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농업의 ㄴ자도 모르는 것들'이라는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oodi2&logNo=30124651083&redirect=Dlog

 

글을 읽고나니 전라북도 어느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시는 외삼촌이 생각나네요.

 

외삼촌은 환갑이 다 되시도록 평생 농사만 지으셨어요.

 

지금 논농사도 몇 마지기 하고, 고추농사도 하우스로 세 동하고, 한우도 100마리 정도, 매실, 무, 배추... 한때는 양봉도 하셨고 작년인가부터는 돈이 된다고 블루베리도 키우신답니다.

 

그 동네에서는 가장 젊은 편이라고 이장도 하십니다.  키우는 것들만 보면 돈을 꽤 버실 것 같은데 빚이 엄청 많으시답니다.

 

고추는 인건비(손이 많이가죠)와 시설투자비(보통 하우스는 매년 새로 짓죠) 빼면 얼마 안 남는다고 하고, 한우는 사료비하고 시설투자비(축사를 지을 때 빚)를 빼고나면 인건비도 안 나와서 그만 두고 싶대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지금으로부터 15년전) 외삼촌댁 가면 마루 한구석에 늘 2L짜리 소주병이 놓여있었죠. 소주를 글라스에 따라서 물처럼 벌컥벌컥 드시던 게 기억이 나요. 

 

외할머니는 외삼촌하고 사시다가 몇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엄마 말로는 외할머니는 언제부턴가 손톱을 깎지 않으셨다고 해요. 매일 밭에서 일만 하시니까 손톱이 자랄 틈이 없었대요.

 

TV에서 나오는 농촌의 모습 그대로 믿지 마세요. 특히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농촌 밥상보면 농촌에서는 매일 그렇게 잔치하는 줄 알겠어요. 그거 섭외 들어오면 일손은 딸리는데 지역 특산물은 홍보해서 팔아야하니 부녀회에서 고생해서 만들어내는 밥상이라고 해요.

 

제가 봤던 TV프로 중 농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던 한 장면을 뽑으라면 의외로 1박2일이에요. 한 농촌마을로 찾아가 멤버별로 마을 주민과 짝을 이뤄 하루 지내는 내용이었는데 mc몽과 짝을 이룬 할머니("멍아" 이렇게 부르셨죠^^ 보셨던 분들은 기억하실듯)가 우리는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하냐고 묻는 장면이었죠. mc몽도 저도 할 말이 없었어요.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농촌은 조용한 지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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