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1 19:59
운전을 배우고 있습니다.
차도 없고 당장 차를 가질 예정도 없지만 미루다보니 연습면허증이 파기될 판이라 얼른 배워야 해요.
그러나 전 자전거도 못타는 절대운동무신경의 소유자. 거기다가 시시때때로 급흥분하면 눈이 안보이고 귀가 멀고 목소리도 안나오는 헬렌켈러 증후군도 앓고 있습니다.
운동신경 탁월하신 분의 아주 낡은 차로 공원을 돌고 있습니다
목숨을 건 코미디가 자주 연출되죠.
일단 공원 주차장에서 몇바퀴 도는데서 시작을 합니다
커브마다 삐이이익! 삐이익!!
가르쳐주시는 분(H): 저기..좀 작게 돌아봅시다
데레(T): 네? 네? 작게가 뭐죠?
주차장에서 나와 길을 타려고 차를 대기하면
H: 자~ 좌측 깜박이 켜고!
T: ... (긴장해서 귀가 안들림)
H: 다음에 가요, 저기 지금 차오네.
T: ... (여전히 안들림, 엑셀 과격하게 밟으면서 커브)
H: (저 대신 뒷차에 미안하단 표시를 보내십니다)
.
좁은 2차선을 타고가노라면 차선도 희미하고 옆차는 너무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차는 제 걸음걸이만큼이나 종횡무진 제멋대로.
H: 자, 몸이 2/3점 쯤에 있다는 생각으로 가는 겁니다
T: 네? 네? 뭐라고요? 더 옆으로? (삐이이익! 풀밭으로 살짝 탈선)
스톱없이 속도 거의 안줄이고 커브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긴장은 절정에 다다릅니다
H: 자 브레이크는 살짝 한번만 밟고- 밟자마자 엑셀 지긋이~ 그리고 백미러 왼쪽 오른쪽 보고~
T: (귀는 당연히 안들림: 육성으로) 으흐흐흐흐 으흐흐흐윽
...브레이크 안밟고 거의 드리프트 수준의 회전...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납디다..
두번째로 안 멈추고 커브하는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H: 이번에는 브레이크 살짝 밟으면 훨씬 안정적일 꺼에요~ 괜찮으니까 힘내고~
T: (순간 그때 2차선인데 반대편선에서도 턴하고 들어옴) Qndkqgohwkejkgjj sdijwglㄷㅈㅈ홰지wkljiwefㄶ
...확 꺽고 브레이크 대신 엑셀밟으며 풀밭에 장렬하게 돌진.
아 정말 큰일입니다..
정말 저는 운전안배우는 것이 인류에 기여하는 일이라 믿고 살아왔건만 이 동네는 도무지 그러게 냅두질 않는군요.
놀라운 인내심을 가진 지인분께 진심으로 존경을 마지 않게 됩니다ㅠ 운전강사들이 바람둥이라는 걸 이해를 못했는데
아무래도 이 위기감속에서는 강사분들이 구세주로 보일 듯 합니다.
오늘 또 나가는데, 벌써 긴장됩니다.
어째서 차 뿐 아니라 나무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고 벽이니 건물까지 무서운지.ㅠㅠ
운전하시는 모든 분들 존경을 표합니다.
2011.05.21 20:18
2011.05.21 20:51
2011.05.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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