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00:27
- 2017년작이에요. 런닝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캐릭터들 여럿 나와 있는 다른 버전 포스터도 있는데, 제 취향엔 차라리 이게 심플하고 좋네요.)
- (번역) 제목대로 '루스'라는 녀성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혼자 살구요. 간호 조무사로 노인 요양 병원에서 곧 세상 떠날 분들 돌보는 일을 하는데 딱히 보람을 느끼거나 하는 것 없이 열심히 밥벌이 하는 정도. 그리고 세상에 참 불만이 많은데 겉으로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성격 탓에 확 드러내진 못하구요. 어디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혼자 속으로 맘 상하고 화내고 그러고 넘어가는 평범한 소시민 되시겠습니다.
그래서 이 루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냐면요... 도둑을 맞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집이 어질러져 있고 노트북과 은식기가 사라졌어요. 경찰에 신고하지만 대충 좀도둑 같으니 큰 열의를 안 보여서 맘 상하고. 나중엔 노트북 위치 찾기 앱에 노트북의 위치가 뜨는데도 '아 영장 없어서 못 찾으러가요'라며 무심히 씹어 버려서 또 맘 상하고. 그래서 결국 타고난 소심함이 해제돼 버릴만큼 분노가 폭발해 버린 루스는 자기가 직접, 스스로 도둑 맞은 물건들을 되찾겠노라고 결심합니다. 아, 이웃 사는 찐따미 가득한 젊은이 한 분과 함께요.
(대략 이 사진의 느낌과 같이, 더블 주인공이 아니라 루스가 주인공. 토니는 조연입니다. 근데 린스키 여사님 아무리 7년 전이라지만 너무 젊게 나오신...)
- 넷플릭스 가입하고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봐야지!'하고 찜 해놓고 이제 봤습니다. 대체 몇 년간 찜 목록에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ㅋㅋㅋ 제 기억에 아마 제 최초의 넷플릭스 찜이 '로마'였을 텐데 그것도 아직도 안 봤거든요. 대충 그거랑 비슷한 시기에 찜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상하게 막 보고 싶던 영화도 일단 찜을 눌러 놓으면 '다음 기회에'라는 마음이 되면서 재생 버튼 한 번 눌러보기가 쉽지 않아요. 제가 어쩌다 최신작을 보고 글을 적는다면 그건 최신 업데이트 목록에서 다짜고짜 재생을 눌렀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놈... 까진 아니지만 여기서 벌어진 일 중 대부분의 책임을 져야할 분이죠. 경찰이 일만 열심히 했어도... ㅠㅜ)
- 코엔 형제의 옛날 영화들이 떠오르는 스타일의 이야깁니다. 대체로 폼 안 나지만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어쩌다 욕심(?)을 한 번 내서 뭘 하려 드는데 그게 계속해서 꼬이고 또 꼬이고 계속 꼬이다가 막판엔 와장창!! 하고 뭐가 무너지고 깨지고 다지고 멸망하고 그러는 이야기 말이죠.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가 듬뿍 얹혀 있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이 아무리 몸부림치고 노력해 봐야 이놈의 세상은 털끝 만큼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서늘함도 그렇구요.
(한국 넷플릭스 썸네일만 봐도 바로 예측이 가능했건만. 전 이게 그런 범죄물 분위기로 흘러갈 줄 전혀 모르고 봐서 좀 당황했어요. ㅋㅋ)
- 제게 있어서 이 영화의 첫 번째 장점은 예측 불가능성이랄까... 그렇습니다. 뭔가 막 기발한 반전이 튀어나온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좀 느슨한 이야기라서 그래요. 루스도, 얼떨결에 동료가 된 토니도, 나중에 등장하는 도둑님도. 다들 워낙 허술한 사람들인 데다가 이 양반들이 부딪히는 상대들 역시 만만찮게 허술해서 자신들의 간단한 계획 하나를 제대로 실행하질 못합니다. ㅋㅋㅋ 그래서 뭘 하든 일은 꼬이고. 의외의 일들이 계속 벌어집니다. 그래서 개그였던 장면이 갑자기 비극이 되거나, 피와 살점이 팡팡 터지는 고어 액션이 되거나 하면서 지 멋대로 전개되니 재미도 있고, 몰입해서 보게 되고 그래요.
두 번째는 몹시도 선댄스 영화다운 톤입니다. 한국 인디 영화들도 이것저것 보다 보면 '아 참으로 한국 인디스런 정조로다'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 장면들이 많은데 이 영화도 그래요. 참으로 미국 인디 영화 같은 세상에서 미국 인디 영화 같은 캐릭터들이 날뛰는 이야기거든요. 근데 그게 꽤 좋아요. 진짜 이야기가 지 멋대로 가는구나... 싶으면서도 계속 흥미롭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웃사이더, 루저 농담들도 타율 높게 잘 먹히구요. 뭣보다 캐릭터를 정말 잘 뽑았습니다. 주인공 루스 얘기죠.
근데 사실 좀 안 좋은 의미로도 참 선댄스 스타일이긴 합니다. 특히 막판에 벌어지는 피칠갑 파티 장면 같은 건 '이 이야기에 지금 이게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렬해서 아 감독님 좀 튀고 싶으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그 장면 자체는 또 아주 미쳐 돌아가는 분위기를 잘 살려 박진감 있게 연출 되어 있어서 폄하할 수가 없고. 또 그 와중에도 우리 멜라니 린스키씨가 아주 듬직하게 루스 캐릭터를 밀고 나가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그냥 재밌었어요. 그러니 굳이 깊이 따질 생각은 안 드네요.
(이 분과 크리스티나 리치를 함께 캐스팅해서 미친 자 대결을 벌일 생각을 하신 '옐로 재킷' 제작자님은 참 훌륭하신 분...)
- 지금 확인해보니 멜라니 린스키의 일생 출연작 수가 이제 94편이 넘습니다. 당연히 이 중에서 제가 본 것은 매우 적지요. 근데 희한하게도 제가 본 작품의 멜라니 린스키 캐릭터들은 거의 비슷비슷하거든요. 평범하고 좀 울적하고 지루한 동네 처자... 인 척 하는 미친 놈이요. ㅋㅋㅋ 이 영화의 루스는 그 캐릭터를 베이스로 해서 평범, 울적, 소심을 업그레이드 하고 미친 부분은 적당한 수준으로 다듬은 인물인데요. 아니 뭐 그냥 완벽합니다. 캐릭터도 정 가게 잘 만들어졌지만 배우가 확 끌고 가는 부분이 아주 커요. 그냥 멜라니 린스키만 보고 있어도 즐거웠고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하하. 그러고보면 이 분의 데뷔작이 '천상의 피조물들'이었다는 건 참 운명적인 일이었고. 이 양반의 이런 재능을 알아 본 피터 잭슨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뒤에 안경 쓰신 분이 감독입니다. 배우로 더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유명한 영화에도 작은 역할로 자주 나와서 얼굴은 낯이 익으실지도.)
- 결론적으로... 좀 거칠거칠한, 선댄스 취향으로 막 나가는 루저들 드라마입니다. 잘 빚은 캐릭터와 완벽한 캐스팅 덕에 내내 웃기고, 연민도 가고, 응원할 맘을 잃지 않으면서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잘 만든 영화였구요. 괜히 너무 세게, 강하게 나오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엔딩은 그만하면 보는 사람 맘 상하지 않게 잘 맺었다 싶어서 더 맘에 들었네요.
특히 멜라니 린스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7년 전에 다 보셨겠지만,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보시라구요. '옐로 자켓'이 티빙에서 사라져 버려서 아쉬운 분들이라면 보셨어도 한 번 더 보셔야... ㅋㅋ
암튼 그러합니다. 어째서 이렇게 좋은 걸 이리도 오래 묵혀뒀단 말인가... 라고 반성하며 즐겁게 잘 봤어요.
+ 아. 물론 일라이저 우드도 참 잘 했습니다. 근데 이 분이 이렇게 잘 하는 걸 보면 좀 웃기고 슬프달까. 그런 느낌도 있어요. 젊었을 땐 나름 순수 미청년 캐릭터 아니셨나요. 근래들어 제가 본 이 분 작품들은 하나 같이 다 맡는 역할들이... ㅋㅋㅋ 근데 또 그걸 잘 하고 말이죠.
++ 아 이게 감독이 '블루 루인' 에서 주인공 맡으셨던 분이셨군요! 다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그건 본인이 연출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취향이 확고하시네요. ㅋㅋㅋ 작년엔 '톡식 어벤저' 리메이크도 만드셨나 본데 그것도 보고 싶습니다... 아니 왜 볼 수 있는 곳이 없나요. ㅠㅜ
+++ '비프'에서도 나왔던 건데요. 미국은 사설 회사에 돈을 내면 자동차 번호판으로 차주의 이름과 주소까지 알아낼 수 있나 봐요? 아니 이거 좀 많이 위험하지 않나 싶은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도둑 맞은 루스에게 있어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누군가가 멋대로 내 공간에 침입해서 맘대로 휘젓고 갔다'라는 부분입니다. 영화의 원제는 그런 의미인 거죠. 그래서 하나 뿐인 절친네 집에 가서 대체 세상이 어찌되려고... 다들 어쩜 이렇게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이렇게 하소연을 한참 하구요. 하찮은 사건이라고 경찰이 수사에 관심을 안 보이자 머리 끝까지 열 받아서 스스로 수사를 시작해요. 마트에서 사온 이런저런 재료를 배합해서 집 담벼락 아래 있는 발자국 본도 뜨구요. 이웃집들 문을 두드려 가며 탐문도 하네요. 그러다가 엊그제 자기 집 앞에 개똥을 남기고 갔던 동네 아싸 청년 토니의 쌩뚱 맞게 열광적인 호응을 접하고 뭐야 나 이거 무서워... 하고 도움을 마다하며 집에 돌아갑니다만. 갑자기 핸드폰에 도둑 맞은 노트북의 위치가 뜨구요. 경찰에 연락 해봤지만 관심 없단 소리만 듣고 너무나 열받아서는... 토니를 데리고 가요. ㅋㅋ 혼자는 무서우니까!
그 집을 찾아가보니 몹시 불량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고 뭘 하고 있구요. 아 이 막 사는 놈들이 훔쳐갔구나! 하고는 토니와 함께 당당하게 '당장 문 열지 못할까!'하고 들이댑니다만. 맨날 벤치 프레스하고, 쌍절곤에 닌자 표창 연습을 하고 살던 토니는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쫄아 버려요. 하지만 토니가 들고 있던 철퇴를 빼앗으려던 젊은이가 제 풀에 자기 얼굴에 그걸 날리면서 젊은이들은 토니가 위험한 놈인 걸로 착각하고 항복하는데요. 알고 보니 얘들은 도둑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닌 그냥 좀 시끄러운 동네 청년들이었습니다. 노트북은 중고 장터에서 구입한 거래요. ㅋㅋㅋ 그래서 그 날은 노트북 회수를 기뻐하며 루스의 집에서 둘이 술 마시며 파티를 벌이구요.
다음 날 출동한 중고 장터에는 예상대로 루스의 도둑 맞은 은식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은식기 자체는 그렇게 필요한 게 아니지만, 루스가 존경하던, 지금은 돌아가신 어떤 할머니에게서 받은 물건이라 꼭 돌려 받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이걸 어떡할까 하다가... 파는 사람에게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들고 튀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토니가 먼저 나가서 차 시동을 걸고, 루스가 은식기 상자를 들고 뛰쳐 나간다는 계획이었는데. 나가는 길에 들어온 손님이 자기가 본을 뜬 발자국과 똑같은 조건의 신발을 신고 있다는 걸 발견한 루스가 잠시 버벅거리는 바람에 중고 장터 할배가 쫓아 나와요. 그러다 붙들려서 손가락을 꺾이는 부상까지 입습니다만, 멀리서 이걸 보고 달려온 토니의 날라 차기를 맞고 할배는 뻗어 버리고. 루스는 토니와 부리나케 도망치겠죠. 그러고 집에 와서 또 울적해 합니다. 나는 그냥 올바른 일을 하고팠던 것 뿐인데 죄 없는 할아버지를 상자로 때렸어... 흑흑. 그리고 정작 도둑은 놓쳐 버렸잖아...
...근데 우리의 토니에게 쓸만한 구석이 있었네요. 그 도둑놈이 타고 도망친 밴의 번호판을 외웠대요. 그래서 검색을 해 보고, 마트에서 시리얼 사은품으로 받은 장난감 FBI 신분증을 들고서 바로 출동!!! 하는데요. 도착한 곳은 으리으리한 갑부 저택이었고. 집주인 아줌마는 자긴 인생이 너무 심심하다며 끝없이 수다를 떨며 가짜 경찰 루스와 토니를 반겨줍니다. 근데 얘길 들어 보니 그 밴을 몰고 다니는 건 이 집 주인이 아니라 그 아들이래요. 그리고 이 놈이 하도 찌질하게 속을 썩여서 얼마 전에 의절하고 집에서 쫓아내 버렸다고. 그래서 또 난감해지는 찰나에 집 주인 아저씨가 들어오는데, 돈이 워낙 많고 뭔가 나쁜 사업이라도 하는지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는 성질 더러운 갑부였네요. 그래서 어쩌 오히려 잔뜩 혼이 나고선 집에서 쫓겨나는데... 나오는 길에 "야 됐고 돈 달라는 거지? 얼마나 원해?"라는 식으로 나오는 그 아저씨의 태도에 열 받은 루스는 정원에 있던 사자 모양 조형물을 뽑아들고 튀어 버립니다. ㅋㅋㅋ
...근데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그 도둑놈(=갑부 아들)과 아주 위험해 보이는 장년 아저씨, 젊은 여성 한 명의 3인조였습니다. 이들은 한 탕 벌어서 멀리 튀자는 계획으로 무기 밀매상에게 총 세 자루를 구입해서 도둑놈 아빠의 비밀 금고에서 돈을 털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 와중에 갑자기 루스가 나타나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니 신경이 쓰이겠죠. 그래서 일단 루스를 따라가 상황을 파악해보기로 하는데...
그때 루스는 돌아가는 길에 토니와 크게 다투고 있었습니다. 자긴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을 돕고자 했던 건데 이 사자 (조형물) 도둑질은 대체 무엇이냐며 자긴 이런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대요. 그래서 토니는 자기 집으로 가고 루스 혼자 씁쓸하게 돌아왔는데... 또 현관을 열어 놓고 들어왔어요. ㅋㅋ 그래서 도둑놈이 따라 들어와서는 "이봐, 당신이..." 까지 말하는데 너무나 놀라고 무서웠던 루스는 그만 아까 만들어 놓은 발자국 본을 집어들고 풀스윙으로 휘둘러 버리구요. 도둑놈은 거기에 목을 정통으로 맞고선 꺽꺽거리며 뛰쳐나가 도망치다가... 버스에 치여 죽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고 황망해하는 루스를 습격해서 기절 시키고는 밴에 태우고 사라져요.
그들이 루스에게 원하는 건 이겁니다. 그 집에 갑부, 아내, 경호원 이렇게 셋이 있으니 우리도 3인조로 계획을 짠 건데 너 때문에 한 명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 니가 그 놈 역할을 해라. 말 안 들으면 여기에서 바로 죽여 버리겠다... 그러고선 루스에겐 총알 없는 빈 총을 주고 앞장세워서 아까 그 집으로 쳐들어가요.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일단 2+1인조가 경호원과 아내를 제압하고 2층에서 자고 있던 갑부를 부릅니다. 갑부는 예리하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권총을 꺼내 들고 내려오는데, 내려오는 길에 매복하고 있던 빌런 여자가 방금 전 구입한 싸구려 골동품 녹슨 샷건으로 갑부의 권총 쥔 손을 날려 버려요. 이때 깜짝 놀라 루스가 떨어뜨린 총을 주워들고 반격을 시도했던 경호원은... 안타깝게도 그 총엔 애초에 총알이 없었으니까요. 빌런 장년의 총에 맞고 사망. 사방에 흩날리는 피에 겁에 질린 루스는 집 바닥에 직경 1M는 넘을 듯한 거대한 토사물을 배출하구요. 피를 줄줄 흘리는 갑부에게 시켜서 비밀 금고를 열어 보니 우리 갑부님은 자기 아들래미를 못 믿어서 이미 돈을 다 옮겨 놓은 상태였죠. 이게 뭐꼬!!! 하고 다들 흥분해서 정신 없는 사이에 루스는 갑부 부인에게 "보셨죠! 저는 죄 없어요!! 저기 총알 없었잖아요!!" 라며 어필 타임을 갖구요. ㅋㅋㅋ
이제 다 망했으니 증인을 남기지 말아야겠다 결심한 여자 빌런이 갑부 부인을 쏘려는데, 이젠 또 정의로운 루스가 그걸 가로막고 "더 이상 아무도 죽게 하지 않겠어! 이 여자를 죽이려면 나부터 죽여야 할 걸!!!" 이라고 외치자 여자 빌런은 되게 하찮다는 듯이 "그러지 뭐." 라고 하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오는 표창!!! 토니가 도와주러 왔습니다. ㅋㅋ 하지만 그거 말곤 아무 것도 없어서 여자 빌런의 샷건에 무방비로 노출된 토니입니다만.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이 폭발해서 여자 빌런의 손모가지만 날아가 버려요. 애초에 극도로 돈이 없어서 완전 낡은 총을 샀던 것이 이렇게... ㅠㅜ 암튼 이 순간에 갑부 아저씨는 '어떻게든!'을 시도하다가 그 서슬에 놀란 빌런 장년이 자기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겨 버리는 바람에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 이번엔 루스가 장년에게 달려들어 권총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이고, 토니는 그걸 도와주러 가다가 아직 한쪽 손은 온전했던 여자 빌런에게 복부를 수차례 칼에 찔려 쓰러집니다. 그러고서 여자 빌런이 칼을 휘두르며 루스에게 다가오는데... 몸싸움 와중에 아무렇게나 발사된 총알이 집의 돌벽에 맞고 튕겨서 여자 빌런의 머리를 관통합니다. 이 또한 사망.
이렇게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갑부 부인은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뛰쳐 나가서 사라져요. 그래서 남은 건 루스, 토니와 장년 빌런 뿐이구요. 여자 빌런이랑 애인 사이였던 듯한 장년 빌런은 어차피 이제 다 망했겠다, 저 놈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쫓아갑니다. 그래서 한참을 추격전을 벌이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토니를 수풀에 숨겨두고 빌런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 루스는 총알도 다 써 버린 총을 들고 허세 부리던 빌런을 파워 짱돌 투척으로 쓰러뜨리고. 마침 그 타이밍에 딱 나타난 독사에게 물려 곧 죽을 팔자가 된 빌런을 제껴놓고 우다다 달려서 토니를 데리고 떠납니다. 근데 가는 길에 보니 토니가 의식이 없고 대답도 못 해요...
에필로그입니다. 루스는 다시 영화 시작 부분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구요. 퇴근 후 절친네 집에 가서 정원 바베큐를 기다리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신에게 좀 관대해져 루스. 앞으로 살날이 구만리잖아." 라는 친구에게 "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 라며 뒤를 돌아보는 루스. 그러자 모락모락 피어나는 안개 효과 속에 후광이 비치는 상태의 토니가 루스를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그리고 루스도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는데...
알고 보니 안개는 바베큐 연기였고 후광은 태양이었습니다. 토니 살았어요. ㅋㅋㅋㅋ 그러고 절친 남편과 스테이크 조리법에 대해 논쟁하는 토니의 대화가 들리는 가운데 루스의 미소를 보여주고, 끝이에요.
2024.10.07 10:09
2024.10.08 02:14
좀 과장되고 막나가는 코미디, 범죄물 좋아하신다면 맘에 드실 거구요. 근데... 취향은 많이 갈릴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
2024.10.07 16:53
저도 넷플릭스 가입하자마자 찜해놨다가 최근에 봤어요. 잔잔하게 큭큭거리며 봤네요. 토니가 죽은 건지 산 건지 헷갈렸는데 살아 있던 게 맞았군요.
보면서 저 여자 참 간땡이 부었다고 생각했어요. 저라면 그냥 새로 샀을 텐데 말이죠..
경찰이 짜증나기는 하지만 그 정도 사건은 어디서 누가 접수해도 제대로 수사 안 해줄 것 같은데...
갑부집 아저씨는 좀 불쌍하지 않나요. 아들내미 잘못 키운 죄값치곤 좀 과한 감이..
2024.10.08 02:16
저랑 비슷한 경우셨군요. ㅋㅋ
맞아요 루스가 좀 과하게 흥분하긴 했는데 또 그 심정 자체는 이해가 가기도 하구요. 약간 대리 만족 환타지... 기분으로 보다가 막판엔 아, 이거 재미는 있지만 대리 만족류는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했죠. 너무 고생하잖아요. ㅋㅋ
그 아저씨는 불쌍했죠. 평소엔 쓰레기(...)가 맞는데 막판에 아주 살짝 인간적인 면모를 스치듯 보여주는 연출 때문에 씁쓸해졌습니다.
2024.10.07 17:48
지금처럼 쓸데없이 돈만 퍼부어서 타율낮은 양산형 컨텐츠들만 제작하는 회사가 되기 전 무려 '믿고보는 넷플 오리지널'이라는 말이 나오던 시절 작품들 중 하나로 기억합니다. 사소한 주인공의 일탈로 시작했다가 마구 꼬여가는 걸 소소하게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가 후반부 전개는 저도 당황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됐는지도 모르죠.
멜라니 린스키는 말씀대로 정말 이런 캐릭터에 딱인 것 같아요. 그 수많은 출연작들 중에 최근은 옐로 자켓 제외하면 이정도 비중으로 제대로 활약할 작품이 없는 건 애석한 일이네요. 일라이저 우드는 나름 아역시절부터 유명세가 있었고 반지의 제왕으로 주가가 많이 올라가긴 했는데 확실하게 스타로 자리잡을만한 후속타가 딱히 없었던 것 같네요. 영국 악성 축구팬들 얘기를 다뤘던 '훌리건스'라는 영화랑 '씬시티'에서 다소 충격적이었던 빌런 캐릭터는 기억에 남는데 이후로는 이렇게 특이한 인디 프로젝트들 위주로 활동하는 것 같네요.
마콘 블레어는 그 블루 루인, 최근 레블 리지 등 연출하신 감독님이랑 절친이라고 하던데 자기가 연출한 작품에서도 뭔가 비슷한 삘이 많이 있어요. 초반에 루스한테 스포일러 날리는 역할로 카메오로 나왔죠. 진짜 한대 치고 싶었던 ㅋㅋ
2024.10.08 02:20
사실 요즘도 넷플릭스가 감독이나 소재 같은 거 보고 꽤 괜찮아 보이는 투자를 꾸준히 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작품들은 애초에 타율이 낮은 것들이다 보니... ㅋㅋㅋ
자기만의 확고한 캐릭터가 있는데 그게 아무래도 그렇게 대중적인 쪽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100편 가까이 찍어대며 열심히 살고 있는 걸 보면 잘 살고 계시겠거니... 하구요. 아 그러고 보니 일라이저 우드는 '씬시티'가 있었죠. 참 괴상한 캐릭터였지만 그 영화의 톤 속에선 아주 근사했어요. 스페셜판 디비디까지 사서 아직도 갖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인데 그걸 잊고 있었네요;
아 그 감독님 카메오는 알고 있었는데 그 놈이었군요. 한동안 꽤 좋은 녀석처럼 굴어서 그 순간에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2024.10.07 20:56
저도 초창기 넷플릭스 영화중에 가장 좋아하던 영화였어요. 멜라니 린스키는 두남자반의 로즈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분이라 이 분 나오시면 무조건 봅니다 ㅎㅎ 심술궂은 소심한 얼굴을 정말 잘해요. 일라이저 우드랑 짝꿍도 의외로 잘맞죠. 멍충이 같은 미소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ㅋㅋ 후반부 급발진과 억지로 해피엔딩같은 결말도 저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로이배티님과 반대로 레블리지-블루루인-그린룸을 보다가 루스 감독님이라는 사실을 알았지요. ㅋㅋ
2024.10.08 02:23
두 남자 반은 무엇인가... 하고 검색해 보니 재밌어는 보이는데 주인공이 찰리 쉰이라니(...) 지금 보기엔 좀 난감한 작품이 되어 버렸네요.
맞아요 소심한데 심술 궂고 그게 또 귀엽구요. 그러고보면 사실 가장 무시무시한 역할은 데뷔작 '천상의 피조물들'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이후의 미친 자 역할들은 그래도 좀 순한 맛이라는 느낌?
억지로 해피엔딩 파트는 저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개그까지 곁들여 주니 더 좋았죠. 그 캐릭터 그렇게 안 해줬음 재밌고 보고 욕했을 겁니다(...)
뭔 영화지? 하다가 그냥 검색창에서 넘긴 영화인데..좋아 보이네요..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