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접의 기억, 넥타이

2011.05.16 09:45

DH 조회 수:2642

이번주는 좀 바쁠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시동걸기 전에 일단 좀 놀아놓고 시작하고자.. ㅡㅡ; 아침에 회사에 와서 양치를 하는데 후배 직원이 들어와 넥타이를 매고 있더군요. 아마 바쁘게 나왔나 봅니다. 그걸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어요. ㅎㅎ

 

1.

 

졸업 학기가 되어 구직 활동을 시작했던 때에, 처음으로 면접 일정이 잡혔습니다. 사실 그땐 아직 학생이었던데다 졸업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철없게도 그걸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까지 몸에 맞는 양복이 하나도 없었는데 양복도 한 벌 샀으니 준비 많이 하긴 했습니다. ㅎㅎ 넥타이와 와이셔츠는 뭐 내일 아버지거 훔쳐 입고 가기로 하고... 별다른 코디를 준비하지 않고 그냥 잠들었어요.

 

다음날 겨우 시간에 맞춰 일어나 옷을 챙겨입는데... 하나 깜빡한게 있더군요. 넥타이. 아버지 옷장에 넥타이는 많았으니 하나 빼서 차는 건 일도 아닌데, 문제는 넥타이를 할 줄 모른다는 거. ㅠㅠ 마침 마루에서는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휴, 됐네.

 

엄마, 나 넥타이 좀 해줘. - 응? 나 넥타이 할 줄 모르는데?

 

전 왜 어머니는 넥타이를 할 줄 아실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생각해보면 본인은 평생 할 일이 없으실텐데 말입니다. 이게 다 드라마에서 아내가 남편 출근할 때 넥타이 해주는 장면을 아주 습관적으로 보여주니까 이렇게 된듯. ㅠㅠ 이때 본의 아니게 깨달았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는 그런 알콩달콩한 아침 풍경이 평생 없었다는 걸ㅋ. 하필 어머니 친구분도 할 줄 모르시고... 다급한 마음에 같이 면접보러 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마침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교복에 넥타이가 있어서 할 줄 알더군요. 그냥 넥타이 가방에 쑤셔넣고 출발.

 

뭐 결론은 그렇게 가는 길에 집앞에서 마침 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버지도 평생 남의 넥타이를 해준 적은 없으시다보니 본인 목에 채웠다가 풀러서 주셨어요. 체형 차이가 있어서 길이가 좀 이상해졌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해주신 넥타이 하고 가니 기분은 이상하게 안정되더군요. 다행히 그날 결과도 좋았습니다.

 

2.

 

그렇게 취업한 직장에서 연수를 마치고 사무실에 배치된 건 여름이었습니다. 인사 하고 멍 때리고 있는 생활이었죠. 더워 죽겠는데 점심 먹고 오는 길에 팀장님 왈. "여름엔 꼭 그렇게 타이 하지 않아도 되네. 노타이로 다녀." 오 이런 감사할데가. 신입으로서 쪼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사무실 자리에 앉자 마자 넥타이부터 풀렀습니다. 잠시 후 팀장님이 슬쩍 하시는 말.

 

"근데... 반팔 와이셔츠는 없나? 긴팔에 노타이는 전형적인 노숙자 복장인데..."

 

그게 정말 비지니스 세계에서 일반적인 드레스 코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날 이후 긴팔 와이셔츠에는 노타이를 잘 못합니다. 스스로 자꾸 노숙자처럼 느껴져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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