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옷.... 그리고..

2011.01.06 10:07

Apfel 조회 수:2448

얼마전 방 정리를 싹 했다. 그리고 이거 저거 정리하다 보니 그 동안 여기 저기 숨겨진 채로 잊어버린 옷이 나오고 해서 그걸 내 장농에 옮기는 작업이 깨나 시간을 잡아 먹었


다. 나는 20대 중후반 부터 몇 년 동안 몰아서 이사를 다니다 보니 집에서 별볼일 없는 짐들은 다 버리고 그러다 보니까 졸업 앨범 하고 몇 권 책을 빼곤 20대때에 기억나는


물건들은 모두 내 손을 떠나버렸다. 몇몇의 책은 몇몇의 비디오는 몇몇의 선물은 모두 속절없이 폐지수집상에게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잊고 지내다 방 정리하면서 찾은 옷들이 기억을 다시 되살리게 했다. 처음 월급쟁이 생활하면서 옷은 거의 막 입었던 내 수준에서도 꼭 사 입고 싶었던 옷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무스탕이었다. 요즘에 인터넷에서 보면 무스탕 하면 '나이 먹은 세대들이 입는 옷'처럼 여기는 것 같은데 나 대학시절에 알려진 무스탕이란 옷은 '입으면 귀티가


한강물처럼 줄줄 흐르고 입으면 남반구의 태양이 작열' 까지는 아니지만 '잘만 입으면 따뜻하고 폼도나는 최강의 아이템'이었다. 뭐 그때 무스탕을 자기 돈내서 사입을 형편


은 못됐던터인 나는 흐지 부지 보내다 그 무스탕을 직장을 갖게 된 첫 가을에 지르기로 결심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나는 가장 화끈하게 잘 나가던 옷 메이커를 몰랐고 -


사실 알았어도 문제가 만약 그런 Top 브랜드를 사입으려고 했으면 월급에 보너스에 잡아먹는 걸론 안되고 내 카드에 한도에 심각한 도전이 될 액수를 남겨놨을 것이다 - 소


공동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가서 옷을 보다가 내가 옷가게 아줌마 한테 낚였다... 그때 세일해서 60만원 정도 했던 옷으로 기억하는데, 옷이 가격도 좋고 옷 품질도 좋다고


그래서 이제남은건 색깔을 고르는데 나는 초콜렛 색이 마음에 들어서 그걸 한 벌 사갖고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인증'했다. 이 절차는 별로 힘들게 없는게 당시 같은 방에 있


던 동생에게보여주니까 옷탐 많은 동생은 그 옷을 들고 가거 부모님께 보여줬다. 그날 분위기는 열광 그 자체였다. 부모님은 그 옷이 무척 마음에 들어보이셨는지 한참 둘러


보시고 옷을 돌려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일요일 동생과 부모님은 어디 갔다가 그날 저녁이 다 되서 큼직한 쇼핑백 하나씩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알고보니 내가 갔던 무스탕 매장에 찾아가서


한벌씩 사입고 온 것이다. 동생은 검은색으로 한 벌. 부모님도 각각 한 벌씩. 그 이후 옷은 한 동안 겨울이 되면 찾아 입다 몇해 정도 내가 입을 일도 별로 없고 해서 잊어버리


고 지냈다. 지낸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추운 어느날 입고 출근했던 내 모습을 '북미산 불곰출현 - 초콜렛색 무스탕이니 -_-;; -' 이라고 했던 것도 있고 또 귀한 옷이라 아껴


입는다고 한게 너무 심하게 아끼게 된 탓이 컷다. 아무튼 잊고 지내다 얼마전 찾아낸 옷이 반갑기도 하고 자주 입어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제 어디 갔다 오는 길에 그 옷을


다시 입어봤다 내내 만지고 또 만지고 무스탕 특유의 가죽질감을 한참이고 매만졌다. 그냥 만질때 이 옷을 입은 후에 벌어졌던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되돌이킬수


없는 사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이제 이 옷을 입고 다녀야겠다. 촌스럽긴 하겠지만 옷은 좀 촌스러워야 잘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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