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벅 브래나만은 니콜러스 에번즈 소설의 [호스 위스퍼러]에 영감이 되었고 나중에 그 소설을 바탕으로 한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 제작에도 많은 도움을 준 말 조련사입니다(인터뷰에서 레드포드는 그가 자신의 대역뿐만 아니라 영화의 중요 한 장면을 만드는데 공이 컸다고 얘기해 주지요). 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느끼는 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는 그 옛날의 상당히 가혹한 방식과 달리 말들을 온화한 방식으로 길들이고, 이를 말 클리닉에서 시범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 다큐멘터리는 학대를 일삼은 그의 아버지로 인한 그의 불우한 과거를 그의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얘기하는데, 그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말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다정한 사람인 브래나만의 모습엔 감동이 있습니다. (***)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

[끔찍한 직장 상사들]이라고 번역해도 별 문제도 본 영화의 세 주인공들 닉, 데일, 그리고 커트의 인생은 제목처럼 X같은 직장상사들 때문에 힘듭니다. 닉의 회사상사 데이브는 닉을 그렇게 부려 먹고 학대해왔는데, 그렇게 약속했던 승진 기회를 뺏으니 닉은 열 받을 지경입니다. 그런가 하면 데일은 자신이 보조하는 치과의사 줄리아의 성추행적 접근으로 매일이 괴롭고, 커트는 자신의 상사의 인간말종 아들이 새 상사가 되어 자신이 물려받을 뻔 했던 회사를 망치면서 자신을 괴롭혀대니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직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경제 불황 아래서 자신들의 코가 석자이고 이러니 그들은 단골 술집에서 자신들 신세를 토로하다가 결국엔 자신들 상사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안겨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르가 코미디이니 당연히 이게 쉽게 될 일은 아니고 실수연발에 따른 뻔한 상황들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고 갈등 해결도 좀 엉성합니다만, 웃기는 순간들이 여럿이 있을 뿐더러 적절한 캐스팅이 빛을 발휘합니다. 상식 있는 코미디 캐릭터 역에 제격인 제이슨 베이츠먼이 상대적으로 더 요란한 제이슨 서디키스와 찰리 데이의 반대편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동안, 이들의 악질 상사들을 각각 맡은 케빈 스페이시, 제니퍼 애니스톤, 그리고 [트로픽 썬더]의 톰 크루즈 수준으로 망가진 모습으로 나온 콜린 파렐은 악랄하게 웃깁니다. 이름이 꽤나 황당한 조연 캐릭터로 나오는 제이미 폭스도 쏠쏠하게 웃기지요. (***)  






[테리]

고등학생 테리 톰슨은 미국 고교생 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입의 외톨이입니다. 과체중에다가 그냥 편하다는 이유로 잠옷차림으로 등교하고 지각은 밥 먹듯이 하니 급우들 놀림감이 되기 일쑤이지요. 주위 학우들이나 교사들이 뭐라고 하든 무표정한 표정만 짓는 이 내성적인 십대 소년에게 교장선생 피츠제럴드가 관심을 기울이고, 피츠제럴드와 매주 상담하는 동안 테리는 그처럼 피츠제럴드가 관심을 기울이는 왕따 타입 학생들인 채드와 헤더와 친해집니다. 이 정도로 요약하면 전형적 성장 영화처럼 들리겠지만, 감독 아자젤 제이콥스는 틀에 벗어난 방식으로 테리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느긋하게 풀어갑니다. 친구들과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이 있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게 아니고, 하마터면 문제 생길 법한 순간을 잘 넘어갔지만 여전히 그에겐 그가 돌보는 치매 걸린 삼촌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든 첫 걸음을 통한 작은 전진이 있습니다. 막 배우 경력을 시작한 제이콥 와이소키는 영화를 성실하게 짊어져 가는 가운데, C. 라일리는 겉으로 보기엔 웃기지만 문제 학생들을 도와주려고 정말 진지하게 노력하는 선생으로써 인상적입니다. (***)


P.S. 그나저나 [더 오피스] 팬 분들은 출연 배우들 중 한 명이 본 영화에 꽤나 진지하게 나오는 모습에 놀라실 것입니다.

 



[뷰티풀 보이]

관계가 소원해 왔던 부부였던 빌과 케이트에게 어느 날 끔찍한 사건이 그들 일상을 박살내 버립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학에 간 아들과 통화한 다음 날, 대학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고 곧 그들은 그들 아들의 죽음을 통보받는데 아들이 바로 사건을 저질렀습니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의래 기대할 법한 그들의 반응들을 지켜봅니다. 자신들이 잘못한 게 있을까 혹은 아들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고민하면서 동시에 삶을 계속 이어가려고 애쓰는 동안 빌과 케이트는 관계는 더욱 더 흔들리고 서로에 대한 원망은 더 커져갑니다. 여느 아픈 비극으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들처럼 이들의 치유 과정을 향한 발걸음은 아프고 힘들고 마리아 벨로와 마이클 쉰은 매순간마다 감정선을 놓치지 않습니다.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우리가 주인공들인 씨민과 나데르를 처음 볼 때, 그들은 법정에서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이 원래 계획했던 이민과 관련된 의견 차이 때문에 갈라졌지만 상대방에 대한 감정은 별 변한 게 없고 자신들 딸 양육권 결정 문제만 빼면 이혼 과정은 문제없어 보입니다. 이 정도면 무슨 문제가 생길 거란 생각이 금방 드시겠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방향으로 펼쳐지고 이는 한 일을 둘러싼 씨민과 나데르, 그리고 씨민 대신 나데르의 치매 걸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고용된 라지에, 그리고 그녀 남편 간의 복잡한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는 재판까지 가면서 상황을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어 관련자들 모두를 난처하게 만듭니다. 올해 초에 베를린 영화제에서 본 영화로 금곰상을 받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는 자신의 주인공들을 그들을 가까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관조하면서 그들 간의 긴장과 고민을 화면에 담아내고, 배우들은 은곰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게 놀라지 않을 정도로 매장면마다 훌륭합니다. 이러니 범정 안에서 남들 상처주는 것보다 밖에서 잘 타협하는 게 모두에게 이롭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랍니까. (***1/2)

 

P.S. 4년 만에 대전아트시네마를 방문했습니다. 여전하더군요







[미드나잇 인 파리]

우디 앨런의 신작 [미드나잇 인 파리]는 달콤하고 가볍고 유쾌한 코미디입니다.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써 먹고 살면서 자신의 첫 소설을 다듬고 있는 주인공 길은 그의 이기적인 약혼자와 그를 못 미더워하는 장인 장모와 함께 파리에 오는데, 옛날 파리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그에게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자정 쯤 파리의 어느 한 거리가 일종의 타임 슬립이 일어나는 장소가 되고, 마침 그곳에 있던 그는 1920년대 파리로 가서 그 시대를 살았던 기라성 같은 예술/문학계 유명 인사들과 어울리면서 멋진 시간을 보내지요(참고로, 그 중엔 잠깐만 나오지만 듀게 분들 낄낄 거리게 만들 실존 인물 한 명이 있습니다). 밤마다 1920년대로 가는 동안 그는 자기 소설에 대한 조언을 듣는 건 기본이고 파블로 피카소의 최근 작품 모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니 황홀해하지만(누가 안 그러겠습니까?), 결국 이런 설정에서 당연히 나올 법한 교훈을 깨닫게 되지요. 우디 앨런은 근래 들어 가장 유쾌한 코미디를 만들었고, 주연인 오웬 윌슨을 둘러싼 실력 있는 배우들(캐시 베이츠, 레이첼 맥아담스, 마리옹 코티야르, 마이클 쉰, 톰 히들스턴, 애드리언 브로디...)은 보기 즐겁습니다. , 그리고 파리 풍경이야 당연히 매력적입니다. (***1/2)

 





[레드 스테이트]

자기네들 동네에 애빈 쿠퍼가 이끄는 광신도 집단들이 있다는 것에 그리 크게 상관하지 않은 세 십대 소년들이 함정에 빠져 그들에게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입니다. 이 정도면 호러 영화 줄거리가 될 법한데 상황은 쿠퍼 일당들과 정부기관 요원들 간의 총격전으로 전환됩니다. 케빈 스미스의 신작 [레드 스테이트]는 기독교 광신도들을 노골적으로 까대고자 만든 영화이지만 의도한 만큼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화는 별로 무섭지도 않고 짧은 상영 시간에도 불국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감이 들어서 전반부는 지루하고, 그러다가 꽤 험해진 상황을 썰렁하게 바람 빼는 게 웃기긴 했고 좋은 연기들도 있지만 웃음 강도가 약하니 전반부의 단점을 완전히 상쇄하지 않습니다. (**1/2)

 

 






[2]

[쿵푸 팬더 2]가 그랬던 것처럼 [2]도 할 얘기가 별로 없을 것 같아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입니다. 전편보다 약간 더 재미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더군요. 얄팍한 재미이지만, 지난 몇 년 간 명작들을 내놓은 픽사 사람들이 장난감 자동차들 갖고 가볍고 흥겹게 노는데 뭐라고 하겠습니까. (***) 





[멜랑콜리아]

전작 [안티크라이스트]로 시커먼 암흑의 밑바닥으로 치달은 라스 폰 트리에의 다음 작품 [멜랑콜리아]는 아름다운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지구 종말이 확실하게 일어나는 불편한 영화이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합니다. 영화의 1부는 올해 깐느 여우주연상을 받은 커스틴 던스트가 열연하는 주인공 저스틴의 결혼식이 주 내용입니다. 신랑인 마이클과 함께 그녀의 언니와 형부의 큰 저택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가는 저스틴의 모습은 처음에 밝기 그지 없지만 점차 그녀가 우울증 환자라는 게 드러나고 누가 라스 폰 트리에 영화가 아닐까봐 사람들의 여러 추한 면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그러다가 2부에 접어들면서 영화는 저스틴과 언니 클레어에 초점을 맞추는데, 갑작스럽게 등장해 지구와 가까워지는 행성 멜랑콜리아의 등장과 함께 화면에 고요하면서도 불안한 기운을 드리워지고, 가면 갈수록 초연해져가는 던스트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버리는 상대역 샬롯 갱스부르와 함께 2부를 훌륭히 이끌갑니다. (***1/2)

 





[자전거를 타는 소년]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온 다르덴 형제 감독의 신작 [자전거를 타는 소년]의 주인공인 시릴은 변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 많은 소년입니다. 아동 보호소에 맡겨진 그는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고집 부려서 그를 돌보려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합니다(가끔은 워낙 못되게 심통 부려서 그들 편을 들고 싶을 지경이라니까요). 그나마 자길 버린 아버지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일찍 깨닫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를 친절하게 받아준 사만다와 관계가 그리 원만하게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엔 그리 정이 가지 않지만 다르덴 형제의 담담한 시선 아래에서 시릴은 이해와 공감이 가는 주인공으로 다가오고 토마 도레는 인상적인 아역 배우 연기를 선사합니다. 올해 초 국내 개봉된 [히어애프터]에 나왔던 세실 드 프랑스도 상대역으로써 좋은 가운데, 다르덴 형제 영화 단골 배우들인 제레미 레니에(시릴의 아버지로 나옵니다)와 올리비에 구르메를 보는 재미도 있지요.(***1/2)

 





[세나: F1의 신화]

1994년 사망한 자동차 경주 선수 아일톤 세나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본 영화는 소재에 대한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는 본인에게 정보 전달을 하는데 있어서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세나의 주변 사람들의 말들이 곁들어진 많은 자료 화면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우린 그의 짧지만 인상적인 경력을 지켜봅니다. 경주 장면들은 세월이 흐른 티가 나지만 아찔한 순간들이 여럿이 있고, 그 와중에서 이어지는 세나의 경력은 극적 요소들이 여럿이 있습니다. 인간 세나보다는 선수 세나에게만 비중이 쏠리다보니 영화는 전기 영화 DVD/블루레이 서플 같은 느낌이 종종 들어서 불완전한 감이 없지 않고, 세나는 선량하지만 상대적으로 심심한 사람으로 느껴지지만, 그 세계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저한텐 이게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1/2) 






[에일리언 비키니]

자칭 도시지킴이인 우리의 주인공 영건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밤마다 서울의 안전을 지키려고 하는 총각입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위기에 빠진 듯한 여성을 구해내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먼 행성에서 온 외계인의 숙주였고 그녀는 그의 정자를 원합니다. 순결 맹세를 한 영건 덕분에 영화의 중반부는 꽤 웃기는 코미디가 되고, 그 외 여러 웃기면서 재치 있는 순간들도 있지만,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암담하게 돌아가면서부터 영화는 공회전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 지난 번 꽤나 낄낄거리면서 봤던 [불청객]처럼 [에일리언 비키니]는 영리한 저예산 SF 영화이고 현재 다운로드 시장에 나왔으니 부담없이 다운 받아 보셔서 시간 때우셔도 될 것입니다. (**1/2)

 






[베터 라이프]

LA에 사는 정원사 카를로스([위즈] 시즌 후반부에서 중요 조연으로 나오는 데미안 비치르가 맡아서 좋은 연기를 선사합니다)는 십대 아들 루이스와 함께 사는 홀아비입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LA에 오랫동안 살아 온 카를로스는 여전히 불법 이민자로 남아 있어서 항상 그게 근심이었는데, 최근에 사정이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만한 기회가 다가옵니다. 고용주가 사업을 그만 두면서 그에게 트럭을 비롯한 다른 도구들을 팔 것을 제안하고, 이에 그는 망설이다가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서 트럭을 사지만, 불행히도 첫날부터 트럭을 도난당하고, 이에 카를로스는 아들과 함께 트럭을 찾아 나서지요. 줄거리만 들어도 딱 [자전거 도둑]이 금세 연상되는 본 영화는 멜로드라마 줄거리를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다루면서 주인공들의 거친 현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소원해진 부자 간 관계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그나저나, [어바웃 어 보이], [황금 나침반], 그리고 [뉴 문]을 만든 크리스 와이즈가 이렇게 모범적인 인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요. (***)






[완득이]

고교생 완득이의 인생은 그의 적수이자 선생이자 이웃인 동주 덕분에 그리 평탄치 않습니다. 학교에서 다른 급우들 앞에서 놀려대곤 하지, 하필이면 바로 옆집에 살아서 햇밭 강탈하는 등 맨날 진드기같이 달라 붙지... 이러니 동주는 동네 교회 가서 제발 동주에게 영원한 안식을 보내달라고 기도하지만 그의 진심어린 기도는 불행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동주는 그의 인생에 더 깊숙이 들어가니 완득이는 좋든 싫든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보기 전 후딱 읽은 원작 소설에 비교적 충실한 가운데 영화는 줄거리에 크게 개의치 않는 가운데 캐릭터들이 이리저리 굴러가는 동안 생기는 소소한 일들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서 나오는 웃음과 재미와 함께 활력을 잃지 않습니다. 유아인과 김윤석의 2인조 연기도 즐거운데, 특히 김윤석은 전번에 [추격자]에서 [거북이 달린다]로 능란하게 이동한 것처럼 이번엔 [황해]에서 본 영화로 능청맞게 이동하면서 올해 최고 연기들 중 하나를 선사합니다. (***)





[비기닝]

프랑스 영화 [비기닝]의 주인공 폴은 사기꾼입니다. 도입부에서 보여 지다시피, 그는 능란하게 기자재들을 빼돌린 다음 다른 데 갖고 가서 팔아먹어서 돈을 벌곤 하지요. 그러던 그가 건축회사에서 온 사람인양 위장해서 경기 침체된 어느 한 마을에 옵니다. 원래는, 몇 년 전 중단된 고속도로 공사가 다시 재개된다고 주민들을 속여 먹어 돈만 챙기고 튈 예정이었지만, 당연히 그 과정에서 예측할 법한 변화가 그에게 생깁니다. 그가 말하는 거짓에 너무나 열성적으로 반응해 주민들이 금세 공사를 시작하니, 그런 와중에서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진실 된 소망이 싹트기 시작하는 거지요. 주연인 프랑수아 클루제는 저음조 연기로 그런 심적 변화를 과장 없이 전달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본 영화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공사 현장을 바라다보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과연 그 도로가 쓸모가 있을지는 의문이고 그가 사기꾼이란 사실은 변함없지만, 마지막 장면엔 조용한 감동이 있습니다. (***)

 





[드라이브]

올해 깐느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의 이름 없는 주인공은 여러 일들을 하는 일급 전문가입니다. 낮에는 그의 고용주가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영화 촬영장에서 자동차 스턴트를 도맡고, 밤에는 파트타임으로 범죄자들에게 고용되어 도주 차량을 운전하지요. 그는 혼자 조용히 사는 삶에 익숙하지만, 곧 그의 삶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습니다. 옆집에 사는 여인 아이린과의 감정이 조용히 싹트는 동안, 그는 상당히 위험한 범죄자들과 연관되게 되지요. 말수 적고 거의 무표정한 캐릭터가 라이언 고슬링의 훌륭한 연기로 뒷받침되는 동안 레픈은 매끈하고 효율적인 액션 영화를 만들었고, 캐리 멀리건, 오스카 아이작, 브라이언 크랜스턴, 론 펄먼, 그리고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알버트 브룩스는 색깔 있는 조연들로써 든든합니다. (***1/2)






[로맨틱 정글]

제목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같지만 본 코미디 영화는 동시에 애들 영화로써도 먹히려고 하면서 거의 유야무야 꼴이 되었습니다. 동물원 사육사인 주인공 프랭크는 연애엔 꽝인 순박한 남자임에도 스테파니와 같은 예쁜 여자와 사귀게 되었지만, 불행히도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결혼신청을 하는 순간 차여버렸습니다. 그런데 5년 후 다시 스테파니가 나타나니 프랭크는 여전히 그녀에게 맘이 있는 것 같고, 그러니 프랭크가 정성들여 보살핀 동물들이 금기를 깨서 꽤 빵빵하게 캐스팅된 배우들 목소리로 그에게 연애코치를 합니다. 그런가 하면 프랭크는 같은 동물원에서 근무하는 케이트의 도움도 받기도 하지요. 시작부터 영화가 어디로 갈지 뻔하고(스테파니와 케이트만 비교해도 십 초 안에 결론이 후딱 나오지요), 이야기는 늘어지는 가운데 코미디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물론 극히 일부는 어느 정도 웃긴다는 것, 그리고 케빈 제임스가 호감 가는 코미디 주인공이란 건 인정하겠습니다. (**)

 

P.S.

[행오버 2]의 원숭이가 출연합니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25년 결혼생활을 이어온 칼과 에밀리는 어느 날 헤어지기로 합니다. 칼은 집을 나와서 어디 한 번 다른 여자와 사귀어 볼까 하지만 평생 한 여자만 바라 본 40대 아저씨가 그걸 잘 할 리가 없고, 그의 서투름을 지켜 본 훈남 제이콥이 그를 코치해주면서 둘은 가까운 친구들이 됩니다. 한편, 에밀리에겐 같이 바람피운 직장 동료 데이빗이 접근하고, 칼과 에밀리의 자녀들을 돌봐온 제시카는 칼을 짝사랑하고 있고, 제시카가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하는 칼과 에밀리의 어린 아들 로비는 13살 나이의 풋사랑을 품고 있고, 그런가 하면 우연히 바에서 만난 해나를 통해 제이콥은 진지한 관계에 대해 생각을 가지게 되어 칼에게 조언을 구하고 되고.... 이런 복잡한 관계들을 갖고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섞는 시도는 하는데, 그 결과는 기성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좋은 캐릭터들이 있으니 웃기면서도 훈훈하고, 스티브 카렐, 줄리앤 무어,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을 비롯한 배우 앙상블의 공이 큽니다. (***)

 

P.S.

전번에 나탈리 포트만 정말 자주 접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라이언 고슬링을 자주 보는군요.

 





[파라노말 액티비티 3]

[파라노말 액티비티 3]1편의 여주인공 케이티와 그녀의 동생인 2편의 여주인공 크리스티의 어린 시절인 1988년을 배경으로 하는 프리퀄입니다. 처음엔 모든 게 일상적이다가 전편들을 보신 분들에겐 별 놀랄 것도 없이 밤마다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그러다가 우연히 이상한 현상이 비디오카메라에 잡히니 애들 엄마 남자친구가 이에 관심을 보여 낮에는 비디오를 들고 다니고 밤에는 껌껌한 집안 모습을 비디오로 담고.... 예상 외로 3편은 2편보다 더 잘 만들어졌긴 합니다. 일단, 산만한 2편에 비해 더 초점이 잘 맞추어졌고 선풍기 자동 회전 장치를 사용한 카메라 패닝 기법과 같은 좋은 기법도 있는 가운데 영화는 관객들을 잘 놀래키곤 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미 1편의 날 것과 같은 그 신선함은 저 너머로 간 지 오래입니다. 이번에도 금세 제작비 회수했으니 4편이 나올 것 같은데, 그 땐 뭘 할까요? (**)






[친구와 연인 사이]

비슷한 주제를 다룬 로맨틱 코메디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가 국내개봉하기 때문에 비교 삼아서 한 번 봤습니다. 이야기가 뻔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들이 너무나 재미없기 때문에 영화는 지루하고 밋밋합니다.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본 거의 40년 전에 만들어진 조지 시걸과 글렌다 잭슨 주연의 [A Touch of Class]마저도 이에 비하면 신선하게 보여 질 정도예요. 그 영화에서 꽤 실망스럽게 진지한 결말 직전까지 부담 없는 관계를 갖자는 조건 아래 티격태격하면서도 사랑을 나누는 유부남 시걸과 이혼녀 잭슨에 비하면(참고로 시걸과 잭슨은 그 해 골든 글로브 코미디 주연상을 나란히 가져가고 잭슨은 그 기세에 깜짝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했습니다), 애쉬톤 커처와 나탈리 포트만은 몸까지 바치면서 할 만큼 하지만 그 결과는 정말 심심합니다. (**)

 





[프렌즈 위드 베네핏]

듣던 대로 본 영화는 [친구와 연인 사이]와 비교해 볼만한 대상입니다. 비슷한 설정인데도 여기가 더 훨씬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단 주연인 밀라 쿠니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재미있는 한 쌍이고, 주변에 있는 우디 해럴슨, 패트리샤 클락슨, 그리고 리처드 젠킨스과 같은 조연 배우들 감상하는 맛도 있고, 웃음 빈도도 높습니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다 하기 나름이란 걸 잘 보여주는 기성품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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