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건 윙클보스 형제가 하버드 총장을 면담하는 장면이죠. 그들은 하버드 총장에게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쳐갔다고 하면서 하버드 윤리 규범에 따라 그를 처벌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 미 재무장관을 역임했기에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할 정도가 된다고 자신하는 그 총장은 그 아이디어 절도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상장되지 않는 아이디어의 가치" 를 스티브 잡스의 시대였던 2000년대에 청춘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 이해할리가 없겠죠.
 
하지만 이 장면의 더 재미있는 점은 바로 문제는 이 전 재무 장관을 설득하기 위해서 윙클보스 형제가 이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꿨을 때 벌어집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을 훔쳐간 주커버그가 나쁘다고 합니다. 그래서 윤리적이지 못하기에 하버드 총장이 그를 처벌하기를 원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에 그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전적으로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유권은 윤리적인 기반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버드 총장은 아주 단호하게 그들이 아버지의 친구들의 인맥을 이용해서 특권적으로 자신과의 면담을 성사시켰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은 절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장은 공정하지 않죠.  영화에 묘사된 하버드 대학의 모든 특권적인 클럽, 특권적인 네트워크들을 보세요. 그것이 공정합니까??
 
소셜 네트워크는 지난 10년 동안의 세상의 흐름에 의해 나타난 새로운 현상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 이전의 가치관들은 단번에 뽑혀버린 300년 묵은 하버드 대학 손잡이처럼 이 새로움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관을, 어떠한 새로운 "윤리"를 사회적으로 구성해야할지 일 것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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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번엔 과학비즈니스벨트와 LH공사 이전 문제다. 동남권신공항 문제까지 포함하면 더 이상 수습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이명박 정권 입장에서는 사면초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가? 핵심은 이명박 정권의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의 부재이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권은 정권 초반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발전 전략을 천명했다. '지방에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하는 것' 이라는 말은 이러한 철학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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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비즈니스벨트와 LH공사 이전 문제를 다룬 16일자 조선일보 4면

수도권 중심의 발전을 가장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김문수 지사는 아예 서울과 경기도를 묶어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의 다른 대도시와 겨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도권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성장을 할 때이지 분배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구도에서 지난 정권보다 훨씬 강렬한 위기감이 비수도권에 조성됐다. 국가 전체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합의된 계획' 자체가 헝클어지자 너도 나도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예를 들자면,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자기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치논리 때문에 공정하게 심사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말한다. 자기 지역에 유치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라 하면 어떤 지역은 우리는 과학적 성과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산업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지역은 지진이 나지 않는 등 자연환경적인 안전성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얘기 들으면 이 말이 맞고 저 얘기 들으면 저 말이 맞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합의된 계획의 붕괴가 갈등을 촉발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증거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마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다음 정권은 지역균형발전계획을 다시 제출하고 합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계획'이라는 것은 '국가'가 하는 것이다. 즉, 다음 정권은 훨씬 더 강력한 형태로 국가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은 단지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의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소위 범민주당계열 인사들의 곤란함이 있다. 물론 이들 중의 유력한 인사들은 '복지'라는 구호를 내세워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일반적인 측면에서 이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국가가 보증하지 못하는 어떤 '공정성'을 시장원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중용하는 것이다.

당장 이러한 철학의 차이가 한-EU FTA와 관련한 논란에서 나타났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손학규 대표도 '시장개방을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 새로 당선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결과가 불공정하기 때문에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결국 국가의 경제체제를 국가주도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기가 못된다. '시장개방에 반대하지 않지만‘ 이라는 주장은 결국 공정한 시장 원리가 관철되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을 불러온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말이다. 국가의 역할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불필요한 규제가 없으면 없을수록 건강한 경제구조가 만들어질 것인데 어떻게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겠는가?

이러한 양상은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논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히 도식화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그래도 굳이 무리해서 표현하자면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금융감독권의 일부를 한국은행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주의에 가까운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핵심 근거가 '한국은행이 최종대부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 꿔주는 놈이 설마 서투른 방법으로 꿔주겠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경제정책에서 일정정도 '국가의 역할'을 강조해왔던 소위 모피아의 일원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권을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없다'고 반응한 것이 이해가 된다. 한국은행은 무자본특수법인이며 정부기관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무자본특수법인이긴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다르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대안은 사실상 여전히 시장원리를 구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즉, 시장원리를 구현하는 것이 '공정성'을 보증해준다는 철학이 변했다는 확신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만히 두면 될 환율을 굳이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해서 서민경제를 망치고, '시장원리에 반하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물가를 잡는 데에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모두 이러한 맥락 안에 있다.

물론 선거공학으로 따졌을 때 민주당 인사들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들어 그들의 시장에 대한 태도를 감싸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어쨌든 강력한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특허는 박정희의 딸이자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국 박근혜 대 손학규의 정치 구도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국가와 경제 권력의 부당한 유착을 시장원리의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87년 이후 나타나 97년에 완성되었으며 97년에서 2007년에 이르러 파탄이 나버린 어떤 프레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역사의 물결 속에서 '권력'은 국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국가로 넘어오려고 하는 중이다. 이제 오늘을 살아가는 책임있는 정치세력은 어떤 국가가 어떤 시장을, 어떤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새롭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가 다시 돌아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좀 더 근본적이고 경제체제의 핵심을 뒤흔들 수 있는, 아직 시기상조로 여겨지는 비전을 내놓아야 하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쓰는 오늘이 마침 박정희 정권이 탄생하였던 5월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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