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bris님께.

2011.05.26 14:55

종상 조회 수:2897

 

hubris님은 제가 경제학자라고 분류하는 부류의 인간이 맞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한국적 경제학 전공자로 자처하는 사람 중 한 명 입니다. 저는 이미 여러 개의 글을 통하여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위험한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이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은 경제학자인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누군가는 경제학을 공부해서 돈을 벌고, 출세를 하려고 공부합니다. 이런 사람은 경제학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실용주의적입니다. 경제 이론과 현실이 부딪히는 경우에는 주저없이 현실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글을 쓸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학이 밥이 되는 경우에만 언급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경제학자처럼 보여야 할 때만 경제학자로 자처합니다. 

 

 어떤 사람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 그 자체가 궁금해서 그러한 경제 현상 자체를 분석하기 위하여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는 철학자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이런 사람들은 Ph.D를 가졌습니다. 혹은 MA를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학부 때 도서관에서 죽돌이처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주제들에 관해서도 공부를 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들의 동기는 호기심이고, 현실과 이론의 차이가 생기면 그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다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방법론", 즉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귀납적 추론 방법인 통계적 방법론으로도 아주 간단한 자연 현상에 관한 신뢰성있는 모형을 구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쩔 수 없을 때만 경제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이를 단지 하나의 신빙성 높은 사실로만 간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지식을 믿지 않고 지혜를 믿습니다.

 

마지막 부류의 사람은 스스로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경제학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경제학의 레토릭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현실을 뭉게어 독자를 초월적 존재가 되게 만들어 줍니다. 그들은 수식을 사용하기를 선호합니다. 왜냐면 수식이 하루키의 문체처럼 미니멀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간의 존재가 계량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제학 이론을 검증하지도 않고 믿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이 사용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별다른 의구심도 품지 않고, 다만 "합리"와 "현실"과 "이성"을 독점하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모시는 신의 위세에 힘입어 위대해지려고 합니다. hubris님이 성매매 논쟁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뛰어넘으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그게 맞는 지 틀린 지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세번째 부류의 사람을 굉장히 꺼려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연역적 논리를 따라서 신학적 구조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논쟁을 하는 것은 사실 골치아픕니다.

 

" 저는 마약 사용으로 인한 개인의 효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의 하락이 있다면 국가가 마약을 통제하는 것도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약 중독이 만연되면 개인이 마약중독을 대처하는 비용이 커집니다.  국가가 개인의 갱생을 써야하는 비용도 커집니다.  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마약 중독인 사람의 갱생비용을 부담하는 부당함의 정도도 커질 겁니다.  마약 중독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일을 해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떨어진 개인들의 생산성의 하락은 국가 전체의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힘(경제력과 군사력)은 1인당 GDP 보다는 국가의 총GDP로 가늠합니다.  중국의 1인당  GDP은 미국에 비해서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중국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생산성의 저하는 곧 후생의 저하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마약중독과 이로 인한 사회적 후생감소를 다루는 방식이 지금과 같은 전면금지가 옳으냐, 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합법화 이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는 것이 제 생각의 핵심이었습니다." -hubris-

 

1. 개인의 효용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인간의 만족은 심리적 현상이고, 심리적 현상은 관측될 수도 없고, 계량될 수 없습니다.

 

2.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전 국민의 노동시간당 달러 기준 실질 GDP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만, 이는 부정확합니다. 만약 사회 불평등 정도가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실업률이 늘어나서 실질 GDP가 상승한 거면 어떻게 할까요? 아니면 봉사활동과 같은 상품이 아닌 노동이 커진 경우면 어떡할까요? 

 

3. 마약 중독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일을 해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떨어진 개인들의 생산성의 하락은 -> 잘 알려진 반례를 하나 들자면 셜록 홈즈 시대의 영국은 마약이 공공연하게 사용되었습니다만, 대영 제국의 전성기였습니다. 마약 사용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지는 함부러 주장할 수 없습니다.

 

4. 국가의 힘은 국가의 총 GDP로 가늠합니다. ->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많아서 GNI로 가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경우 GDP로 가늠된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프랑스같은 경우에는 외교권에 있어서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어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한국과 GDP가 비슷하지만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은 한국보다 더 큽니다. 이스라엘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북한은 지정학적 위치에서 나오는 이점에 의해서 대한민국보다도 국제적 영향력이 셉니다.  

 

5. 생산성의 저하는 곧 후생의 저하를 의미합니다. ->  한국의 GDP(명목 기준)는 1970년(2조8,000억원)부터 지난해(1,023조9,000억원)까지 약 370배나 늘었습니다. 1인당 GNI는 9만원에서 2,120만원으로 역시 233배나 늘었구요. 반면에 영국의 신경제재단(NEFㆍNew Economics Foundation)이라는 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생활만족도 지수(최고 10)는 1970년 4.6에서 2005년 6.0로 고작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OECD 최 하위 수준입니다. 과연 생활 만족도 지수하고 후생 지수하고 생산성 지수하고 상관 관계가 있기는 한걸까요?

 

 

 이렇듯 1부터 6까지의 이유 때문에 hubris님의 말은 너무 "경제학적"이고 "비현실적"이기에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사용한 방법은 주장에 대한 반례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주장을 입증하는 데는 많은 현실적 사례가 필요합니다만, 주장을 반증하는데는 하나의 사례면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제 글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게리 베커 류의 아이디어, 도덕적 판단을 뛰어넘자는 류의 경제학자들의 선동을 맨큐의 경제학 책을 통해서 10년 전부터 물씬나게 들었기에 그걸 통계적 추론을 통하여 현실에서 실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hubris님은 왜 그러한 일을 여기서 되풀이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도대체 왜 비용을 산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를 답해주십시요. 그러한 주장이 전제하는 것, 즉 돈으로 관측되는 것이 돈으로 관측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가치 판단, (그리고 이것이 제가 이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때문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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