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02:00
- 지지난 주에는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보았는데, 솔직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하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원작은 게임이었는데 영화가 게임을 잘 살렸는가에 대해서는 말 하기 힘들지만,
게임의 이야기를 평범한 양산형 호러 영화로 끌고 오는 데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게임 초반 시리즈의 컨셉을 배껴서 군대 초소에서 모니터와 창을 바라보면서 문을 지키는 식으로 바꾼게 국산 인디로 나왔던가 어쨌던가 합니다만,)
영화는 뭐 그런 사전 정보와 상관없이 그냥 적당히 아동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조금 낮은 수위에서 적당하게 생각할 수 있는 머 평범한 호러 영화였습니다.
아니 뭐 못 만든 건 아니었어요. 속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요.
근데 이블데드 리메이크를 다시 보는게 좀 더 나았을까 고민도 되지만, 그래도 전 원전 이블데드를 어렸을 때 정말 무섭게 봤던지라 그걸 또 보기엔 새가슴이고요…
= 지난 주에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 [나이트 에이전트]를 보았습니다.
10화짜리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소설이라는데, 시즌 2가 나온다는 걸 보면 원작 소설도 시리즈가 이어지는 중이거나 아니면 드라마 용으로 새로 각본이 쓰여졌다는 정도겠네요.
음, 내용적으론 그냥 제이슨 본 시리즈의 순화판 or 진지한 척하는 버전 정도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재미는 그럭저럭 좋았다 생각합니다.
분명 초반의 기세는 나름 괜찮았다 생각하고 '나 빼곤 다 적일지 모른다' 라는 의심암귀 스러운 상황 자체는 꽤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 대부분은 개인적으론 별로 익숙치 않은 얼굴들이었는데, 그래서 더 신선하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남자 주인공 배우는 딱 봐도 "제이슨 본을 연기한 맷 데이먼 짭"스러운 느낌입니다만, 맷 데이먼 보다 좀 더 가볍고 약해보이는 게 잘 먹힌다는 인상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휘둘리는 주인공이면 무표정하고 뚱한 맷 데이먼 보단 이런 마스크가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는 FBI 요원이었다가 배반자라는 혐의로 내사를 받다가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아들인 피터 서덜랜드가 아버지를 쫓아 FBI 요원이 되었는데,
어느날 퇴근하다 전철 간에서 수상한 남자를 보았는데 지하철에 폭탄을 두고 내린 것을 보게 되었고 이후 폭탄 테러에 휘말리고 맙니다.
주인공은 폭탄을 두고 내린 남자를 쫓다가 결국 놓쳐서(…), 좌천 비슷하게 백악관 지하실에서 FBI와 대통령 비서실과의 연락책 역할이면서 동시에 요원들의 비상연락망인 '나이트 시프트'에서 전화를 받는 전화 대기 요원이란 보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밤에 정말로 정부 요원의 비상연락망 전화가 울리고, 전화를 걸어온 여자에게 비상대응책을 알려주고 어디에 숨어라 알려주고 그러는 과정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FBI 부국장, 특별경호대 등등 높으신 분들 사이의 잇권 다툼이나 영역 다툼에 휘말리면서 사건은 계속 꼬여가고
마침내 주인공은 누명까지 뒤집어 쓰게 되고 쫓기게 되는 상황에서, 누명을 풀고 거대한 테러도 막아야 하고 하여튼 뭐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전 제이슨 본 시리즈보다 이 쪽이 더 '무난해서' 좋았네요.
나름 정치적인 안배나 이런저런 묘사도 있어서 좀더 보기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분명 일단락 지어지지만, 나름 해외에서는 반응이 괜찮았는지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게 문제인 드라마 시리즈였습니다.
시즌2를 대놓고 기다리진 않겠지만, 나오면 또 챙겨봐야 할테니 그건 귀찮거든요. 허허.
- 10월 3일에는 트랜스포머 ONE을 보았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머 대충 짐작 가능하신 이야기라…)
솔직히 디즈니나 픽사나 이젠 다시 매너리즘에 좀 빠졌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는데, 뭐 이것저것 다 끌어다 비교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사실 비교한다면 디즈니나 픽사 애니보다, '스파이더맨 멀티버스' 시리즈의 애니와 비교해야 할 겁니다만)
아니 이거 정말 잘 나왔어요.
그냥 정석적인 로봇물 애니기도 하고, 그 완성도가 평범하게 높기 때문에 실로 간만에 로봇 히어로물에 뽕을 차오르는 기분도 들고요.
극장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다 챙겨봤지만, 전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팬은 아니거든요. 그냥 로봇 나오니까 보는 로봇물 팬에 가까운 쪽이고요.
이야기적인 완성도는 머 80년대 하스브로와 일본 타카라 토미의 완구에 스토리 붙여서 애니 만들고 하던 것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트랜스포머 ONE은 그냥 그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주인공 격인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란 인물이 어떻게 성립되는 지에 관한 도입부이자 진짜 1편에 해당해야 할 행성 사이버트론 대전쟁의 프롤로그인 것입니다.
과거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실사 영화판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기계생명체의 행성 사이버트론의 과거 이야기를 다룹니다만, 이야 이거 다 아는 이야기다 싶었음에도 설득력은 있었고 재미있게 볼만한 흡인력도 있었습니다.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 스럽게 경주도 한번 나오고 배반도 한번 나오고 음모도 한번 나오고 흑막도 한번 나오고 할 건 다 하거든요.
그리고 80년대 원작 TV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보던 로봇들을 요즘 3D 그래픽 스타일로 정말 정리 잘해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액션이나 연출 면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꽤 인간적으로 보이는 로봇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정말 볼만 해요.
머 결과적으론 이미 많이 보아왔던 SF물 이야기의 변주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처음 보지만 처음 보는 게 아니고, 동시에 많이 봤지만 많이 본 게 아닌' 진짜 트랜스포머 애니를 봤다는 기분이 드는 수작이었다 생각합니다.
이 애니의 장점은 거의 스타워즈 프리퀄 에피소드 1~3을 한 큐에 달려가는 식으로 빠른 느낌이고,
동시에 나름 고전 비극스러운 결말로 배반과 결별을 잘 그리면서도 희망적으로 끝나면서 "으아아 속편 내놔"를 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집에 들어오는 동안에 막 일본판 트랜스포머 노래들을 머리속에서 흥얼거리게 될 지경이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아아 트랜스포머 완구 사볼까 싶어질…)
단점은 음악은 평범한 편이고, 아이들이 감정이입할만한 인간 캐릭터가 아예 없고 이야기도 성장과 혁명의 과정이기 때문에 애들이 보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일려나요.
(물론 제게는 이 두 가지는 단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좀 신경을 못써서 부족한 점 같은 것이었죠.)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하 도시에서 기계생명체 트랜스포머들의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존을 파내는 광부였던 오라이온 팍스가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얻고 최후의 프라임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된다~라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거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을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충실하게 과정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관련 팬들 사이에게는 스타워즈에서 루크가 제다이가 된다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뻔한 이야기인 건데, 그걸 꽤 심플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누구나 바로 짐작할 수 있듯이 오라이온 팍스의 동료였던 D-16이 메가트론이 되는 과정에서, 좋은 친구가 최강의 적이 되어야 하는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내용을 뻔하지만 납득할 수 있게 풀어놨습니다.
서양 쪽 트랜스포머 고전 시리즈 팬들은 정말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 만큼이나 찡하게 받아 들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 나올 줄이야~하는 기대 밖의 하이프 스러움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히 잘 나오긴 했거든요. (으아아~ 뽕찬다! 상태가 됩니다…)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단점은 이렇게 멋지게 서로의 길을 걷기로 한 로봇 히어로와 로봇 빌런 캐릭터들이,
이제 앞으로 지구에 와서 바보스런 개그를 치고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 과거 구리고 뽕빨스런 마이클 베이의 어줍잖은 실사판 영화를 본 기억을 통해 떠올리게 된다는 것일 겁니다.
사실 이 극장 애니메이션이야 말로 기만에 찬 사회의 벽을 넘어서서 더 나은 누군가가 되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오프닝부터 '변신이 가능한' 트랜스포머와 '변신이 불가능한' 하급 로봇이라는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기에서 '으잉?'스러운 느낌을 갖는 사람도 제법 있을 겁니다)
평범한 노동자였지만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자유로운 꿈으로 규율은 무시하고 사고나 치던 치기 어린 젊은이 오라이온 팍스가 사이버트론 행성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를 찾는 다는 거대한 모험을 거쳐서
결국 '자신들을 속인 나쁜 지도자를 죽이지는 않으려고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려는' 그냥 평범한 지도자의 위치로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융통성 없던 성격의 D-16이 자신이 존경하던 멘토가 자신들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한 이후로, 자기 길을 막는 자는 다 죽이고 자기 꼴리는 대로 살겠다는 식으로 선을 넘어가면서 망가져 가는 과정을 심플한 전개 속에서 비교적 적절하게 잘 그린 편입니다.
그리고 다들 이미 실사 영화에서 보셨을 법한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과 메가트론이 이끄는 디셉티콘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딱 스타워즈 프리퀄 에피소드들 끝난 뒤의 느낌으로 끝나는 것이지요.
그 와중에 평범한 노동자가 지휘자와 악당으로 각성하는 것은 기존의 사회 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과도 가까운 형식으로 그려지며,
과거의 기득권 층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두 집단이 생기는 것도 꽤 그럴 듯한 봉기의 과정으로 그려지는 내용도 나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데에서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역사물 느낌을 바라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로봇 행성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은 난단 말이죠.
배후 세력에게 에너존을 바치면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총독 노릇을 하는 이번 편의 악당 관련의 연출이나 행실은 묘하게 영국이나 기타 구라파에서 떨어져나온 이민자들의 국가 비슷했던 미국에서, 과거 유럽의 정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축출된 유럽 귀족들 같은 느낌도 좀 들고요… 어쨌든 생각보다 '아래로부터의 혁명'과 그것을 이끌던 두 운동권이 갈라지는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조커 따위가 이 ONE보다 관을 더 많이 차지한다는 자체가 하층민을 갈라서 싸움시킬려는 기득권의 음모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느 새 극장에서는 좋은 시간대가 다 빠져나가서 자막판은 거의 안보이게 되었고, 애들용 취급으로 우리말 더빙판이 시간대를 다 차지하게 되었다는 게 아쉬울 지경입니다.
아무래도 (자유와 성장에 대한 이야길 나름 진지하게 풀기 때문에) 애들이 보기엔 좀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는데… 아니 그게 단점이었을려나 싶기도 하지만…
더빙 자체는 잘된 편이지만, 이미 옵티머스 연기를 했던 이정구 성우분이 이번에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불만입니다.
이정구 씨는 낮게 까는 연기도 잘하시지만 장난스럽고 개구진 연기도 잘하시는 분인지라, 오라이온 팍스일 때엔 촐랑거리는 목소리 연기를 하다가 옵티머스로 각성한 뒤에는 특유의 무게잡는 연기로 간지 터지게 바뀌면 고양감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기존의 트랜스포머 실사영화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이 트랜스포머 ONE은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를 넘어서 프리퀄 시리즈와도 견줘볼 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네요.
(물론 이 애니에 이렇게 높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 절반은 그렌다이저U가 참 미묘하게 나온 탓이겠지만요. 으아아아~!!)
쿠키는 두개 있습니다. 짧은 개그 쿠키 하나와,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뒤에 나오는 '메가트론 각하의 선언'입니다.
다 내려가기 전에 극장에서 보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네요.
이 만큼 퀄이 잘 나왔는데도 찬밥이어야 하는, 기존 시리즈의 악명이 이끌어낸 결과가 좀 안타깝습니다.
하여튼 시간 되시는 분들은 극장에서 즐겨 보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DAIN.
P.S. 트랜스포머 오프닝 모음
P.S. : 단다단 애니가 시작했는데 이거 국내 케이블은 블러 투성이군요. 쩝.
2024.10.04 10:08
2024.10.04 10:42
2024.10.04 11:21
[트랜스포머 ONE] 리뷰는 여기에 눕겠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말들을 다 써주셨네요 ㅋㅋ. 저는 그런 기본적인 과거 이야기를 전혀 몰랐던지라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래도 파란색/빨간색 조합 캐릭터를 못 알아본 채 할 수는 없더군요 ㅋㅋ)
그런데 약간 모호했던게, 맨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오, 완전 좌파(?) 영화네'라고 생각하던게 뒤로 갈수록 고개가 계속 갸우뚱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적나라한 계급 묘사로 나뉜 두 계층의 해결 방법이 과거 왕족과 공의회(?)의 계승으로 해결된다?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만인의 수탈이 왕권 계승으로 신비롭게 모두 해결 된다? 놀라운 보수(?) 영화였습니다. 특히 갑갑했던게 하이 가드의 취급이었는데, 왕정파였지만 정의로운 그들은 부외로 밀려나서 반대 운동을 벌이며 잡혀 들어갈 정도의 열사 혹은 의사들인데, 분명 거점 진입까지는 그들의 힘을 빌려놓고는 중앙 권력을 얻은 후에는 바로 돌아서는게 의외였습니다. 혁명가와 개혁가 중 혁명가를 빌런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달까요. 아니 그리고 디가 얼마나 수백번 팍스를 봐주고 구해준 것 같은데 팍스는 단 한 번만에 디를 손절하는 겁니까. 잠깐을 봐왔지만 참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니, 크게 보면 외세의 자원 수탈에 대한 자결권을 획득했다고도 볼 수 있으니 신비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식민지 독립의 과정에서 이전 권력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갈려 나라가 분열되었다고 생각해도 좋겠네요. 대중의 지지를 받은 팍스 씨는 정통성과 결합해서 자결권을 획득, 급진파였던 디는 극좌(극우?) 테러리스트로 전락. 하이 가드들은 이미 이전에도 트랜스폼이 가능했으니 이번 사태로 이득은 없었고. 나라의 권력을 놓고 급진파와 온건파가 힘을 합쳤지만 획득하자마자 바로 찢어지는 모양새. 그래도 너무 급박하게 일어나서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자들을 바로 토사구팽해버리는 모습이 영 아쉬웠습니다. 이미 빌런은 죽었고 자결권은 획득했는데, 라고 쓰다보니 디가 친외파를 다 숙청하자고 했었죠, 아 역시 온건파의 승리였나 봅니다. 친외파들이 원래 있던 자리를 그대로 차지할 것이고, 아아 미래는 어둡습니다.
P. S. 이번 트랜스포머 영화 이후로 팬들이 서사에 대한 토론을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ㅋㅋ... 약간 투덜거리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만든지는 몰라서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덧붙입니다 ㅋㅋ.
2024.10.04 15:31
토사구팽까지는 아니고 인정과 의리로 맺어진 친구 둘이, 살다보니 자기들의 신념과 원칙이 부딪쳐서 찢어지는 전형적인 이야기라 볼 수 있겠죠. 일단 D가 기존 권력자를 죽여서 엄벌해야 한다고 자기 손으로 직접 쏴버리는 걸, 팍스가 몸으로 막아선 뒤로는 어쩔 수 없는 파국이긴 하죠. D에겐 그 권력자에의 엄벌이 필요악이었을 테고, 팍스는 그래도 일단 살려는 놔야 한다는 거였으니 둘다 자기 생각대로 행동했고 그 생각들이 부딪친 결과가 온건파와 급진파의 대립이기도 하고, 또 그래도 적당히 굽히면서 살아야지~와, 나 스스로 정한 걸 내가 바꿀수는 없다는 꿋꿋함과 유연함의 충돌이기도 하고, 그래서 신화적인 비극 같은 느낌도 난다고 보고요. 단순히 혁명가가 빌런이 되었다기 보다는, 그 과격함이 온건파를 몰아 붙여서 입장적 차이에 의한 결별로 이어지게 되었다 라는 정도가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팍스가 손절했다기 보다는 선 넘은 가해에 대한 반동이라 봅니다. 결국 과거에 아무리 같이 사고 치고 다닌 친구였지만 그냥 살다가 보니 돈이나 다른 일로 사고 치고 서로 나쁜 짓을 주고 받았어도 그래도 의리로 미안하다 말하고 끝날 수준인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여기선 D가 팍스를 간접살해 한 셈이 되는 거라서 말이죠. 물론 그 덕분에 메가트론은 확실한 악이 되고 메가트론의 그 가해 때문에 죽었다 살아난 옵티머스는 확고하게 선택받은 선의 입장인 걸로 '악이 내린 세례'를 받은 것이고, 여기까지 보면 단순한 타락이나 욕망의 영역도 아니고 사소한 선택 만으로도 갈리게 되는 선과 악의 길을 강조하기 위한 신화적 요소 같은 거 아닐까요. 이후 둘의 행동이 대조되게 보여주는 것도 연출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결국 죽다 살아난 팍스 입장에서는 목숨이 걸린 일이라, 팍스 시점이던 D 시점이던 그 사건 이전에 쌓아온 인정과 의리는 있어도 자기들의 신념과 원칙 때문에 용서는 불가능해진 상황인 거죠. 이후에 악당을 지키려다 친구 손에 치명상을 입었던 팍스가 되살아와서 자길 쏜 친구의 목을 날릴 수 있었지만 그냥 무기인 퓨전 캐논만 베고 말았단 말이죠. 이후 둘이 씁쓸하게 결별한 뒤에 대놓고 팍스가 "적과 친구의 경계선이 미묘하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 선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식으로 회상씬에서 설명해주기도 하잖습니까.
머 영화 자체는 결국 유럽에서 건너온 사막종교 영향 하에 있는 국가인 '미국'스러운 보수에 가까운 중도~정도로 선해할 수 있기는 합니다. 유태교에 왕은 없고 '사사'라고 불리는 선지자들이 있었다가 다윗이 왕이 되고 솔로몬과 이후 3대가 유태 민족의 왕이었지만 결국 바빌론과 로마에 의해 멸망하고 난 이후로 떠도는 유태 민족이 자기 나라를 얻은 건 거의 천년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런 식으로 쌓아온 괴이한 정서를 서양인들이 종교로 받아들인 영향권 안에 정작 유태를 지배했지만 유태교를 공인하게 된 로마의 계승자인 미국이 있다는 게 묘한 비극의 2중나선 유전자란 느낌이고, 그 비극이 미국 주도의 평화로운 척하는 '팩스 아메리카나' 상태인 현대 지구에서도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는 거로 볼 수도 있겠죠. 유태인이 메가트론처럼 적대자들을 다 쏴죽이는 한 계속되는 비극이 말이죠. (게다가 정작 D는 가짜 권력자를 물리친 뒤에 그의 코브를 자기가 받아 쓴단 말이죠. 권력자의 악의나 폭력을 계승하겠다는 걸까요?)
기존 선지자이자 원로 13명의 형태에서 기존 원로들을 다 죽인 가짜 선지자이자 권력자가 시민들을 속여 온 결과로 생긴 계급 차별은 급진파와 온건파가 기존 권력자들을 몰아낸 뒤로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 노선이 다른 두 부류가 결국 찢어진 뒤에도 일단 사이버트론은 좀더 연명하긴 하겠죠.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하는 건 프라이머스의 숙적 유니크론이 나오는 구 애니메이션 극장판 시대까지는 가야 할테니 그 때까지는 관람자 입장에서 즐길 수 있을 거고요. 일단 옵티머스가 최후의 프라임으로 살아남은 사이버트론 로봇인류들을 이끌긴 하겠지만 결국 왕이라기 보다는 그룹의 우두머리 취급인 거고, 이후 다음 대의 프라임으로 대를 이을 때까지 그의 고생길은 계속 될거고요. 온건파의 승리라고 말하기에도 거의 피로스의 승리 같은 거지만, 그런 고난이 있어야 애들도 어른들도 챙겨볼테니까 말이죠.
머 극단적이지만 미래는 어둡다는 건 이미 실사영화에서 볼 수가 있었다고 해도 ㅎㅎㅎ 물론 이 ONE은 실사 영화와는 상관없는 리부트입니다만, 결국 기존 애니 노선을 따라간다면 우주의 구석 시골 지구까지 와서 둘이 툭탁거리다 망가질 거란 말이죠. 우주적 로봇 영웅의 시대는 끝나고 어리석은 인류들은 교훈없이 계속 투닥거리고 있을까요? 80년대 로봇 만화를 보지 못한 21세기의 아이들에게 이런 걸 통해서라도 뭔가 배우는 게 있기를 바라고 뭔가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지 않을까요? 뭐 현실은 장난감 홍보 영상물 취급이겠지만요. ㅎㅎ
:DAIN.
2024.10.04 19:51
나이트 에이전트는 양산형 플롯에 세팅인데 이상하게 재미있게 봤어요. 역시 백남이 주인공하려면 슬로 호시스의 리버 카트라이트처럼 빙충미에 순박청년이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자아도취 중년남이었으면 훨씬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일단 기성품으로 잘빠진 각본 연출에 배우들 케미가 괜찮아서 술술 봐졌어요. 근데 홍차우는 켄정이 가발쓴 것 같아서 살짝 위화감이...ㅋㅋ 2시즌이 나오는 것은 몰랐군요. 넷플릭스놈들 기준이 무엇인지 참.
2024.10.04 22:56
양산형 맷 데이먼 같던 주인공 배우도 뭐 그 살짝 약해 보이는 느낌때문인지 위기감도 나름 살고, 좀더 나이먹은 젠다이야 같은 히로인도 어느새 비명만 지르는 히로인이 아니라는 듯 액션에 참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뭐 그냥저냥 무난하게 볼만 했다는 좋은 인상만 남은 듯한 ㅎㅎㅎ
2024.10.05 01:27
저는 존재 조차 몰랐던 시리즈지만 이 글 읽고 검색해 보니 몇 주 동안 넷플릭스 인기 1위 먹고 그랬나 봐요. 나름 히트 시리즈였다는 얘긴데 여지껏 아예 몰랐던 게 신기하네요(...) 어쨌든 시즌 2가 제작되는 건 그런 사정 때문인가 봅니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ㅋㅋ
2024.10.05 02:02
머 이런 부류의 요원 싸움 이야기는 한 두개가 아니긴 한데, 머 간만에 정말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이런 쪽 장르물이긴 했습니다. ㅎㅎㅎ
2024.10.05 01:32
'프레디의 피자 가게'는 제가 괜찮게 봤던 호러 소품 '더 윈드: 악마의 속삭임' 때문에 조금 기대를 품고 봤었는데요. 장중하고 진지한 서부극 분위기에 '하이 컨셉 호러' 노선을 걸었던 전작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보면서 당황했었죠. 말씀대로 그냥 어린이용으로 톤 조절한 양산형 호러 무비인데 스트리밍으로 인한 유명세 덕인지 흥행은 초대박이 나 버렸고... ㅋㅋㅋ 그냥저냥 괜찮게 보긴 했는데 속편은 정말 기대가 안 되고 그렇습니다.
'단다단'이 뭔가 했더니 또 제가 모르는 요즘 만화책 & 애니로군요. 만화방 다니며 닥치는대로 아무 거나 집어 읽다가 맘에 들면 사모으던 그 시절이 그립읍니다... ㅠㅜ
2024.10.05 02:04
프레디의 피자 가게는 속편도 또 넷플릭스에 풀리지 않을까 싶네요.
만화나 애니는 이미 차고 넘치는 마당이라… 저녁에 케이블 애니 채널 틀어놓고 잠드는 정도로도 놓치는 건 나올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트랜스포머 ONE 보세요~ 트랜스포머 ㅎㅎㅎ
이 글 보고서.. 트랜스포머 원 내일 보는 걸로 바로 예매했습니다. 평이 좋긴 해도 애니라서 망설였는데...영화평 중에 '남자 하츄핑'이란 말이 있어서 급궁금... 보고 나서 리포트? 올릴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