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게 맞지만, 듀게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하니깐 바이트 낭비 좀 하겠습니다. 흣.

 

 

1. 씨네큐브에서 '메리와 맥스' 봤어요.

극장에서 보는 첫 클레이 애니메이션이에요.

어렸을 때 월레스 앤 그로밋이랑, 석기시대 배경인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지만 전부 비디오로 봤거든요.

몽글몽글 동글동글한 클레이 애니메이션만의 느낌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어요.

친구가 되는 건 쉽지 않고 사람에 따라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았던 일, 서로 실망시켰던 일을 다 겪은 좋은 친구는 삶의 원동력이 되죠.

같이 보고 싶은 친구가 있었는데 혼자 봐서 조금 아쉬웠어요.

 

 

2. 교보문고에서 '카탈로니아 찬가'를 샀어요.

사실 집에서 바로드림으로 주문해 놓고 찾으러 간 거였어요.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제대로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 되지만 일단 읽기 시작했어요.

부지런히 읽어서 새해 첫 느슨한 독서모임에 참여해야 할 텐데, 이거 은근 부담이 느껴져요!

 

 

3. 저녁 때가 되었기 때문에 '종로 돈부리'에 가서 밥을 먹었어요.

겨울 한정 메뉴로 굴튀김을 팔던데 혼자서 밥도 먹고 굴튀김도 먹는 건 제가 대식가인 편이지만 부담스러웠어요.

친구 두어명이랑 같이 가서 밥도 먹고 가리아게도 먹고 굴튀김도 먹고 싶어요. 맥주도 반주로 마시면 좋겠네요.

굴이 들어가기 전에 종로에서 약속 한번 만들어야 겠어요. (과연?)

 

 

4. 아주 오랜만에 '카페 뎀셀브즈'에 갔어요.

전 줄여서 뎀이라고 부르는데, 여긴 워낙 오래 전부터 다녀서인지 고향같은 느낌이에요.

최근에는 방문이 뜸했어요. 언젠가부터 종로에서 카페에 갈 일이 있으면 그냥 스타벅스를 가게 되었거든요.

제일 자주, 문턱이 닳을 정도로 다녔을 때는 아마 2000년대 초반, 씨네코아가 바로 옆 건물에 있었을 때였을 거예요.

스폰지하우스로 바뀌었을 때도 영화 시작 전후에 시간을 많이 보냈고요.

예전에 일하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가서 뭘하고 있을까요?

전 좀 작은 체구에 검은색 두꺼운 뿔테끼던 분을 몰래 사모한 적 있었어요. ㅋㅋ

 

 

5. 목이 좋은 것 같은데 가게가 자주 바뀌어서 이유가 궁금한 곳이 있어요. 

뎀셀브즈 옆에 2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저는 여기가 그런 장소예요. 아~ 하고 아시는 분들 계시죠? ㅎㅎ 

옛날에는 카페였다가 잠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가 그 뒤에는 맥주집이었다가 엔제리너스 카페가 되었는데

오늘 보니 카페도 문을 닫았더라고요.

물론 그 라인에 카페가 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위치도 그만하면 좋고, 프랜차이즈 카페면 장사도 꽤 되지 않나 싶은데 가게를 닫아서 또 궁금해졌어요.

 

 

6. 카페에서 나왔는데 좀 걷고 싶더라고요. 카페가 너무 덥고 답답했거든요.  

그리고 의외로 별로 안 춥길래 음악을 들으면서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죠.

오랜만에 once ost를 들었어요. 내년에 once again이라는 제목으로 다큐(?)가 개봉하는 것 같더라고요.

옛정이 있으니 당연히 보러 가겠죠. 

 

 

7. 걷다가 광장시장이 나왔어요.

빈대떡이랑 빈대떡을 같이 먹으러 다녔던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그사람들이랑 다시 광장시장에서 순대며 돼지껍데기, 빈대떡을 앞에 놓고 막걸리를 마시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이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는데 못 본다 생각하면 아쉬워요.

 

 

8. 나가수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좀 괴로워요.

그동안에는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나가수에 김경호가 나오면서, 아 닮았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전에 듀게에서 연애 상대 중에 '잘 될 뻔한 사람'이 제일 아쉬운 법이다, 뭐 이런 내용의 글을 본 적 있는데 그 사람이 그 케이스인 것 같아요.

사실 그 사람이 저한테 관심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니까 혼자서 착각한 건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왜, 대체 왜, 내 자리 옆에 빈 책상이 있고, 거기에도 전화가 있는데 굳이 내 자리에 와서 전화 좀 쓰자고 하는 건가, 한 통도 아니고 다섯 통이 넘는 전화를!!

왜 내려와서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의자는 툭툭 치는 건가

왜 내 자리에 있는 물건을 말도 없이 마구 가져가는 건가 (이건 뭐 제가 다른 후배들 보다 편해서라고 했지만)

그 사람이 저한테 관심이 있었다한들 딱 이만큼의 관심이었겠죠.

그래서 제가 회사를 그만 둔 후에 그사람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고, 저 역시 그랬고요.

 

 

9. 걸으면서 지구 끝까지 걷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구 끝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원래는 종로에서 대학로까지만 걸으려고 했는데 음악은 계속 나오고 춥지도 않고 더 걸어도 좋겠다 싶었지요.

사실 대학로 특히 동성중고등학교까지만 걸으면 8부 능선을 지난 느낌이라서 거기에서 집에 가려고 버스타는 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걸어서 집에 왔어요. 그 사이 once ost는 두 번 재생되었네요.

 

 

10. 요즘 스누피페어 보다 더 저를 사로잡고 있는 게임은 '달려라 봉도사'예요.

이 단순한 게임이 참 중독성 있더라고요. 게다가 의미가 디테일해요!

아무리 꼬깔콘이며 쌍깔때기, 금테두른 왕깔때기를 먹어도 결국 금뱃지 못 먹으면 목숨이 날아가거든요.

그렇죠, 국회의원이라면 어쨌든 뱃지 달고 국회에 진출해야죠.

정봉주 전 의원 지금 처지랑 겹쳐서 검사폭탄, 낙선폭탄 맞고 뻥!! 터질 때마다 괜히 미안하기까지 해요.  

전 최고로 점수가 잘 나왔을 때가 2만2천점 정도였는데 순위보면 6만점 넘는 사람도 있어서 신기해요. 비법 좀 전수 받고 싶다능.

 

 

11. 내일 서울시향 공연보러 가요.

사실 보러 갈 생각, 계획 모두 전혀 없었는데 듀게에서 티켓 예매 풀렸다는 글 보고 충동적으로 예매했어요.

내일 한 공간에 있게 될 듀게분들, 반갑습니다. ㅋㅋ 

 

 

12. 한 시간 넘게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 듀게에 쓰고 싶다, 써도 될까, 그냥 쓰지 말자, 아니야 쓰면 어때, 엄청 고민했어요.

근데 이야기 본능이라는 건 정말 강력한 것 같아요. 마구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렇게 쓰고 있으니까요. ㅋㅋ

뭐랄까 목소리가 간절했어요. 전화하고 싶다, 대화하고 싶다, 그런 기분이었는데

오늘 대화는 영화관, 서점, 식당, 카페에서 주문을 하면서 했던 게 전부네요.

그래서 이렇게 듀게에, 혼잣말 같기도 하지만 댓글이 달릴 거니까(설마 무플이려나-_-;), 필담이라도 나누고 싶다, 생각하게 된거죠. 흐흐흣.

 

주제 없고, 일관성 없는, 긴 바낭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따끈한 보리차 한 잔 마시고 자야 겠어요. 필담 나누고 싶다면서 바로 잔다고 하니까 웃기지만, 이야기는 내일 더 해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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