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는 따로 쓸거고요.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아저씨] 의 사극판이라는 소리도 있던데 [아저씨] 보다는 더 호감이 가는 작품이었어요 ([아저씨] 도 뭐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물론 비판할 점은 꽤 있었는데... 지금 얘기하려는 거는 그런 비판할 점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전 주인공 남이가 '활' 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본인의 기술을 연마하는 데 대해 더 몰입하는 캐릭터이기를 부지불식중에 원했나봐요.  뭔가 자기의 기술에 대해 강한 프라이드와 동시에 또 같은 기술을 쓰는 사람들에게 대한 강한 공감, 그리고 어떤 면해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치... 보다 더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에 못지 않게 자신의 활쏘기에 집중하는 그런 캐릭터이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무슨 [태극기] 의 장동건 캐릭터처럼 완전히 같이 전쟁터에 나가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극단 가족주의 싸이코 (지 동생 하나 잘되게 만들기 위해 자기 부대원들을 다 사지로 몰아넣고도 태연할 그런) 보다야 물론 몇십배 말이 되는 인물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활과 화살을 사랑하고 아끼고 그것들과 동일시해서 자신을 보는 그런 묘사가 더 보고 싶었어요. 

 

각본에 아예 그런 요소가 없었더라면 단념했겠지만 뭔가 그런 티를 내는 것 같은 구석-- 예를 들자면 "내가 쓰는 활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아니다 (그래서 영화에 타이틀 뜰때 활 [活] 이라고 짐짓 한자를 붙여놓은 것 같던데)" 라는 대사도 나오고-- 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런 게 더이상 안나오니까 좀 김이 빠지더군요.

 

그런 자기의 기술에 완전 몰입해서 사는 존재는 한국적 정서 (그런게 있기는 한건지 ^ ^) 로 따지자면 너무 싸가지없고 얄미운 존재가 되는 걸까요?  실제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되고 사회가 유지되는 큰 이유중의 하나는 아마도 그런 식으로 연애나 가족애나 그런 공동체적 감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베스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데... 

 

아무튼 이거는 [활] 의 비판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아쉬움을 남겨줄 정도로 사극의 주인공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의외로 복잡한 내면을 지닌 예가 별로 없었으니까... [구르믄 버서난 달처럼] 처럼 그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그것밖에는 할 얘기가 없었나 하는 식의 아쉬움보다는 대폭 긍정적인 반응이죠.

 

어째 써놓고 보니 밀리타리 매니아가 쓴 글 같군요. ^ ^  사실 "이놈의 활은 인간이 쏜 활이 아니다! (땀방울 뚝뚝 ;;;;)" 이런 오그라드는 묘사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 덜 나와서 증말 다행이었습니다.

 

 

문채원씨 캐릭터 진아도 마냥 예쁘지많은 않아서 좋더군요

 

사족: 인터넷에서 멀쩡한 기자분이 쓴 리뷰인지 소개글인지를 읽었는데 "몽고" 하고 "만주" 하고 구별이 전혀 안되시는 모양이더군요. 그냥 두 말을 섞어 써요.  "만주군의 침략을 자세하게 묘사하기 위해 영화의 병사들은 몽고어를 쓴다" 이런 식으로요 ;;;   농담인지 실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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