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기분나쁜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좀 조심스러운데.. 조심스럽게 정리하려다보니 잘 안되어서.. 걍 주절주절 써보자면..

 

유명인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 티비에 많이 나오서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 실력으로 넘버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건 사실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존재합니다. 학자들도 마찬가지고요. 티비 토론회에 자주 등장하는 학자는 오히려 그만큼 연구가 게으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티비라는 매체의 특성상 아무래도 출연자의 비주얼도 생각하기 때문에, 다소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생긴 게 괜찮고 방송에 적합하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을 쓰고싶겠죠. 어차피 티비에서 대단히 깊이있는 멘트나 강의를 할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지켜보면... 음악 분야에서는 이게 좀 유별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환상이 음악계만큼 큰 곳도 없는 것 같아요. 티비에서 제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나와서 톱클래스라고 칭송받고 있어도, "그 사람 별 거 아니고 사실 홍대 어디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김갑돌씨가 훨씬 실력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 심하게는 유명 연예인을 칭송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경우도 있죠. "서태지(혹은 누구건 간에 다 대입 가능) 따위에 열광하다니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것들. 늬들이 락/힙합/테크노.... 를 알아?" 그리고 가끔은 "언더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실력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버그라운드에 진입하는 가수들도 보이는데, 그 친구들이 오버그라운드를 찜쪄먹을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것 같지도... 않고요...

 

속세를 (자의건 타의건) 떠나 무명으로 살아가는 초특급 실력자... 무협지의 소재로는 참 좋은데, 이게 현실 사회에서 얼마나 잘 먹히는 믿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음악 외의 다른 분야에서는 이걸 그렇게까지 강하게 느껴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은 이른바 시장 원리에 따라 실력자들이 유명세를 얻고 돈도 번다고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데, 유독 음악계는 오버그라운드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실력이 특A급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도 해서 참 신기해요.. 최근 범람한 음악 오디션을 보면 이제 노래 좀 한다 하는 사람 중 가수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많이들 수면 위로 올라왔을 것 같은데... 사실 그동안 오디션 프로를 보면서 "아마추어 치고는 잘하네" 싶은 사람은 있었어도 "그동안의 프로 가수들은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했구나!!" 라고 느끼게 할만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인 사람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사실 전 그런 "압도적인 실력"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인간문화재 급의 극소수를 빼면 말이죠.

 

그냥 몇몇 삐뚤어진 우월감을 가진 팬들이 제 주변에 많았을 뿐인 걸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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