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고 하지요. "노조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80% 이상이 필요하다고 대답합니다. "니가 노조위원장 하겠느냐?"고 물으면 긍정적인 대답은 20%가 나오기 힘들다는군요. 특히 지금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강성 노조 집행부가 되는 것은 구속영장을 스스로 발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들에게도 노조의 존재는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요. 노조에 속해서 노동자로서 권리 보호를 받고 싶긴 하지만, 이제 선택 문제가 되면 사장의 눈치를 봐야합니다. 노조 가입 신청서를 내는 동시에 사장으로부터 안좋은 시선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있는 것이 유니언숍 조항이죠. 가장 강력한 노조형태는 클로즈드숍(노조원이어야 입사가 가능)이지만 그건 불법이고, 현재 우리 노동법은 유니언숍(일단 입사한 후에는 일부 예외를 빼고는 다 노조에 강제가입해야함)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되면 노동자는 노조 가입 여부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고, 사장도 신입사원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밉게 볼 여지가 없게 되지요. 단결하고 싶지만 단결하기 눈치보이는 노동자들을 위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가끔 부작용이 나기도 합니다. 유니언숍은 특성상 그 힘을 지키려면 노동자가 노조를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노조를 탈퇴해버릴 경우, 노조가 회사에 그 노동자를 해고하라고 요구할 수 있지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서 법적으로 싸워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가 "유니언숍 조항은 노동자의 '단결권'은 강화하지만, 나같은 노동자가 원하는 '단결하지 않을 권리'는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걸었지요. 결과는 합헌. 단결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맞지만, 저~ 위에서 서술된 그런 문제점들 때문에 유니업숍을 통해 단결권을 강화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될 수 있음.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유니언숍 조항이 깨지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고, 실제로 현재 흐름이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오늘 동아일보를 보니 재미있는 표현이 있네요.

 

http://news.donga.com/3/all/20110107/33768613/1

 

...다른 국내 거대 노조도 대부분 단협으로 유니언 숍을 채택하고 있어 근로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 왔다.


 

진짜? 일부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도 아니고 대표적인 독소조항? 뭐 어용노조가 유니언숍을 무기로 회사측과 결탁하고 반항하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상황을 상정한다면 복수노조가 도입되고 유니언숍이 깨져서 새 노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동안 유니언숍 조항이 근로자에게 그렇게 독소조항이었는지는 몰랐네요.

 

2011년은 노동자에게 좀 더 살만한 해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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