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메뉴, 골육상쟁의 밤.

2010.06.21 00:35

벚꽃동산 조회 수:6113

방학을 맞아 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장을 봐와 오랜만에 요리를 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제가 밤에 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일어나는 순서대로 꺼내먹는 수준에 저녁은 같이 먹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서 바로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잘 먹질 못했던 지라 바로 먹어야 되는 음식 중에 너네가 먹고 싶은 것!을 선정해 저녁 식탁을 차렸지요

 

 

오늘의 메뉴는 까르보나라와 안심 구이, 구운 새우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꼭 한 번 이렇게 써보고 싶었어요 ~를 곁들인 ㅋㅋ)와 샐러드였습니다.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아닌데 가스렌지가 2구 짜리라 파스타 면 삶고 연어랑 새우 굽고 삶은 면 다시 팬에 넣고 연어랑 새우 다 구우면 안심 올리고 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샐러드가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먹고 나니 느끼하더군요.

 

 

수제 피클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연어가 탄게 아니고 위에 뿌린 통후추가 탄거예욤..-

 

음식을 먹을때까지는 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다 오늘 연어가 물이 좋네 하하호호 이러면서

그러다 음식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할 때가 되었는데 -참고로 제가 밥을 하면 동생1이 설거지를 하기로 가사분담조항에 명시되어 있답니다- 한시간이 지나도 두시간이 지나도 이 기지배가 설거지를 미루고 안하는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번에도 몇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동생1은 저희 집에서 망나니의 아이콘으로 불리워지며 안하무인이라면 그 누구도 뒤따를자가 없는 싸가지 중의 싸가지.

지난 3주간 학교 축제다 시험기간이다 외박을 밥먹듯이 하면서 자기몫의 가사노동량의 모조리 저에게 떠맡기고 죄책감을 느끼는 시늉만 하더니

그저께 들어와서는 저녁 설거지를 아침으로 미뤄놓고 아침에 일찍 외출해서 오늘 저녁에 들어와 놓고서 기껏 밥차려 줬더니 하는 말이란게 

망나니 동생 : 언니야 내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그냥 잘게.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할게. 이러는 겁니다......

헐 이게 또.....내가 한두번 속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흥분 하면 안된다 화내는 사람이 지는거다......

벚꽃 :  기름진거라서 내일 씻으면 접시에 기름때 다 끼고, 내일 아침에 먹을 밥도 해야되고, 오늘 장본 채소 정리도 해야 된다. 설거지 하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빨리 해놓고 자라.

망나니 동생 : 아 왜 내일 한다고. 내가 언니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되나? 피곤해 죽겠는데 ... 

벚꽃 : 야 니가 양심이 있으면 그런 소리가 나오나. 니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들어왔다고 피곤한데 기껏해야 술먹고 밤샌거면서. 니 할 몫을 안할거면 밥을 먹지를 말던지. 먹을땐 잘 ㅊ먹고(...)배부르고 잠오니까 안한다 하노

망나니 동생 : 내가 안한다 하드나 내일 한다고~!! 내일 한다 하는데 왜 지금 해라 마라 하는데 언니가 뭔데. 그리고 밥하는게 그렇게 유세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두둥..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제48차 자매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 저의 요리를 모독하는 소리(...)

 

사실 별 것도 아닌데 싸움이 한 번 붙으니 서로 죽자고 니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넌 뭘 그렇게 잘했니 니가 인간이니 하면서 중간에 끼인 동생2가 고만해라 내가 설거지 할게ㅠㅠ하는 사태까지 가서도 야 하지뫄!!!! @@@이 하게 놔둬!! 하면서.... 엄청 싸웠습니다.

근데, 그래도 설거지 안하는 겁니다 이 기지배가. 이제는 기분이 드러워서 못하겠대요.. 아 쓰면서 또다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그래서 제가 그럴거면 이 집에 왜 같이 사냐 내가 빨아서 개논 수건도 쓰지 말고 해놓은 밥도 먹지 말고 닦아놓은 바닥도 밟지 말아라(...)라고 했더니 드럽고 치사해서 나간대요 찜질방 가서 잔대요....

나가려는 동생을 억지로 부여잡고 생각을 해보라고 우리가 같이 살면서 나혼자서 가사노동을 다 부담하는게 맞는 일인 것 같냐고 서로 나눠서 하고 도우면서 생활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도 말귀를 못알아먹고

자기가 설거지 안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일 한다는데 왜 굳이 오늘 시키냐는거예요!! 내가 시키는게 아니고 원래 니가 할 일인데!! 한여름에 기름때 잔뜩 낀 설거지 거리 씽크대 통에 넣고 자고 싶냐고 밥도 해야 되고 채소도 정리해야 된다고!!!ㅠㅠ

했던 말 다시 또 반복하며 싸우려는 찰나 그냥 자기는 나가서 잔다고 하길래 결국엔 제 선에서 안될 것 같아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이 집 나간대 엄마가 받아봐 해서 나가는건 겨우 말렸습니다.....

 엄마는 자초지종은 중요치 않고 그냥 서로 그만 싸우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일 이야기 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럼 설거지는..!! 설거지는.........ㅠㅠ

 

....결국 제가 했습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요.

 

사실 동생이 가사노동을 분담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아니예요. 평소에 집에 붙어 있을때면 설거지고 빨래고 바닥청소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하는데, 문제는 워낙에 놀고 돌아다는 걸 좋아하는지라 외박이 잦고 외박하고 돌아오면 정신을 못차린다는거지요.

반면 밖에 잘 나돌아 다니지 않는 저는 동생이 안들어오면 제가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동생 몫의 가사노동을 분담했다가 돌아오는 날엔 폭풍같이 몰아서 시키곤 하는데..

근데 가사노동이라는게 기분에 따라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 설거지 같은건요. 안하면 냄새 난다구요..ㅠㅠ

허나...깔끔함의 척도도 살림에 대한 애살도 상이한 저와 동생은 매일같이 이런 문제로 싸우곤 합니다.

도대체 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러다 저 기지배는 지 화가 풀리면 살살 거리며 언니야 내가 미안하다 ㅠㅠ 하면서 제 비위를 맞춰줘 가며 쓸개라도 내어줄 듯 하다가 가끔씩 저렇게 제 속을 뒤집는데 어휴.

담학기부턴 기숙사에라도 나가 살아야 할지. 아니면 동생 투정 부리는 것도 못감싸 주는 제가 못난 언니인지.

애인님한테 징징거리며 말하니 너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 버리라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잖아요. 어차피 우리 셋다 먹고 입고 씻어야 하는데 누군가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고.......

 

쓰다 보니 피곤해서 설거지도 못하고 잔다는 동생이 방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나길래 열받아서 거실에 랜선을 뽑아 버렸습니다........

근데 저도 인터넷이 안되서 한참 기다렸다 이제 다시 쓰네요..;ㅁ; 이게 도대체 뭐하는건지......

 

아무튼 내일 일어나면 밥 안줄거예요. 빨래 널면서 망나니 동생 것은 다시 세탁기에 넣어 버렸어요. 흥 팬티가 없어서 뒤집어 입던지 말던지....

 

이상 속좁은 언니의 기나긴 푸념이었습니다. 부끄러워 지면 지울지도...;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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