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안 보게 될 사람이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사람이지만 같이 근무한 2년 여 동안 사이 좋게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말이 안 통하는 캐릭터죠.

말이 섞이기 시작하면 사오정과 얘기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되도록 언쟁은 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이 사람의 단점은 자기 자신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아랫 사람을 부려 먹고 생색은 본인이 낸다는 것이죠.

파트장과도 꽤 많이 부딪혔는데, 매주 회의 자리에서 이 사람이 한 주간 자기가 했다고 주장하는 업무에 대한 변명을 듣고 있노라면

피가 거꾸로 치솟는 기분이 듭니다.

 

절대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실력이 없어서 일을 못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 남 탓이죠.

신기할 정도입니다.

결국 이 사람이 하던 업무는 그 밑에 주니어들이 다시 해야 하거나, 보고 시기를 놓쳐 폐기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이 근무한 기간 동안 이 사람이 제대로 한 업무가 무엇인지 누구에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는 파트장이 자기를 미워한다는 둥,  말을 퍼뜨리고 다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내부에서는 깨지되, 외부에 가서는 본인을 상당히 능력있는 인력으로 포장하는 점인데

이게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기 보다는 정말 자신이 그런 인물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데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만 옳고, 왜 남들이 자기를 틀렸다고 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이런 사람을 

인지부조화 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타의에 의해서 곧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같이 일하기 싫고 불편한 사람이지만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사회 생활을 더 해야 할 연령인지라,

본인의 문제가 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헤어지는 마당에 진심어린 충고를 해 주고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자칫 말을 섞었다가는 제 얼굴이 붉어질 수 있어서 손편지로라도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요.

교회 집사님이고 선교활동도 열심히 하는 분이니 성경책에 나온 절묘한 구절로

'권면'의 뜻을 멋지게 전하고 싶은데, 인용하고 싶은 적당한 구절이 생각나질 않습니다.

 

차라리 아무 말 없이 그냥 보내는게 상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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