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좀 둔한 편이라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아파트 단지가 좀 크고, 안에 산책로가 있어서 출퇴근 전후로 종종 산책을 합니다. 언제부턴가 출근할 때면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한 2 주 전인가요 퇴근 후에 어둑할 때 산책을 하는데 희고 투명한 피부 덕분에 눈에 확 띄는 아가씨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음을 알아챘습니다.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산책로니까 그냥 같은 길을 가는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아침에 누군가 보고 있다 싶었던 그대로였거든요.

이 분이 저를 따라온다는 확신을 가진 것은 제가 괜히 돌아보거나 다른 주민들이 지나가면 걸음을 멈추고 딴청을 피우는 것을 보고난 다음이었습니다. 자세히는 못 보고 홀깃홀깃 쳐다보았는데, 자그마하면서도 날씬한 몸매에 얼굴도 오밀조밀 예쁜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이 따라오는 경험은 처음이라 어떻게 처신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왜 따라오시냐고 말을 걸어볼까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집 앞이에요. 알 수 없는 아쉬움을 곱씹으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얼척없게도 이런 연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따라다니는 데 대한 불안감도 있구요.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정말로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우연일 뿐인데 혼자 김치국 마시고 있는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우연이 아니라는건 곧 알게되었습니다. 산책을 같이 즐긴(?) 이후로 이삼일에 한 번씩은 집 근처에서 출근을 위해 택시타러 가는 저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 분을 볼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제는 눈을 마주쳐도 회피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한마디도 얘기를 나누지 못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토커라는 불안감도 떨칠 수 없었지만요. 환한 대낮에 보는 그 여성은 정말 예뻤지만,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볼 때마다 웃어주기는 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데 드디어 사단이 났습니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그 여성분이 제 앞으로 달려와서 선 겁니다. 전 너무 당황해서 황당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은 겁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도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만 돌리더군요. 그리고는 또 침묵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정지한 것 같더군요. 우린 그렇게 아무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서 있었습니다. 그 때 아파트 주민 한 분이 지나가니, 자리를 조금 비켜서 아무 일도 없는 양 딴청을 피우더군요. 주민의 모습이 사라지자 다시 저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아무일 없이 그냥 출근했습니다. !$#!@##%!$%$^$#% 아우 정말!!!


지금까지 무슨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꼭 지어낸 이야기 같지만 모두 사실이에요. 이제부터 상담받고 싶은 고민 내용입니다.


혹시 다음에 보게되면 식사라도 대접을 하고 싶은데요. 그래도 되나요? 그랬다가 뭐가 잘못되거나 하지는 않겠죠?

그리고 식사 대접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면, 어떤 걸 대접하는게 좋을까요? 고양이 아가씨와는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식하다 욕하지 마시고 제 바른 처신이 무엇인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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