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누군가는 궁금해할지도 모르고, 또 저도 이렇게 한번 쭉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쓰고 있는 글이에요. 뭐 글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지만...

(맞춤법이랑 띄어쓰기랑 다 엉망인데 일일히 고치기 귀찮아서 그냥 쓰고 있어요...띄어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ㅅ;)


 

첫번째 :꿀꿀한 기분에 서랍을 정리하다가 나온 코팅된 증명사진 한 장 (추억의 고교시절)  http://djuna.cine21.com/xe/4166076


두번째 :삐급 열일곱살 첫사랑 이야기  http://djuna.cine21.com/xe/4170700



#숙직실


교지 편집 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수업 자유 이탈권(?)을 획득한 대여섯의 공부하기 싫은 무리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교지편집실 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노린 곳은 숙.직.실. 이었습니다. 따뜻한 온돌 바닥과 이불, 그리고 티비가 있는 그곳! 물론 약간의 담배냄새가 섞인 텁텁한 아저씨 냄새가 에러였지만

그래도 후각은 금세 마비되니까요.  우리는 그 곳 역시 사용 권한을 얻어 엠티비를 누워서 보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서로 전혀 사심도 없는데다가 (저 빼고....)

비교적 남자 선배들도 순수하고 귀여운 분들이어서 (같은 학년 남자애들은 없던 걸로 기억해요. 혹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네 기억이 날리가 있나요...)

별로 넓지도 않은 방에 사방으로 누워서 티비를 보았어요. 요즘 같은 때 이런 일이 있으면 아마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은 아찔한 장면이네요.


그 때 우리도 전혀 경각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아무렇지 않지만 누가 문 열어 보면 좀 그렇긴 하겠다, 꺄르르~ 하고 넘어갔죠.


생각해보세요. 일과 시간 중에 숙직실에 남녀 학생들이 더러는 이불 덮고 자고 더러는 티비를 보고 있고. 물론 편집 원고들도 위장용으로 펼쳐놓기는 했지만요.

누가봐도 너무 위장스러운 분위기...



#공중전화

당시는 삐삐마저 널리 쓰이던 때가 아니라 통화를 하려면 다음의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집에서 전화를 거는 것은 불편해서 집 근처 슈퍼에 딸린 노란색 공중전화를 애용했죠.

(아 추운 겨울 손을 호호 불며 통화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여보세요?

- 아 안녕하세요? 저는 **오빠 후배 홍시인데요. **오빠 집에 있나요?

-어 그러니? 잠깐만.... **야~ 전화받아라!


-여보세요?

-헤..오빠 나 홍시.

-어 그래, 너 말고 나한테 전화 할 사람이 누가 있냐. 넌지 알았지.

-그렇긴 하지만 뭐 ㅋ 뭐하고 있었어요?

-그림 그리고 있다가 누워있다가... 넌 밖이냐?

-응, 집에서는 좀 불편해서...오래통화하면 눈치 보이니까.

-뭐 그렇겠네.



사실 저렇게 별 영양가 없는 대화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이야기, 친구들하고 이야기, 편집부 모임에서의 일들로 엄청 떠들떠들 했었죠.

선배는 생리현상이 생기거나 엄마가 부르시는 일 아니면 제가 끊을 때까지 이야기를 잘 들어줬어요.

그러면서 가끔 씩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나는 그 선배를 지칭하고, 선배는 자기 친구라고 멋대로 해석해서 듣는)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기도 했죠.


자기가 그 사람과 다리를 놔주겠다고 한다던가, 그냥 확 고백해버리라고 조언해준다던가. (아니 자기가 자기에게 다리를 어떻게 놓는단 말이냐고...)


그리고 저도 그 사람에 대한(그러니까 선배 본인에 대한) 감정을 객관화 시킨 듯 표현하고 그랬었죠.


지금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대화 몇 개 적고 마무리해야겠어요. 두주먹 일단 불끈 쥐고 읽어주세요.



-오빠, 오늘 운동장 뛰다가 그 선배 창가에 기대고 있는 거 봤는데 빛이 나더라고요. 자체발광인 것 같아. 어쩜 그렇게 환하게 빛나는지...

-하하하, 그 정도야? 걔 좀 까만데 빛은 무슨, 하하. 아주 푹 빠졌구나 너?

-그쵸. 너무 멋있는 걸! 말하는 것도, 웃는 것도, 다 너무 멋지단 말이에요. 계속 생각나고...

-야 그렇게 삭이지 말고 그냥 시원하게 고백해. 병된다. 내가 도와주랴?

-글세 오빠가 도와줄 부분은 아닌거 같아요. (오빠는 좋아하는 언니 있잖아요...;ㅅ;)



-오빠, 난 내가 여자인게 억울해요. 남자로 태어났음 싶을 때가 있어.

-응? 갑자기 왜?

-왜 그렇잖아요. 남자들은 자기가 맘에 드는 여자 있으면 같이 길 걷다가 벽에 확 밀치고 키스하잖아요. 그리고 뺨을 한대 맞더라도 

기분좋게 흥얼거리면서 집에 돌아가고...

-하하하하하 아오... 야, 그게 뭐야... (한참 웃음)

-이것도 은근 거슬리는 거라고요 난. 아 억울해. 

- 야, 그럼 너가 키스도 하고 뺨도 때리고 가면 되겠네. 하하하.

-뭐예요 ㅋㅋㅋ말도 안돼.


저렇게 대화하고 그 날 일기장에

 

오빠 뺨 맞을 준비해요 ㅋㅋㅋㅋ


라는 식으로 썼던 거 같아요. 근데 생각만, 한거에요. 절대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이래뵈도 수줍은 여고생이었다고요.)







이렇게 쓰다보니 연락 안한지 근 6개월 정도 된 것 같아서 안부문자 한번 넣어드렸습니다. 사실 생일은 6개월 차이밖에 안나는데 꼬박꼬박 선배 대접 해드리고 있죠...


조만간 한번 보기로 했어요. 안본지는 1~2년은 족히 된 것 같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보면 예전같이 싱그러운 맛은 없지만 이제 오래된 친구같이 지내고 그래요. 


가끔 저런 에피소드 던지고 웃고... 좋았죠 저 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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