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여행을 안좋아해요. 예약도 싫어하고 계힉대로 움직여야함도 싫어요. 그래서 몇년 전까진 제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핑계로 흔한 영화 예매조차 안하고 살았어요. 아무리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대여중이 계속 걸려도 예약을 안하고요. 예약이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다음을 결정해놓는 게 너무 싫어서요. 가뜩이나 예정된 삶을 살아내야하는데 사소한 것까지 정해놔야하는 게 싫어요. 그런 제가 예약과 계획과 싸움인 장기여행이라니...애초에 맞지않았죠. 하지만 너무 떠나고 싶었고, 한국에서 멀어지고 싶었어요. 그럼 나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멀리 떠나오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실감나더라고요.
무엇보다 그게 좋았어요. 사실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여행은 충분한 거 아닐까 싶어요.
여행을 떠날 때마다 깨닫지만 전 어딘가를 돌아다니기보다 방에 머무르는 걸 더 좋아해요. 책이나 읽고 음악이나 들으면서요.
여행내내 한국의 무엇도 심지어 그토록 좋아하는 내 방도 한국음식도 그립지 않은데 유일하게 한글과 한국어만 그리워요.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책 읽을 때가 더 행복해요. 절절히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지난주부터는 무엇을 봐도 감흥이 안와요.
귀국할 때가 가까워졌나봐요.
얼른 한국가서 하루 세 끼 주는 절에서 종일 자다일어나다 하면서 책만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