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얘기를 하니 예전에 겪은 일이 생각이 나네요.

잠시 집을 나와 혼자 자취를 하고 있을 때인데, 동네가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유흥가, 시장 -> 취객과 삐기 등 출몰)

 

큰 길을 지나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데 오른쪽 귀에 '바앙~'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군요.

'오토바이가 지나가나보다' 생각하고 길 왼쪽으로 걸으려는 순간, 오토바이에 앉은 사람이 어깨에 맨 가방을 낚아 챘습니다.

 

평소에 운동 신경이라고는 회사 체육대회의 피구 게임도 힘들 정도 인데, 무슨 힘인지 순간적으로 낚아챈 가방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았어요.

앞을 보니 낚아 챈 가방은 오토바이 뒷 좌석에 앉은 놈이 잡고 있고, 앞에 운전하는 놈까지 2인조 더군요.

오토바이는 스쿠터 보다는 조금 큰 정도의 기종이고, 빨간 박스 같은게 뒤에 달린 것이 배달용 같았습니다.

 

가방을 놓치 않고 매달리는데, 그 놈들도 오토바이를 멈추지 않더라구요.

그러니 제 포즈는... 웨이크 보드 타는 것 처럼 몸은 낮춘 상태로 두 팔로는 가방을 꽉 붙잡고 있고

 

발은... 오토바이 속도를 따라가느라 미친듯이 빠르게 뜀박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큰 오토바이는 아닌지라 한 사람이 힘껏 매달리니 속력은 좀 늦춰지더구만요;)

그리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팔 다리에 온 힘이 가 있으니 큰 소리도 안나오고, 쉰 것 마냥 찢어지고 카랑한 목소리가 나데요. "야!!! 놔!!!! 놔!!!!!" 

 

그렇게 골목 하나를 다 지나갈 즘, 좌회전을 하면서 가방을 놓더라구요. 저는 뒤로 나동그러졌습니다.

한 2-3분은 그냥 학학대고 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 멍~한게, 머릿속이 하얗더라구요.

정신이 좀 드니, 어깨의 통증과....... 구두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만화에서 빨리 달리면서 발에 불이 붙는 장면 있죠? 그냥 만화적인 표현인 줄 알았는데, 진짜 불이 나기 직전이 되더구만요.

구두를 벗어 뒤집어 보니, 구두창에 칠이 죄다 벗겨져서 까만 고무가 탄내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혼자 자기가 무서워서, 친구네 집에 가서 신세를 지고 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일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ㅅㄲ들 오늘 내 얘기 하고 있겠구나. 독한ㄴ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살면서 한 행동 중에 가장 위험한 짓이었습니다. (자랑한 거 아닙니다. 절~~~대!!)

그 때 가방안에 든 것도 별로 없었거든요. 제 기억으론... 만...4천원? ;;;

 

그 뒤로 며칠 어깨 통증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은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만 들리면 소스라치게 놀라고요.

 

이젠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냥 가방 놓아버릴겁니다. 근력도 예전 같지 않고 말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1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40
120 [아기사진재중] 육아 잡담 [18] 로이배티 2015.03.20 2300
119 소녀시대와 리브로의 상관관계 [4] tmak 2010.10.21 2301
118 (디아블로3)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Feat 김광진). 매우 긴글 조심! [2] chobo 2012.08.27 2305
117 하아...콘크리트를 넘어 철옹성을 향해 가는 지지율 [10] Koudelka 2015.04.29 2322
116 가문의 수난 - 대목 납기 맞추는 데는 성공했네요. [6] sweet-amnesia 2011.09.13 2383
115 신체 훼손, 절단 묘사에 대한 공포 - 완화 방법이 있을까요? [17] sweet-amnesia 2011.05.19 2397
114 늑대아이 봤어요(스포 없음) [3] 뱅뱅사거리 2012.09.13 2403
113 20대.. 옷.... 그리고.. [5] Apfel 2011.01.06 2443
112 [바낭] 뜬금 없는 인피니트 영업글(...) [19] 로이배티 2012.10.29 2446
111 쉬운 듯 어려운 싸이 말춤 [6] paired 2012.09.25 2464
110 [뒷북인가] 티리온 라니스터가 연주하는 [왕좌의 게임] 메인테마 [4] 룽게 2013.02.22 2501
109 [느슨한 독서모임] 5리터 : 피의 역사 혹은 피의 개인사 [34] 레옴 2011.06.07 2504
108 아도나이 그림 [1] 아.도.나이 2010.09.02 2506
107 소설 밀레니엄 을 읽다가 번역에 분통을 터뜨리다 [3] 사과씨 2011.08.01 2519
106 소피아 코폴라감독 - somewhere 섬웨어(2010) : 그래 맞어 이런게 영화였지 [5] soboo 2013.10.17 2548
105 내가 바로 지각 대장.. [12] 레옴 2011.05.09 2556
104 [100권] 소설가의 각오, 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 [11] being 2012.06.13 2575
» 날치기 오토바이에 끌려간 뇨자 [5] sweet-amnesia 2011.03.30 2579
102 네이버 아이디 해킹당했어요.... [7] 발라바라니꼬 2011.07.08 2591
101 [바낭] 아주 짧은 오늘 케이팝스타2 잡담 [7] 로이배티 2012.11.25 26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