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듀게에 올린 글에서 축구팀의 팀 닥터에 비유했습니다만, (제 직업에 비하면 완전 훌륭하죠. 전국의 팀 닥터님들 죄송해요)

저는 지금 속한 회사의 집단안에서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 부서에서는 아무도 제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을 잘 못해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일단 지식이 없고, 또 저 같은 사람을 고용한 전례도 없거든요.  

그래서 가끔 힘빠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지금은 제가 보기에 이 분야 자체에 회의가 들어 빛이 바래 보이지만, 나름 이 분야에서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학교에서 학위도 받고

(3수,5수 해서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죠...말리고 싶지만..),

제 실력을 검증하려 해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딸 자격증도 학위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자만하는 건 아니에요. 제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있구요. 필요하면 자비로 외국의 관련 분야 선생님을 방문해서 수업을 듣고오기도 하구요.  

지금까지 다른 회사나 부서에서는 일로 표창이나 칭찬 들은 적이 더 많아요.

 

왜냐하면 저 같은 사람, 제 업무에 대해 경험이 있어서 비교 대상이 있거든요.  그래서 잘 하면 칭찬 받고 못 하면 욕 먹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부서에선 제 상사도 주변 사람들도 몰라줘요.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처음 써보는 거죠.

 

그게 전에는 칭찬 받았는데 여기선 칭찬 안해준다고 삐친 게 아니에요.

 

전에는 비판을 받더라도 조목조목 제가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는데 여기는 완전히 그냥 내 분야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게 그냥 몰라줘서 짜증나는 게 아니라 조직내에서의 인사평가라든가, 일하는데 일일이 걸립니다.

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도 모르고, 제가 낸 아웃풋의 품질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자기네들이 알아보기 쉬운 업무를 하나 더 맡으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래요. 

 

축구팀과 팀 닥터로 비유할게요.  축구팀은 지금 제 부서의 메인 업무를 하는 분들이구요, 팀 닥터는 접니다.  (물론 진짜 직업은 아닙니다)

어떤 특정한 스킬로 메인 업무를 간접 지원 하는 거죠. 닥터 만큼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나름 공부와 훈련이 필요해요.  

 

1. 의대를 2년 다니다가 중퇴한 사람이  축구 연습장 관리자로 들어오자 상사가 팀 닥터에게 "잘 못하면 네 자리가 위험하다" 라고 충고 한다.

    팀 닥터는 의대 과정을 모두 마치고 의사고시에 합격했으며 병원과 다른 구단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도....

    의대 2년 중퇴생과 정식 의사의 차이점을 축구 선수들과 감독이 몰라준다.

 

 

2. 실적 평가시

 

   "어차피 의사는 다 병 고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진료만 해서는 평가 못 받는다. 여기는 축구 팀이기 때문에 축구에 기여하는 사람이 먼저다.

     네가 박지성 보다 더 팀에 기여했나?  아니지 않는가"

    

    " 그러니까 병만 고치지 말고 축구팀 식사 조리법도 연구해라." 

 

    식사 조리법은 의술과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축구팀에서 박지성과 같은 월급을 받는 걸 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의사로서 열심히 일하면 평가를 잘 받는게 좋은데...    

     (박지성 급 아닌 평범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못 받는 편은 아닙니다....그러니까 다니죠)

 

 

3. 다른 구단 사람이 "여기 팀 닥터 참 괜찮네~" 그러면 감독이 이럽니다.

    "이 정도야 다 하지 뭐...,나도 원래 약바르고 그런 거 할 줄 알아.  그런데 내가 나서면 얘가 일이 없어지니까..."

     남의 일이니까 쉬워보이는 가봐요.ㅠ-ㅠ

 

 

4. 가끔 부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저에게 말합니다.

    "혹시 의대 나오셨어요?"

    "여기서 경력 쌓다가 의대 가시려는 거에요?"

    "내가 지난 번에 병원에 가서 '진짜 의사'를 봤는데, 병도 잘 고치고 약도 잘 지어 주더라구. 곰친구씨도 나중에  의사가 되세요."

    (그 '진짜 의사'가 다 제 선후배죠...::;)

   

뭐 이런 식입니다.

이러니까 재미도 없고 화나고, 그냥 이직을 생각해야하나...

원래 제 직업이 부평초처럼 이회사 저회사 갈아타는 운명이고, 나중에 자영업(?) 하려면 여러 회사 도는 게 좋지만,

그래도 들어 온지 얼마 안되는 회사고 새로운 분야라 몇 년 다니고 싶었는데...

 

뭐 배부른 투정일 수도 있어요.

월급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망하기 직전도 아니고...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아니라서.

 

가끔 상사의 지갑과 자동차를 훔쳐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ㅋ 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31
39 경향신문에는 나경원이가 [3] 가끔영화 2011.09.09 1583
38 무상급식 주민투표 33.3%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7] 가라 2011.08.16 2279
37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본 불법 체류자 문제 [9] 오키미키 2011.07.27 2966
36 눈을 얼마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소일거리로 뭐가 있을까요? [12] 쥬디 2011.07.11 1758
35 (바낭) 어? 갑자기 표가 등장했어요 [2] miho 2011.07.08 1062
34 여의도역 근처에서 마포만두를 먹었습니다. [11] miho 2011.07.07 2793
33 [듀나인] 프랑스어 기초문법 독학은 가능한가? [3] 지루박 2011.06.28 2056
32 방금 MBC 2580 '나는 가수다' 꼭지 [5] 로이배티 2011.06.12 3429
31 빈센트 가끔영화 2011.06.11 1009
30 [스포일러...일까요?] '나는 가수다' 옥주현 루머 잡담 [25] 로이배티 2011.05.26 10321
29 [스포일러] 오늘 나는 가수다... [18] 로이배티 2011.05.22 4607
28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것.. [6] 대형갈매기 2011.05.16 2753
27 나는 반짝이던 적이 있었는가... [6] 불별 2011.04.07 1850
26 교정 교열 알바 해보신 분들, 보통 얼마 정도 받나요? [7] Paul. 2011.03.16 5201
25 <듀나 IN>1. 제 컴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2. 서민의 야식 김치 쌈말이 밥 [5] 젤리야 2011.03.14 1971
24 [스포일러] 오늘도 화이트 크리스마스 [5] 로이배티 2011.03.07 1592
23 김윤석 출연작을 찾아봐야겠어요 [6] 가끔영화 2011.02.21 4094
» [듀게대나무숲] 회사에서 이럴 땐 어찌해야하는지... [9] 곰친구 2011.02.13 2617
21 코난의 실체. [7] 자본주의의돼지 2011.02.02 3521
20 바낭ㅡ이상한 문자를 받았어요 [18] jay 2011.01.30 38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