.

 

 아주 오래전에 만화를 보고 리뷰 쓰는 알바를 잠깐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알게된 소녀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소녀와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친해져서 무척 자주 가까이 어울렸습니다

 

 그 친구는 케익 만드는 걸 좋아해서 종종 케익을 만들어서 저희 집에 놀러왔었고

 자신이 필요할 때면 세배 정도 예뻐지는 요술을 부릴 수 있다고 하며

 갖가지 요술 부리는 법을 저에게 알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소녀는 저를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고

 저는 그 순간에 그 소녀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성애자인 저에게 그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한 끝에 거절을 했는데

 

 그후로 그 소년은 몇날며칠을 저희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었죠

 

 그 소년이 저를 기다리던 그해 여름엔 비가 참 많이 왔었는데,

 빗소린지 누군가의 울음소린지 모를 세찬 음성이 유독 구슬피 들리던 어느날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어 나가보니 아주 예쁘게 포장된 케익이 하나 놓여있었습니다

 

 저는 그 케익을 거기 놓아둔 사람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 케익의 예쁜 포장을 뜯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냉장고에 그 케익을 넣어두고 오래오래 보관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해가 지나 저는 그 소년을 티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전에도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었지만

 티브이에 나오는 다른 연예인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라고 할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 자신의 매력을 브라운관 밖까지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풍기는 아름다움은 도저히 이 세계의 것이라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넋을 놓고 그 아이를 바라보다가

 넋이 돌아온 순간에는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아이를 축복하는 눈물을 한참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문득 냉장고에 넣어둔 채 잊고 지냈던 그 아이가 만들어준 케익이 생각나

 냉장고를 뒤졌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케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희 집 냉장고가 별로 큰 냉장고가 아니었음에도

 아주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특별한 냉장고이긴 했지만

 부피가 꽤 되는 그 케익이 냉장고 안에서 어디로 증발했는지 찾을 수 없다는 건

 도무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짬이 날 때마다 냉장고를 뒤져 그 케익의 행방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다시 찾는 건 실패

 

 요즘도 가끔 티브이에 나오는 그 아이를 보면 그 케익의 행방이 궁금해서 눈물이 나곤 합니다

 

 3.

 

 부모님 그리고 누나의 가족들과 함께 일광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어도 먹고 어린 조카의 손을 잡고 방파제와 등대가 있는 해수욕장 끝까지

 걷기도 했죠

 

 이제 다섯살이 된 작은 조카는 바다가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저는 바다보다 조카랑 손잡고 걷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는데

 

 문득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딸만 넷인 집안의 셋째딸과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시 딸을 넷 낳는거죠

 

 이제 제 인생에서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바로 그런 거네요

 

 근데 딸 넷을 키우려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지요...

 

 오늘 남쪽은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언젠가 딸 넷인 집안의 셋째딸을 좋아한 적이 있는데

 그게 며칠 전 일인지 아주 오래전의 일인지 가물가물하네요

 

 이제는 무언가를 떠올려보려고 해도 가물가물한 것들이 참 많아졌어요

 그게 슬퍼해야할 일인지 기뻐해야할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요

 

 4.

 

 집에 돌아와서는 잠시 잠이 들었다

 아름다운 꿈을 꾼 덕에 서러워서

 

 다시 집 밖을 나가 오래 걸었습니다

 

 살아서 이미 죽어버린 시인 이하와

 젊어서 이미 늙어버린 시인 기형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일들이 이미 와버린 건 아닌지 두려워하며

 오래오래 걸었지요

 

 5.

 

 최근에 선배님이 주최한 파티에서 아가씨 한분과 어울려 놀다

 잠시 바람을 쐬러 함께 클럽 밖으로 나와 거닐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게 앞에서 호객을 하던 트랜스젠더분들 몇을 보았는데 

 그 순간에 문득 어떤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죽는 이야기는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제게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는 죽지 못하고 만년의 고독을

 

 몸에 짊어지고 사는 어떤 존재들에 대한 것입니다

 

 제 옆에 있는 아가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피식 웃으면서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담배가 없다고 했더니

 근처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한갑 사가지고 와서는

 

 자기가 해보니까 사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크게 다른 일이 아니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곤 다시 술이나 마시러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저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 그녀를 먼저 클럽으로 들여보내고

 나는 좀 더 바람을 쐬고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클럽 근처를 배회하다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그 형님을 뵐 기회가 있어서 문득 떠오른 그 여자분에 대해 여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초대한 사람 중엔 그런 아이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뭐 파티에 여러사람 초대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그 선배님께서 뭔가를 다르게 이야기하거나 기억하지 못하신 게 한두번도 아니고

 

 근데 그 아가씨 이름이 뭐였더라...

 

 아주아주 예쁜 종아리에 장미문신을 새긴 참으로 매력적인 아가씨였는데 말이죠

 

 6.

 

 어머니랑 좀 다투었습니다 어머니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시기에 자주 뵙는데

 요즘엔 만날 때마다 늘 다투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란 것, 명절이란 것 힘듭니다 ㅠㅠ

 

 그래도 분명한 건 제가 저희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

 

 7.

 

 우리들의 멘붕한 시간

 우멘시

 

 저는 요즘 멘붕 극복기들을 듀게에다 적고 있습니다...

 

 8.

 

 명절 때 부산에만 내려와도 일상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느낌입니다

 

 그 느낌이 불러일으키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좀 버겁습니다

 

 원래는 집에서 하루 더 자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오늘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밥을 먹고 역으로 향할 생각입니다

 

 당장 목요일에 중요한 일도 있고 하니 하루 일찍 올라가서 개천절에는 열심히 목요일에 할 일들을 준비해야겠어요

 

 그러다 짬나면 카페 가서 일기도 좀 쓰고

 

 라이더쟈켓을 사기 위해 광희시장도 언넝 가보고 싶고

 

 9.

 

 오늘 일광해수욕장에 들르기 전에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해운대 센텀시티 쪽으로 갔는데요

 높은 건물들이 참 많더군요

 

 저는 어릴적부터 늘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아직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주아주 높은 곳은

 아주아주 비싸니까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번다면 언젠가는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 아주아주 아름다운 쓸쓸함을

 

 내 것이 아닌양 쳐다보며

 

 10.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롯데야구나 돈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진실된 사랑입니다

(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카라의 강지영 정도? )

 

 근데 물론 진실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저 같은 잉여들이 누군가에게 진실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돈이 아주 많이 드니까요

 돈이 없다면 아무도 우리가 호소하려는 진실에 귀 기울여주지 않죠 ㅠㅠ

 

 아무튼 그래도 중요한 건 진실된 사랑입니다...

 

 11.

 

 롯데야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싸이의 초현실적인 인기와 더불어

 롯데야구의 초현실적인 구월 성적은

 

 역시 세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오직 매직리얼리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듭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자주 기적들이 일어납니다

 

 물론 그 기적이 내것인 경우가 거의 없어서 문제지만 우리 주변에 기적은 참으로 흔한 듯 합니다

 

 저는 그 기적의 주인공이 아니겠지만 여러분은 언젠가 그 기적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은 달보고 무슨 소원을 빌었나요?

 

 저는 작년에는 롯데의 우승을 빌었고

 올해는 딸넷인 집안의 셋째딸에게 장가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작년에는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올해는 이루어지려나요?

 

 그러고보니 코팡안에서는 풀문파티가 한창이겠군요

 

 모두들 지구 어딘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쓸쓸해하고 두려워하고 설레여하며

 달을 보고 소원을 빌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달 보고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연휴는 어떠셨나요?

 

 과연 올해는 누구의 소원이 이루어질까요?

 

 연휴가 끝나면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나요?

 

 그걸 쉽게 하시는 분들은 어른일테지요

 

 4위로 가을야구를 시작한 롯데는 과연 우승을 할 수 있을까요?

 

 괜히 불가능한 것에 목숨 걸어보고 싶은 시간입니다 잠들지 않고 불가능한 것들을

 어쩔 수 없이 그리운 것들을 좀 더 생각해야겠습니다 무언가를 어쩔 줄 몰라하는 인간들이 참으로

 매력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 제가 그짝이네요 뭐 저는 그전에도 원래 못났으니까요

 

 아직 주무시지 못한 분들은 좋은 꿈 꾸시고 잠들어 계신 분들은 좋은 꿈 꾸고 계시길

 

 요즘 일기를 일기장에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러그러한 시절이니 좀 이해해주세요

 

 서울 가면 새 일기장을 살 계획입니다 달 보고 비신 소원들 꼭 이루어지시길 ^_________________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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