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두고 온, 가져오지 못한 것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고의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많은 것을 버려두고 오게 되겠죠.  그들 중 몇몇은 두고두고 후회가 되어 긴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꼭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혜화의 경우는 그러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많은 것을 버리고 혹은 잊고 살아가는데 자꾸 그것들이 그녀에게 밟히기도 하고, 그녀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가도록 놓아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몇 년 사이에 그녀는 너무나 많이 변하게 되죠.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밝고 '깐죽대던' 소녀가 어느새 너무도 차분하고 속깊은 어른이 되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반면 한수는 5년 전이나 그 후나 그대로죠. 남자 새끼들은 아무리 나이를 쳐먹어도 애입니다. 7살이든 70살이든 사내놈들은 본질적으로 애새끼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민폐를 끼치는 일이 일상이고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하는 일은 결국에 가서는 가장 그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 뿐이고요.



혜화는 결국 빼앗겼던 자신의 아이를 되찾지 못하죠. 애초에 그런건 없었으니까. 없는걸 찾을 수 없는거 잖아요. 하지만 그녀는 잃었던 자신의 '다른' 아이를 찾았습니다. 찾았다라는 표현이 정확한지 모르겠네요. 그냥 떠 안았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그냥 두고가려 했지만 그게 여러모로 나았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과거의 흔적속에서 버려져 있던 자신의 것을 다시 안고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 이유는,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녀가 그것이 자신의 책임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그녀에게 버려진 것을 다시 떠안은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사실 가장 깨지기 쉽고 빠르게 희미해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아마도 책임감 때문에 그것을 다시 떠안았겠죠. 아마 또다시 사랑이란 감정이 싹트겠지만, 그녀가 버려두었던 옛 흔적을 다시 주워온 이유는 하여튼 사랑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서도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고,안타까웠고, 슬펐습니다. 




하지만 저의 개그본능은 바로 그 순간 빛을 발했는데, 내 멋대로 혜화,동의 마지막 장면을 재해석 한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혜화가 마지막 순간 과거의 흔적을 되찾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그 흔적을 제거해 버리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의미합니다. 저 애새끼인지 애물단지인지 모를 놈을 처단해버리고 완전히 과거와 결별하겠다고 작심한 그녀는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후진 기어를 넣은 채로 힘껏 액셀레이터를 밟게 되는데....



그리하여 나는 내 관점에서 재해석된 영화의 결말에 흡족해 하며 참 좋은 영화였다고 평가할 수 있었고,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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