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라, 저에게 잊을 수 없는 키워드지요. 때는 바야흐로 2002년.

백일장이 봄에 있었는지 가을에 있었는지도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월드컵과는 상관 없는 계절이었어요.

17세(...이런 때가 있긴 했구나;;) 폴은 백일장 가는 날 아침에 엄마님이 김밥을 직접 싸 주시지 않고 동네 맛없는 분식점에서 사 왔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우리 옴마 김밥 맛있그든요. 아무튼 옴마님과 저는 김밥 때문에 아침부터 시비가 붙었고, 늘 하던 패턴대로 말싸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한대 쥐어 박히고 나간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부지님은 그러거나 말거나 소 닭 보듯 하신 듯. 기억은 안 나는데 시에 그렇게 씌어있어요;;;;

 

암튼. 백일장이니 사생대회니 하는 데서 정말로 열심히 그림그리고 글 쓰는 애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빨리 써 치우고 놀기 바쁘지.

그래서 일필휘지로 시를 갈겨씁니다. 근데 백일장에서 보통 시를 쓰나? 산문 쓰는거 아님묘?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우짜든동 단숨에 아침의 일을 썼고, 빨간색 하이테크로 찍찍 해설까지 달아 제출합니다.

담임선생님 짱 좋아하시면서 침 튀겨가며 돌려 읽히셨는데, 옆반 국어선생님 曰 "폴아, 시는 필자가 아니고 화자지." 라셨습니다. 뿌잉.....

 

예나 지금이나 글씨는 참 못 씁니다. 급한 성격 그대로 나와요. 읽기 힘들어도 대충 넘기세요,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니.

 

 

당연히 상 받았을 리가...없나. 아마 사생대회에서는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럭저럭 그림은 잘 그리는 편이었으니.

담임 선생님이 이걸 너무 좋아하셔서 굳이 고해상도 스캔하여 당신 홈페이지에 올리십니다. 그게 같은 학년 싸이에 퍼나르고 퍼날라져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는 것이지요.

우리 그녀가 여즉 내 옆에 있다면 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들려주고 보여주며 깔깔 웃었을 법도 합니다. 그리고 김밥 싸달라고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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