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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페럴과 앤드류 스틸은 SNL에서 신인 출연진, 작가로 만나 줄곧 우정을 이어온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팬데믹 기간 도중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긴 앤드류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것을 커밍아웃하게 됩니다. 여성으로서의 새 이름은 '하퍼'.


이미 60세가 넘었고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 둘을 낳고 가정을 꾸렸던 사람으로서 정말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겠죠.


그동안 가족 못지않게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윌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바로 지지해주고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머리로는 그렇더라도 거의 30년간 베프였던 동성친구가 이제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겠죠.


하퍼는 남성으로 살던 시절 로드 트립으로 미국 전역의 술집 등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는데 이제 여성으로 살게되자 이런 것들이 예전처럼 편안하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때 윌이 자신과 함께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여 이 두 절친은 그동안의 우정을 되돌아보며 하퍼의 성전환이 자신들에게 갖는 의미를 알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 로드무비로 찍기로 하여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다네요.



하퍼의 이야기는 커밍아웃한 나이가 늦었다는 것 외에는 그동안 우리가 뉴스나 창작물 등을 통해서 접했던 다른 트랜스젠더들의 사연과 비교해서 딱히 유별나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연예계, 그것도 호모/트랜스포빅한 소재들을 농담거리로 자주 이용하는 코미디계에서 평생의 커리어를 보낸 두 절친의 관점에서 돌아본다는 점이 특별하죠.


다른 SNL 출신 유명한 지인들도 출연하는데 그냥 잠깐 얼굴을 내미는 카메오 정도이고 미국 전역, 특히 시골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하퍼에 대한 반응도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엄청 보수적인 동네라서 잔뜩 긴장했다가 뜻밖의 위안을 얻는가 하면 별다른 생각/악의없이 던진 한마디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그냥 영화에서 재미로 분량 뽑아내려고 했던 이벤트가 예상 외로 큰 후폭풍을 부르기도 하는 여러 사건들을 접하게 되죠.


하퍼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이야기가 당연히 중심이지만 윌 페럴이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코미디언/배우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면모를 보는 것도 큰 놀라움이자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 같은 아주 귀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황당한 코미디물에서 연기하고 평소 토크쇼 등에 출연했을 때도 코미디언 윌 페럴로서의 페르소나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평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철저히 보호해온 사람으로 아는데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진지하고 심각한 면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보니 윌이 이 친구를 정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게 가장 감동적인 포인트였습니다.


소재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만 없으시다면 1시간 5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두 친구가 서로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해나가는 따뜻한 로드무비로 감상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엔드 크레딧은 스킵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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