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완탕면 찬양

2011.11.09 20:19

걍태공 조회 수:3137


세상엔 맛있는 국수들이 참 많지요. 한국의 짜장면, 짬뽕, 냉면, 밀면, 소면, 막국수, 칼국수로 시작해서 태국의 팟타이, 베트남의 포, 대만의 쇠고기탕면, 일본 라면과 우동, 중국의 란저우 라면, 계림미펀, 도삭면, 베이징 자장면, 싱가폴 볶음국수 등등.....


누군가 태국의 팟타이를 세계 최고의 국수요리로 꼽았다는데 (누들로드에 나오는 얘기였던가요? 요즘 치매가 좀 심해져서 기억이......), 이름만 들어도 침을 한바가지 흘리게 되는 국수는 역시 홍콩식 새우 완탕면입니다. 


속심까지 익히지 않은 가느다란 면발 위에, 이빨을 튕겨낼 기세로 탱탱한 새우살에 돼지고기를 살짝 섞어준 완탕과 넓은 잎사귀 채소와 파채를 살짝 얹고 혀를 델 정도로 뜨거운 말린  육수를 부어서 내옵니다. 완탕 하나를 통째로 입 안에 집어넣고 혀가 데지 않도록 살살 돌려가면서 조심스래 먹은 후에,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으면 특유의 향내에 정신이 아찔해지죠. 그리곤, 국수가 퍼지기 전에 그 면발을 하다 가득 후룩후룩 먹습니다.


꽤 많은 유명한 요리들이 그렇듯, 홍콩식 새우 완탕면도 알고보면 역사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홍콩의 길거리 음식으로 시작되어, 지금은 홍콩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자 요리집에서도 판매를 하게 되었다지요.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중국의 광동지방과 말레이지아까지 그 영역을 넓혔구요. 언젠가 홍콩의 최저임금제에 대한 논의에서, 최저임금이 한시간 일했을 때 길거리에서 새우완탕면 한그릇 사먹을 금액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정도로 홍콩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요. 그리고 그 맛은..... 먹으면 바로 홍콩가는 수준이고, 걍태공은 하루 세끼 새우 완탕면만 먹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MSG에 물 약간 탄 것처럼 강력한 감칠맛에 무언가 정체를 확실히 짐작하기 힘든 황홀하고 앗쌀한 끝마무리 향까지, 홍콩 광동 지방이 아닌 곳에서는 그 특유의 국물맛을 내는 곳을 거의 볼 수가 없었죠. 지금까지 새우 완탕면의 국물은 닭육수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 특유의 매력적인 국물 맛의 비결은 말린 광어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라는군요 (라고 쓰고 미원도 듬뿍이라고 읽어주세요).


사실 아주 단순한 일품 면요리이지만, 맛을 제대로 내려면 면과 완탕과 국물을 넣는 순서와 시간까지 철저하게 맞추어야하고 완탕면으로 유명한 식당들은 모두 이 공식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구요.



photo


먼저 어두운 실내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보기가 좀 그런 것은 이해하시구요. 명필이 붓을 가리랴 하시겠지만, 악필은 붓을 가려야죠. 좀이라도 악필임을 숨길 수 있는 붓으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6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8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48
» 새우 완탕면 찬양 [4] 걍태공 2011.11.09 3137
68 아라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7] nickel 2010.11.05 3122
67 페이스북도 슬슬 질리네요.. [3] S.S.S. 2010.11.23 3113
66 제가 박명수빠라고 얘기했던가요? [6] 아.도.나이 2010.08.09 3098
65 일요일인데 이런 요리 어때요? [11] 자본주의의돼지 2011.11.20 3059
64 [기사링크] 강용석, 백지연 '끝장토론' 출연 "김어준과 붙고싶다" [14] miho 2011.12.08 3050
63 [펌] 전쟁이 나면 [8] 닥호 2013.03.12 2947
62 제본기 요긴하게 쓰시는 분 있나요? [7] poem II 2010.07.09 2929
61 오늘 무한도전, 뉴욕에 간 노홍철, 싸이와 만났지만 굴욕? [1] chobo 2012.12.15 2910
60 왜 분노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은(혹은 책은) 없는가? [18] 칼리토 2013.08.07 2859
59 욕을 부르는 ㅂㄱㅎ 정권 [6] soboo 2013.07.20 2840
58 [바낭] 네이버 탈퇴의 딜레마 [5] 異人 2014.05.05 2735
57 이것이 바로 우주 함대전...(게임바낭) [3] Kovacs 2013.08.31 2732
56 때는 바야흐로 대 난독 시대. [13] 힌트 2012.07.03 2675
55 커피 원가에 대한 글하나 가져옵니다. [10] 재생불가 2011.02.25 2646
54 새벽 바낭적 주절주절(암울한 이야기) [3] run 2010.08.05 2630
53 잉여스런 질문으로 놀아봅시다. 잭바우어(24) VS 브라이언 밀슨(테이큰) VS 르로이 제쓰로 깁스(NCIS),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그리고 누가 더 미중년인가? [18] chobo 2012.10.02 2547
52 이 애니메이션 재밌게 보신 분 없나요? [12] 아.도.나이 2011.07.08 2494
51 미친 너구리 [8] HardCore 2011.12.26 2439
50 레미제라블 (2012) LIVE 메이킹 영상 - 한국어 자막 버젼 [3] 라곱순 2012.11.29 24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