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유흥가마다 '키스방'이라는 것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전단지가 거리를 뒤덮다시피 하더니 최근엔 싹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지나다니는 신림역 부근만 해도 작년말까지만 해도 백미터 걸어가기전에 키스방 간판이 한두개씩은 꼭 있었던 것 같은데 며칠 전에 가보니까 안보이더군요.

 

저는 키스방 간판과 전단지가 유독 싫었는데 그건 아마 매매의 대상을 너무 적나라하게 업소명과 전단지에 적어놓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마시술소, 스포츠맛사지, 룸살롱, 단란주점.. 등은 설사 실제 매매상품이 섹스라 하더라도 최소한 겉으로는 안마나 술을 파는 업소라고 위장(변명?)이라도 하고 있는데..

이건 그냥 대놓고 '키스'를 팝니다...라고 광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기사를 보니 키스방은 단속 법규가 없어 방치되고 있다가 청소년보호법과 직업안정법을 근거로 단속을 한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기 싫던 전단지와 간판들이 사라져서 좋습니다만 이걸로 뭔가가 해결이 된 듯 하지는 않습니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흔히 '대딸방'이라고 불리던 업소가 마구 생겼으나 삽입성교가 아닌 유사성교도 성매매특별법의 대상이다..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지금은 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키스방은 법 적용에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상당기간 명목을 유지했으나 단속이 시작되자 역시 사라졌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변종 업소는 또다시 생길 것이고 단속도 계속되겠죠.  그런데 예전부터 있었지만 성매매특별법 이후로도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종이 있으니 바로  안마시술소와 퇴폐이발소(이발소 간판 비슷하게 돌아가면서 마사지..어쩌고 하고 써 있는 곳) 입니다. 아래 논쟁글들을 읽다 보면 정부가 단속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 는 말씀들이 많은데, 일리는 있으나 또 그렇지도 않은 게 ...  일단 성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들 업소는 '안마'등을 제공하는 곳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신용카드 내역이 나왔다고 무조건 이용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안마시술소는 맹인 안마사들의 거의 유일한 일터이기도 하죠)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급습해서 알몸의 남녀가 함께 있는 현장을 덮치거나 사용한 콘돔 등의 증거물을 입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었음이 확인되어 어느정도 정황증거가 있다면 각자를 따로 심문해서 모순점을 지적, 자백을 받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것 같기는 합니다.

이 외에 경찰이 위장잠입하여 함정수사하는 방법도 있고요. (이 경우는 업주와 성 노동자는 처벌할 수 있으나 구매자는 처벌할 수 없겠죠)

 

"합법화되면 윗대가리들부터가 얼씨구나 하면서 단체로 안마방 가서 현금결제하고 현금영수증 끊을 것이고 합법화 됐다고 좋아하면서 룸싸롱 간 거 전부 연말에 소득공제 받을 것"이라고 아래 말씀하신 분도 계신데... 이 말은 핀트가 좀 어긋난 것이 지금도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불법일 뿐) 안마시술소 자체는 합법입니다. 같은 이유로 룸살롱은 접객원이 동석하여 시중을 드는 술집으로서 합법입니다. 그 안에서의 성매매가 불법인 것이죠.

 

현재 공무원들이 안마방이나 룸살롱에 못가는 것은 이런 곳에서의 결제내역은  회식비나 업무추진비로 인정되지 않는 규정이 있기 때문일 뿐, 개인적으로 가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공허한 가정이지만 개인돈으로 가서 성매매를 안하고(??) 나온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죠. 

기업의 경우 접대비가 건당 50만원 한도만이 인정된다는 법이 몇년전에 생겨서 한동안 룸살롱들의 영업이 치명타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룸살롱 위주의 접대에서 각종 문화행사/공연 관람 등 접대가 다양화되는 계기가 된 일이라고 하는데 이건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군요.

 

그러나 업소들도 진화를 거듭했으니 50만원 한도내에서 빠른시간내에 하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테이블 회전을 많게 하는 영업방식을 채택하는 업소가 많이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룸살롱이 합법이라면 성매매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대딸방'은 불법이나 '키스방'은 성매매 측면에서는 단속하기 어렵다는 뉴스로 보아 흔히 텐프로라 불리는 곳 등을 위시한 비교적 소프트한 룸살롱에서의 행위는 딱히 법에 저촉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좀더 하드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곳의 행위는 단속가능하겠죠.

 

이웃나라이자 성산업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삽입성교만이 불법이며 유사성행위는 허용되는 것 같습니다. (법규를 본 건 아니고 소설 등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추측한 바입니다만)  그래서인지 삽입성교를 제외한 기발한(?)아이디어의 풍속업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전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미아리,청량리 같은 집창촌을 보고 신기해 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50년대까지만 존재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니네는 더 희한한거 많잖아!??)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 특별법 실시 이후 이런 집창촌이 없어진 것 같고...(영등포 시위 뉴스를 보니 아직 존재하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일본처럼 신종 업소가 생기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대딸'이니 '키스방'이니 하는 업소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업태인 듯 하니까요.

 

안마시술소나 퇴폐이발소들은 꿋꿋이 잘도 영업하고 있는데 이런 신종업소들은 왜 단속에 금방 없어지는가..하고 생각해봤더니 이들은 애초에 법망을 피할 목적으로 생긴 업태들이기 때문에 법해석이 달라지거나 다른 법을 적용받거나 해서 단속이 시작되면 그걸 이겨낼 내성(?)이 없어서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통의 업종들은 하다가 된통 걸려서 정지/폐쇄되더라도 다른 곳에서 또 간판을 올리는 경우가 많죠.

(이런 신종업소들이 발을 못붙이는 걸로 봐서는 '정부가 단속의지가 없다'고 할 수만은 없겠죠. 아마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광고/영업을 하는 것이 단속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게시판에 논란이 많은데... 논란에는 주제는 크게 한 가지라 하더라도, 각자의 머리 속에 생각하는 질문들이 여러개 섞여 있어서 더 혼란스러운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질문인 것 같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각각의 질문에 따라 대답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거든요.

 

성매매는 좋은가/ 나쁜가? 나쁘다면 얼마나 나쁜가?

성매매는 합법화 하는 것이 좋은가/ 아닌가? 합법화 한다면 그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성구매자 및 판매자는 얼마만큼 단죄하는 것이 옳은가?

성 노동자의 선택권은 무시될 수 있는가?

성매매의 피해는 무엇인가? 그것은 계량될 수 있는가?

성매매는 앞으로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

 

저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만 게시판을 보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도 있고 그러네요. 다들 각자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시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합법화가 상황을 나아지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만 언제까지나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방치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드는것이.. 뭔가 딜레마이군요.

 

아마도 앞으로도 뭔가 (겉으로 드러나는) 풍속을 어지럽히는 신종 업소들에 대한 단속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성매매 근절'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만 그친 채 현실은 그냥 그렇게 굴러갈 것이 틀림없겠죠. 

결말부에 갈등이 해결되고 새세계가 열리는 창작물 속에서의 정의와 달리, 현실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현실 그대로 약간의 변화 속에 갈등을 안고 어떻게든 나아가는 수밖에 없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1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6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38
100277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세수가 줄어들까요? amenic 2011.05.21 1563
100276 이번 주 최고의 사랑 잡담 [4] 어린물고기 2011.05.21 3228
» 떡밥을 물고 성매매 현실에 대한 바낭글 도너기 2011.05.21 2091
100274 (바낭)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애완동물이 있으면 재밌겠어요 [1] 사회전반에대한이해 2011.05.21 1336
100273 싸이 일촌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2] 미리 2011.05.21 1442
100272 퍼거슨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12] management 2011.05.21 6262
100271 [야구잡담] 각 팀의 진입장벽 [13] 오늘은테레비 2011.05.21 2474
100270 [듀9]월경 관련 증상들과 관련해서 질문이요~ [4] 대형갈매기 2011.05.21 1922
100269 한국에서 포르노는 합법화 될 것인가 [11] catgotmy 2011.05.21 3472
100268 저도 바이러스가 뜹니다. 또 연락을 해야겠군요. [9] DJUNA 2011.05.21 2608
100267 이슬람 국가를 잠시 방문하고 온 느낌 몇가지... [6] 잉명12 2011.05.21 3681
100266 천명관의 고래를 읽고... [1] 무비스타 2011.05.21 2208
100265 [듀나인] 시네떼라는거 아시는 분. [4] 컴미스 2011.05.21 2525
100264 인격자란 특정인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군요 [3] 가끔영화 2011.05.21 1550
100263 스릴 넘치는 운전배우기 [3] therefore 2011.05.21 1735
100262 공포영화 "고양이"가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 라네요,,, [5] 늘 익명 2011.05.21 3757
100261 오늘 무도에서 정형돈.. [8] 마르세리안 2011.05.21 5322
100260 간송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1] Weisserose 2011.05.21 1504
100259 조진웅씨 멋지군요 [3] 메피스토 2011.05.21 2514
100258 골든 리트리버들이 할아버지를 공격하고 있어요! [4] liece 2011.05.21 31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