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각해보면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정황을 찾기가 어려운 선거였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 하다가 때려쳐버린 자리였고, 그 계기는 본인이 고집있게 밀어부쳤던 전면 무상급식 반대가 결국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데에 있었지요. 게다가 다음 타자로 나선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의 잘못을 인정하고 난 다르게 가겠다, 고 선언하기 보다는 오세훈이 하던 일을 마무리지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문제로 불을 지르고, 상대 후보인 박원순에 결정적인 한 방의 네거티브도 안 터지고, 오히려 나경원 후보측에 악재가 많이 나왔죠.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도 한나라당은 기본은 했습니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 급격히 쪼그라들었던 한나라당 의석이 한나라당의 하한선인 것 같군요. 결국 한나라당 안에서 큰 분열이 있지 않은 한, 야권은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40%를 먹고 들어가는 상대와 싸워야만 합니다. 힘들겠어요.

 

2.

 

또 다른 주요 지역은 부산 동구청장 선거였습니다. 부산이야 뭐 볼 것도 없이 한나라당 텃밭입니다만, 여기도 나름 악재가 많았죠. 동남권 신공항은 백지화되었고, 부산저축은행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날렸습니다. 공항때부터 이미 다음 선거 때 두고보자는 식의 무시무시한 플래카드가 많이 걸렸었는데, 그 정도 임팩트로는 심판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군요. 정말 마음이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똑바로 안하면 한 방 때리겠다"는 경고 정도의 의미로는 국회의원은 몰라도 구청장 선거 정도에서 바람이 불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뭐 전혀.

 

3.

 

서울시장을 놓고 봤을 때 그래도 젊은 층에서 야권이 표를 많이 얻은 것은 긍정적입니다. 노령층에서 나경원 지지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젊은이들이 옛날처럼 '엄마가 찍으라는 사람'을 찍지도 않고, 집안에서 보고 들은 대로 '한나라당 만세, 나머지는 빨갱이' 도식에 무작정 빠져들지도 않는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으니까요. 한나라당도 조만간 어떤 식으로건 젊은 층에 이미지 쇄신 작업을 해야 할겁니다.

 

아마도...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새로운 인물 영입이 가장 쉬운 수단이 되겠죠. 누가 되려나요...

 

4.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듀게에서도 말이 많았는데, 이번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김규항을 글을 소개해 약간 불을 질러놓은 사람으로서 밝히자면, 그 이후에 오고 간 의견을 통해 전 이 시국에도 투표에 불참하는 이들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투표 안하신 분들,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지만 일단 나경원을 방조할 수는 없어서 박원순을 찍으신 분들의 뜻이 박원순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민주당 등 이른바 범 야권에 조금이라도 더 지분이 생기게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규항이 지난 무상급식 투표 거부나 이번 투표 거부나 그게 그거라고 한 건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때의 거부와 지금의 거부는 그 힘이 엄연히 다른데 말이죠. 효력을 따지지 않고 그냥 '투표를 안할 권리' 자체에 대해서만 논한 거라고 보면 이해가 되서 그런거였겠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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